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동 맹방` 바레인 수습총력..모로코·이란 시위확산
by김기훈 기자
2011.02.21 11:00:35
예멘은 야권 대화 거부로 난항
모로코·이란은 시위 확산 조짐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발생한 민주화 시위가 대규모 유혈 사태로 번지며 국제사회의 우려를 낳고 있는 가운데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한 해당 국가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바레인은 강경 대응 입장을 자제하고 야권과의 대화에 나섰다. 미국은 오랜 우방국인 바레인의 정국 불안이 자국의 안보 이익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바레인 사태 수습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예멘 역시 반정부 세력과의 대화를 모색 중이나 여의치 않은 상황이며, 모로코와 이란 등에서는 시위가 확산되면서 리비아에 이어 대규모 유혈 사태가 발생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바레인 정부는 군과 경찰을 동원한 시위 진압에서 한발 물러나 야권과의 대화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시위의 중심인 수도 마나마의 펄 광장에 배치했던 군 병력과 탱크 등을 철수시키는 한편 시위대의 광장 집회를 허용했다.
바레인의 이 같은 입장 선회는 강경 대응을 자제하라는 미국의 압박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이란 등 중동 적대국 견제 목적으로 현재 바레인에 해군 5함대사령부를 주둔시키고 있으며, 사태 확산에 따른 불똥을 우려, 바레인 정부에 사태를 조기 수습하라고 압력을 가해왔다.
20일(현지시간)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사우드 알-파이잘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바레인 사태 진정을 위한 지원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립 크로울리 미 국무부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미국은 바레인 사태가 사우디 등 주변 우방국으로 번질 경우 자국에 미칠 영향을 크게 염려하고 있다. 특히 사우디의 경우 미국에 있어 중동의 최대 동맹국으로, 테러와의 전쟁은 물론 원유 수입 등의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국가다. 미국으로선 사우디의 정국 불안이 자국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바레인 정부의 대화 방침에 이슬람국가협의회(INAA) 등 7개 야당 정파 대표들은 정부에 요구할 개혁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회동을 하는 등 향후 대응 방침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은 현 정부의 사퇴와 헌법 개정 등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가 연일 계속되는 예멘에서도 야권과의 대화가 추진되고 있으나 바레인과 달리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살레 대통령이 야권이 정당한 요구를 할 경우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6개 그룹으로 구성된 야권 연합체는 정부가 무력 진압을 지속하는 한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며 정부와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모로코와 이란 등에서는 시위가 더 확산되는 분위기다. 모로코 수도 라바트에서는 3000명이 넘는 군중이 변화를 원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최대 도시인 카사블랑카에서도 1000명이 이상이 왕권 제한과 정치 개혁을 촉구하며 거리를 행진했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는 수천 명의 시민이 반정부 시위를 벌였고, 이에 경찰이 최루가스를 이용한 강제 진압에 나서는 과정에서 1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정부는 테헤란 내 시위 취재를 금지했으며 이란 관영 매체들은 시위 관련 소식을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