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안재만 기자
2011.01.14 13:16:39
정부, 정유·철강업종에 가격 인하·동결 요구
최대 실적-설특수 앞둔 항공업계 "우리도 걱정되네"
[이데일리 안재만 기자] 정부가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항공업계가 남몰래 끙끙 앓고 있다. 특히 항공업계는 설 연휴를 앞둔데다 작년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달성, 다른 업종보다 `눈치`가 더 보이는 상황이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이 철강업체들에 "가격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주문한데 이어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기름값이 묘하다"고 말하면서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다음은 우리 차례가 되는 것 아니냐"면서 근심 섞인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기업을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올해 5% 경제 성장을 목표로 하다보니 마땅히 꺼내들 수 있는 카드가 없고, 이 때문에 `입으로 압박하는` 상황이 되고 만 것.
정부의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 요구는 철강과 타이어, 정유 등에 집중되고 있다. 대체로 서민 혹은 중소기업 경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야들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주유소 등의 행태가 묘하다"면서 "기름값은 다른 물가에 큰 영향을 주는만큼 유가와 환율간 변동관계 등을 면밀히 살펴서 적정 수준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직접 특정 품목의 가격을 지적한데다 발언 내용도 직설적이어서 정유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정유업계는 대체로 "가격을 내릴만한 부분이 없는데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는 모습이다.
최경환 지경부 장관은 철강업계를 지목했다. 최 장관은 전날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철강분야 신년 인사회에서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주문했다.
최 장관은 이날 열린 신년 인사회 축사에서 "최근 설을 앞두고 원자재 가격과 국내 물가가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안정을 위해 철강업계가 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등의 협조를 해달라"고 말했다.
항공업계 역시 정부의 `가격 인하` 요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3일 유류할증료 체제를 전면 개편, 현행보다 낮추는 방안을 올해 업무계획에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유류할증료는 유가 인상으로 운임에 추가적으로 부가되는 할증료를 말한다. 유가 급등으로 인한 국적항공사의 부담을 완화하고, 외국 항공사와의 형평성을 고려한다는 명분으로 도입됐다.
현재 유류할증료는 2008년 6월 국토부가 발표한 기준에 따라 정해진다. 국제선의 경우 싱가포르항공유 가격이 갤런당 150달러 이상일 경우 1단계 유류할증료가 적용되고, 10달러 상승할 때마다 단계가 올라가는 방식이다.
그런데 문제는 유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항공사들은 이 기준에 맞춰 지난 1일부로 유류할증료를 올렸다. 그런데 추가적으로 유가가 상승, 또 다시 유류할증료를 인상시킬 요인이 발생한 것.
한 항공사 관계자는 "회사를 운영하는 비용에 있어 기름값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0% 가량"이라며 "유가가 오르면 항공사도 그만큼 힘든 구조라 유류할증료 개편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항공사들은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대한항공(003490)은 작년 1조원을 훌쩍 웃도는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아시아나항공(020560)은 3분기까지 532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모두 사상 최대 수준이다.
이외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등 저가항공사들도 나란히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항공업계 최대 호황덕에 첫 흑자라는 과실을 맛볼 수 있었던 것.
그런데 이것이 역으로 "다들 어려운 때 너네만 잔치 분위기냐"란 식으로 비난의 표적이 될 수 있어 우려된다는 반응이다.
게다가 특수 기대감에 설레야할 `설 연휴`도 부담스럽다. 귀성을 위해 비행기표를 구매하는 고객이나 해외여행을 떠나는 고객들이 "비행기표값이 너무 비싸졌다"고 비난하는 상황이 펼쳐질까봐 우려되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가 급등에다 금리 인상 등 악재가 만만치 않다"면서 "언제 갑자기 비행기표값 동결 혹은 인하 요구 발언이 나올지 몰라 걱정이 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