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영수 기자
2013.10.09 18:16:04
1년반 동안 1조5000억원 계열사 지원
담보 제대로 잡지 않아 업무상 배임 소지
[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동양파이낸셜대부가 1년반 동안 동양그룹에 1조5000억원을 빌려주면서 사실상 현재현 회장의 사금고 역할을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동양파이낸셜대부는 금융감독원이 현 회장을 검찰에 수사의뢰하면서 계열사간 불법자금 거래 혐의가 있다고 주목한 곳이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1년 6개월 동안 동양그룹 계열사간 거래(차입)된 금액은 총 1조7123억원에 달했다. 이중 동양파이낸셜대부가 다른 동양 계열사들에 빌려준 금액은 1조5621억원으로, 전체의 91.2%를 차지했다.
동양파이낸셜대부의 자금 지원이 집중된 곳은 동양레저(7771억원)와 동양인터내셔널(5809억원)이다. 동양파이낸셜대부가 동양그룹 전체 계열사들에 빌려준 자금의 86.9%를 두 곳에 빌려줬다. 이 회사는 지난달 말에는 동양, 동양시멘트, 동양생명 등에서 각각 350억원, 100억원, 200억원 등을 빌려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에 각각 420억원, 290억원을 대출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다. 시중에서는 도저히 돈을 빌리기 어려운 부실 회사들이 계열 금융회사인 동양파이낸셜대부를 통해 재무 상태를 고려했을 때 상상하기 어려운 연 6.5~9.3%대의 저리로 대출을 받아낸 것이다.
동양파이낸셜대부는 동양증권이 자본금 10억원을 전액 출연해 1993년 만든 동양증권의 100% 자회사다. 대부 업체라 비리 제보가 접수되지 않는 이상 금감원의 감독권이 제대로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 악용됐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결국 담보를 제대로 잡지 않고 자금을 빌려준 의혹이 제기됐고 이 과정에서 현 회장의 지시가 있었는지 규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금감원이 수사기관에 정식 수사를 의뢰했다.
동양과 동양시멘트는 상장사이기 때문에 계열사를 직접 지원할 경우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 있어 비상장사인 동양파이낸셜대부가 우회적으로 이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현 회장의 지시에 의해 담보를 제대로 잡지 않고 돈을 빌려줬을 경우에 동양파이낸셜대부도 제재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무상 배임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혐의가 입증되면 업무상 배임 등으로 기관경고 등 강력한 제재가 가능하다”며 “특히 모회사의 회생이 불투명한 가운데 영업력이 훼손될 경우 자체적으로 청산절차를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