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물가·소비·생산 동반 부진…아베 3기, 출범부터 삐걱(종합)
by최정희 기자
2014.12.26 10:54:07
물가상승률 둔화에 추가 부양 기대감도
산업생산 및 소매판매 둔화..가계지출도 마이너스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지난 24일 출범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제3차 내각이 시작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둔화된 물가 상승률 등 개선세가 미약한 경제지표가 26일 무더기로 발표되면서 아베노믹스에 대한 의구심이 점점 더 커져가는 모습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절반 이상이 아베노믹스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로 인해 일본 증시도 하락, 거래중이다. 한편에선 추가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일본의 물가상승률이 넉 달 연속 둔화했다. 국제유가 하락과 소비지출 부진이 지속된 탓이다. 일부에선 유가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물가상승률 둔화로 추가 경기부양책이 나올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일본 통계청은 11월 물가상승률(신선식품 제외)이 전년동월비 2.7%를 기록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2.7%)와는 부합하지만 9월까지만 해도 3% 초반대를 기록했던 물가상승률에 비해선 둔화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도쿄의 식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상승률은 2.3%로 예상치(2.3%)와는 같았으나 전달(2.4%)보단 둔화됐다. 지난 4월 소비세율 인상효과를 제외할 경우 물가상승률은 0.7%로 전달(0.9%)보다 낮아졌다. 유가 급락으로 에너지 가격 역시 한 달 전보다 1.2% 하락했다.
가장 큰 이유는 국제유가 급락이다. 일본 중앙은행은 싼 기름값이 기업의 투자과 고용을 촉진하고 근로자의 임금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이보단 디플레이션(마이너스 물가상승률) 압력이 더 빠르게 나타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일단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전날 재계 관계자들을 만나 “일본은 상품 수입국으로 유가 하락에 따른 이득이 예상된다”며 “더 많은 설비투자와 고용을 촉진해달라”고 당부했다. 기업이 보유한 현금 및 예금은 9월 기준 233조엔(2132조원)에 달한다. BOJ는 공급과 수요의 격차가 줄어들면서 소비자물가가 상승하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유가 하락이 물가상승률 둔화로 이어지면서 내년쯤 BOJ가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게 대다수 이코노미스트의 의견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스미토모 미쓰이 자산운용의 아키요시 타쿠모리 이코노미스트는 “물가상승률은 석유가격 하락으로 인해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날 함께 발표된 산업생산과 소매판매도 느린 경기 회복세를 보여줬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11월 산업생산이 전월비 0.6% 하락했고 밝혔다. 시장의 예상치(1.0%)에도 훨씬 못 미칠 뿐 아니라 전달(0.4%) 상승세에서 하락세로 반전됐다. 소매판매 역시 전년동월비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옷, 음식, 음료 등을 중심으로 늘어났지만, 시장 예상치(1.2%)이 절반에도 못 미친 데다 전달(1.4%)에 비해서도 크게 둔화됐다. 대형 유통업체의 매출은 1년 전보다 1.2% 늘어났다.
가계지출은 1년 전보다 2.5% 하락했다. 시장의 예상치(-3.5%)를 웃돈 데다 전달(-4.0%)보다 개선되면서 지난 4월 소비세율 인상 충격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마이너스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느린 회복세를 증명했다.
그나마 노동시장은 개선세를 보였다. 실업률은 3.5%로 예상치와 부합했다. 전달과도 변함이 없었다. 다만 구직자 대비 빈 일자리 수를 나타내는 유효구인배율은 1.12로 전달보다 0.02포인트 상승했다. 100명의 구직자가 있다면 빈 일자리는 112개란 얘기다. 22년 만에 최고치다.
이날 경제지표 부진으로 일본 증시는 하향세를 타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오전 10시 27분 니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19% 하락한 1만774.92에 거래중이다. 그나마 토픽스 지수는 0.07% 상승한 1422.25에 거래되고 있다. 엔화는 1달러 당 120.19엔으로 전 거래일보다 0.23% 하락했다.
도쿄 노무라 홀딩스의 수석 전략가인 지취 와코는 “주식시장은 (크리스마스 휴장으로) 시장참여자가 부족해 안정세를 탈 것”이라며 “전반적인 방향을 부족해 투자자들은 중소형주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