몽골에 ‘의료 한류’ 바람 거세다

by이순용 기자
2013.09.10 10:59:26

강원도라는 핸디캡 불구, 치료 위해 춘천 찾는 몽골인 급증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해외의료지원에서 만난 우리나라 정형외과 의사와 몽골의 의대생의 인연이 시간이 지나 몽골인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우연한 만남이 의대생을 한국으로 이끌었고 연수를 받은 학생은 인공관절치환술의 전문가가 돼 몽골 최고의 병원에 관절센터를 개소했다. 또 몽골에서 치료가 불가능한 사람들은 한국으로 입국해 수술받았고 치료받은 환자들은 돌아가 최근 울란바토르에서 환우회를 조직해 몽골의 의과대학, 사립, 종합병원, 정부 부처와 한국 병원의 교류를 연계했다. 몽골에 의료한류의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한 것이다.

◇ 몽골에서의 의료봉사, 의료한류의 싹을 틔우다

몽골 최고의 정형외과 의사를 꿈꾸던 오트곤바야르 마이다는 2008년 자신이 외과 전문의로 재직 중이던 국립중앙병원(Central Clinical Hospital)에서 인공관절치환술을 시연하는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정형외과 이상수 교수를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몽골은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인공관절에 대한 인식이나 치료할 수 있는 의사가 거의 없었기 때문. 또 몽골에서는 고난이도의 수술임에도 한국 의사가 인공관절치환술을 능수능란하게 해내는 모습에 푹 빠졌다.

이 교수처럼 인공관절 치환술 전문가가 되고 싶었던 마이다는 이날을 계기로 해외연수를 결심했다. 그리고 이상수 교수의 지도를 받고자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석사과정에 등록했다.

마이다는 2009년부터 공부와 함께 연구원으로 일하며 수술에도 열심히 참관했고 이 교수를 도와 환자 치료를 위한 다양한 술기도 배웠다. 마침내 2년 뒤인 2011년에는 꿈에 그리던 정형외과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관절센터를 찾은 환자들, 한국으로 잇따른 발걸음

몽골로 돌아간 마이다는 우리나라의 서울대학교병원이라 할 수 있는 몽골국립중앙병원(Central Clinical Hospital)으로 돌아가 몽골의 관절염 환자 치료를 위해 관절센터를 설치하고 총 책임을 맡았다. 2년 동안 배우고 익힌 지식을 토대로 많은 환자를 진료하면서 인공관절 수술도 시작했다. 입소문이 퍼지며 고위층이라 할 수 있는 대법원장과 전 레슬링 국가대표 선수도 진료를 받기 위해 찾아왔다. 하지만 고난이도의 수술을 하기에는 아직까지 무리가 있었다.

울란바토르 대법원장인 S(여?61)씨의 경우 10년 전부터 무릎 통증이 시작된 데다 무릎 연골이 모두 닳아 없어져 비수술적인 방법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했다. 통증으로 인해 걷기는 물론 업무에도 제약이 생겨 삶의 질마저 떨어진 상태였다. 정밀한 수술기술이 요구됐다. 인공관절치환술이 절실했지만 환자 상태를 고려한 결과 무리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꼭 낫고 싶다”는 환자의 말에 오트곤바야르 마이다는 이상수 교수를 소개했다.



이상수 교수는 “S씨는 2011년 10월 23일 2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당시 종합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딸도 동행했다. 무릎 연골이 모두 닳아 통증이 심한 상태였고 인공관절치환술이 절실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통증이 사라진 것은 물론 3개월 동안의 재활치료 후에는 예전처럼 운동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달 25일 S씨는 “의료진의 친절함에 만족했고 지역에서 재배한 야채와 재료로 만들었다는 음식도 좋았다. ‘진작 알았다면 더 좋았을 걸’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지긋지긋한 고통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에 후련하다. 무릎이 아프기 10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병원에 갈 때는 무릎 통증 때문에 휠체어를 탔지만 2주가 지난 후에는 두 발로 씩씩하게 병원을 걸어 나왔다”고 말했다.

◇‘제2의 삶 찾고파’ 병원을 찾는 몽골인 환자 급증

그녀가 몽골에 도착하자 지인들의 질문이 연이어졌다.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진지 오래인데다 의욕조차 없어보였던 그녀가 10년 전의 모습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S씨와 비슷한 시기 한국에서 수술받은 전 국가대표 레슬링 선수 G씨도 주위 사람들로부터 ‘다시 걷게 된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답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의 홍보대사가 됐다.

그 결과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이 아픈 관절을 잘 치료한다는 소문이 널리 퍼졌다. 병원을 찾은 몽골 환자가 2010년에는 7명에 불과했지만 2011년과 2012년에는 27명, 90명까지 증가했다. 2013년 8월 현재 병원에서 진료받은 몽골환자도 71명에 달한다.

◇제2의 삶을 맞은 몽골인들 몽골 발전을 위해 힘 모아

이상수 교수를 통해 제2의 삶을 찾은 이들은 몽골 내에서 최근 환우회를 결성했다. 지긋지긋하던 통증을 겪고 또 한국에서 치료받아 완치했다는 점이 그들을 하나로 모았다. 이렇게 좋은 수술을 더 많은 사람이 알고 혜택을 받는다면, 우수한 선진 의료를 몽골 의과대학과 병원에서 접하고 배운다면 더 많은 몽골인이 건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현실화시켰다.

환우회는 8월 25일 울란바토르 시내 한 호텔에서 ‘한림인의 밤’을 열어 이상수, 서은민 교수를 비롯해 윤희성 재단본부 경영전략국장 등 한림대학교의료원 관계자를 몽골로 초청했다. 대법원은 물론 국세청, 경찰대학교, 경찰청, 몽골 내 각 의과대학과 병원에서도 고위 관계자가 대거 참석했고 몽골인들은 한국의 선진 의료기술을 몽골에 전수해달라고 요청했다.

S씨는 감사패 전달식을 통해 “몽골 역시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인공관절치환술은 노인에게 꼭 필요한 수술이다. 비수술적인 치료로 더 이상의 호전을 기대하기 힘든 많은 관절염 환자들이 이 수술을 받고 통증에서 해방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