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 위기 '효성화학', 유증 대신 영구채 선택한 이유는

by하지나 기자
2023.07.16 15:31:52

■컴퍼니 워치 - 6분기 연속 적자 '효성화학'
자본잠식 우려에..신종자본증권 발행 검토 나서
불확실성 큰 유상증자 대신 영구채 발행 우회
실적 개선 안되면 이자 비용 부담 리스크 커져
베트남 공장 정상가동 돌입, 업황 회복 조짐 기대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효성화학이 자본잠식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자본 확충 방안으로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는 유상증자를 통해 단순히 자본금을 늘리는 것보다 실적 개선을 통해 재무안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2분기 적자가 유력한 상황에서 효성화학이 이번 영구채 발행으로 자본잠식 우려를 해소하는 한편 오랜 부진의 늪을 벗어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16일 효성 관계자는 “당장 시급한 운용자금과 관련해 영구채 발행을 유력 검토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금액이나 시기는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효성화학은 2021년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6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 1분기 45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새 결손금(마이너스 이익잉여금)은 계속 불어나 지난해 2714억원에서 지난 1분기 3536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1분기 자본총계는 329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효성화학 자본금은 159억원으로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2분기 자본잠식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 효성화학의 1분기 부채는 3조2764억원으로 부채비율은 9940.6%에 이른다. 1분기 이자비용만 422억6100만원에 이른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536억원) 대부분이 이자비용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효성화학의 영구채 발행 결정은 이처럼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서다. 영구채의 경우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식되는데다 증자보다 안정적인 자금 확보가 가능하다. 1분기말 현재 효성화학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효성(20.17%)을 비롯해 44.77%에 불과하다.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의 경우 효성의 지분율이 희석돼 자칫 지주사 지분율 요건(상장 자회사 20%)을 훼손할 우려가 있고, 흥행에 실패할 경우 주가 하락은 물론 계획된 자금 조달에도 차질을 빚게 된다.



제3자배정 방식 또한 효성의 자금 여력이 크지 않아 가능성이 떨어진다. 효성의 별도기준 1분기말 현금성 자산은 1099억원 수준으로 효성이 출자에 나서려면 자회사 배당을 늘려야 하는데 당장은 불가능하다. 효성그룹은 지주사 체제이기 때문에 공정거래법 제22조, 상법 제542조에 따라 계열사인 효성첨단소재·효성티앤씨의 효성화학 유증 참여 및 효성에 대한 자금 대여 등도 할 수 없다.

다만 영구채의 경우 통상 5년마다 발행사가 조기 상환할 권리(콜옵션)가 붙는데 이를 변제하지 못하면 스텝업 조항에 따라 이자 비용이 늘어난다. 결국 경영 여건이 나아지지 않으면 오히려 재무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이에 대해 효성화학은 그동안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던 베트남 공장이 정상가동에 돌입한데다 최근 업황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점진적인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효성화학은 최근 5년간 12억8000만달러를 들여 베트남에 폴리프로필렌(PP) 및 프로판탈수소화(PDH) 생산시설 등을 준공했지만 잦은 설비 결함으로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다가 최근 100% 가동에 돌입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사우디 아람코의 아시아향 프로판 계약가격이 7월 기준 톤(t)당 400달러로 4개월 연속 하락해 고점 대비 47% 하락했고 PP-프로판 스프레드도 최악의 상황을 통과해 최근 뚜렷한 개선을 보이고 있다”며 “실제로 국내 PP·DH는 6~7월 흑자전환 가능성이 높아졌고 베트남은 8~9월 흑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