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 드리운 감염병의 그림자...‘콜레라’는 무엇?[약통팔달]
by나은경 기자
2022.06.19 18:15:21
부패한 시신·쓰레기 탓...우크라이나 마리우폴서 창궐
수인성 전염병으로 위생환경 좋으면 전파력 낮아
제때 치료만 잘 하면 치명률 50%→1% 아래로 급감
‘괴질’·‘호열자’로 불려...국내발생은 2016년이 마지막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이제는 거의 자취를 감춘 줄로만 알았던 ‘콜레라’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비위생적인 보건 상황에 놓인 우크라이나에서 콜레라가 유행하면서입니다. 외신은 러시아군이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동부 마리우폴에서 콜레라가 발생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부패한 시신과 쓰레기 등으로 오염된 식수 때문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우크라이나에 콜레라 백신을 운송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전쟁으로 폐허가 된 마리우폴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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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라는 콜레라균인 비브리오콜레라 감염으로 발생하는 제2급 법정감염병입니다. 본래는 인도 벵골지역 풍토병이었는데 영국이 18세기 말 인도를 점령하면서 세계로 퍼졌습니다. 급성 설사를 유발해 중증 탈수가 빠르게 진행되는데요. 치료를 받지 않았을 경우에는 평균 사망률이 50%에 달할 정도로 치명률이 높은 데다 노인,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서는 치명률이 90%에 달합니다. 중증 콜레라의 경우 4~12시간 만에 쇼크에 빠지고 18시간~수일 내 사망할 수 있습니다. 잠복기는 보통 2~3일 정도이고 복통없이 물 같은 설사와 오심, 구토가 나타나는 것이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콜레라균은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 많이 서식하며 동물성 플랑크톤 표면에 붙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인성 전염병이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공기로 감염되지는 않고 환자의 대변, 구토물과의 직접 접촉을 통해 전염돼 상대적으로 엄격한 격리의 필요성은 덜 합니다. 끓는 물에서 쉽게 죽고 산에 약할 뿐만 아니라 콜레라에 걸리려면 1억마리 이상의 세균이 체내에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위생환경이 좋은 곳에서는 전파력이 높지 않은 편입니다. 지침상으로도 증상 완화 후 48시간이 지나면 격리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내합니다.
반면 보건위생이 좋지 않은 중남부 아프리카, 인도를 비롯한 개발도상국에서는 아직도 콜레라 환자 및 사망자가 나타납니다. WHO에 따르면 2018년 세계 콜레라 감염자는 50만명, 사망자도 3000명에 육박했습니다.
치료접근성이 떨어져 사망자가 나타나는 것이지 치료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 때문에 콜레라 감염으로 인한 사망은 더 안타깝습니다. 수액을 주입해 손실된 수분과 전해질을 공급하고 항생제 투여로 증증상의 진행속도를 늦추는 등 적절한 치료만 받는다면 치사율을 1% 미만으로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콜레라가 오염된 물로부터 전염된다는 사실이 밝혀진 후 1893년에는 최초의 콜레라 백신도 개발됐습니다. 이후 130년간 의학이 발전되면서 효과와 면역력 유지기간은 높이고 부작용은 줄인 백신이 개발됐습니다. 최근의 콜레라 백신은 2~3회 접종으로 6개월간 85%의 예방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국내 유통되는 콜레라 백신으로는 경구용인 엑세스파마의 ‘듀코랄액’, 수출용 경구용 백신인 유바이오로직스(206650)의 ‘유비콜’과 ‘유비콜플러스’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고종 16년인 1879년 ‘괴질’, ‘호열자’로 불리는 콜레라의 첫 감염자가 나왔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먼저 콜레라를 겪었던 일본으로부터 전염됐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후에는 1969년에 1538명이 감염되는 등 대유행을 겪다가 1980년대 이후 국내에서는 콜레라 발병률이 크게 줄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1980년, 1991년, 1995년, 2001년 집단감염이 발발해 각각 60~160명의 환자가 나온 적이 있는데요. 그뒤로는 해외에서 콜레라에 걸린 뒤 귀국해 감염 사실이 확인된 경우만 있다가 지난 2016년 광주광역시에서 국내 감염자로는 15년만에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2017년부터 최근까지는 해외에서 감염된 사례 외 국내 자체 발병 사례는 관찰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