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家 4천억원대 소송전으로 확대..형제갈등 '재점화'

by정태선 기자
2014.09.03 10:20:06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 형 박삼구 회장 고소
금호석화 "계열사 CP사들이게 해 회사에 손실"
금호아이사아 "채권단과 협의해 진행한 것"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왼쪽)과 박찬구 금호석유하학 회장(오른쪽).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금호가(家) 박삼구·박찬구 회장의 소송전이 4000억 원대 배임 소송으로 확산됐다.

금호석유(011780)화학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형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배임 혐의로 지난 8월 12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고 3일 밝혔다.

박찬구 회장은 2009년 12월 박삼구 회장이 계열사에 재무구조가 악화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기업어음(CP) 4200억 원어치를 사들이게 해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CP를 4200억 원 넘게 발행했고 금호석유화학과 금호아시아나, 대한통운 등 12개 계열사가 기업어음을 모두 사들였다. 그러나 그해 말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기업어음의 신용등급이 C등급으로까지 추락했다.

이와 관련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당시 CP 발행은 채권단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던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금호산업 등 계열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간 가운데 만기가 돌아온 CP가 연장되지 않는다면 채권단도 더 지원이 어렵다며 CP를 발행하고 계열사가 인수토록 채권단이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룹 측은 CP 발행에 앞서 “박삼구 회장은 2009년 7월 박찬구 회장을 해임하면서 동반 퇴진했고, 그 이듬해 12월에야 복귀했다”면서 “박 회장이 CP 발행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할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삼구·박찬구 회장의 갈등은 2006년 대우건설, 대한통운 인수 등에 대한 견해차로 비롯됐다.

박삼구 회장이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을 주도하면서 그룹의 몸집을 불려나갔지만, 금융위기와 함께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

이에 박찬구 회장은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늘리면서 분리를 추진했고, 형제간의 틈은 점점 더 벌어졌다.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 경영권을 채권단에 인정받았지만, 지분 정리가 완벽하게 되지 않아 법적으로 두 그룹은 아직 ‘금호아시아나그룹’이라는 한지붕 아래 묶여 있다.

2010년 금호석유화학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명목상의 계열분리 이후 검찰 수사와 고발, 상표권 소송 등 끊임없는 경영권 다툼을 벌여왔다.

금호석유화학 비자금 수사에 박찬구 회장이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는가 하면 2012년에는 ‘금호’ 브랜드를 둘러싸고 상표권 소송이 촉발됐다. 또 최근에는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매각 이행 관련 소송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