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학선 기자
2009.02.03 11:46:00
공사채 잇따라 유찰..금융채도 장기물은 소외
[이데일리 이학선기자] 회사채 시장에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공사채 발행이 잇따라 무산되는가 하면 금융회사가 발행한 채권도 만기가 길면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정리해야할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이 혼재돼있어 투자자들이 돈을 빌려줄 엄두를 못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가 지난 2일 발행하려던 1000억원 규모의 공사채 입찰이 투자수요 부진으로 유찰됐다.
지난주에도 대한주택공사, 증권금융, 토지개발공사, 주택금융공사 등 주요 공사채 채권이 유찰되거나 발행예정액을 채우지 못했다.
일반 회사채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었다. 지난주 회사채 발행액은 1조6100억원으로 한주전에 비해 7250억원 감소했다. 거래량도 6000억원 가까이 줄었다. 설연휴 영향으로 거래일이 줄었기 때문이지만, 유동성에 기댄 반짝 랠리를 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김신근 한국채권평가 부장은 "우량 장기 회사채에 대한 투자수요 감소는 절대금리 수준에 대한 부담감과 더불어 그동안 장기 공사채 및 회사채의 대규모 발행이 누적된 결과"라며 "또 펀더멘털 개선에 기반하지 않고 유동성에 의존한 크레딧 스프레드 축소는 지속되기 어렵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채 시장에도 냉기가 돌고 있다. 지난주 중소기업은행이 발행한 6개월물짜리 채권은 콜금리보다 낮은 2.43%에 발행되기도 했으나 만기가 1년6개월 이상 은행채는 금리가 되레 올랐다. 시중에 풀린 돈이 단기자금시장으로 쏠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카드캐피탈사 등 2금융권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달 1조원 가량 발행하며 활기를 되찾는듯 했지만, 절반이상인 5840억원이 기존에 발행한 채권 상환용이었다. 신규자금 조달보다는 빌리돈 갚기에 바빴다는 의미다. 자산유동화증권(ABS)도 신용보강을 누가했느냐에 따라 발행금리가 차이가 나는 등 신용위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파트장은 "금리인하의 한계가 가까워지면서 유동성랠리가 일단락되는 분위기"라며 "본질적으로 구조조정이 빠르게 진행되지 못하는 가운데 기업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외국계증권사 관계자도 "금리인하나 재정지출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거를 곳은 거르는 속도감있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옥석가리기가 제대로 안되면 지금처럼 돈이 풀려도 실물로 흘러가지 않는 문제가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