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위 스프린트로는 아직 배고파"..손정의, 美기업 추가인수 야심

by이정훈 기자
2014.02.13 11:14:17

소프트뱅크 회장 "이통시장 뒤흔들겠다..추가인수"
자금조달 다각적 모색중..일부선 확장에 우려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일본 이동통신업체 소프트뱅크가 미국 3위 이동통신사 스프린트 인수후 미국 4위 이통업체 T모바일까지 인수하려던 시도가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또다른 미국기업 인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손정의(57·사진)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기자들과 만나 “스프린트가 미국에서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스, AT&T에 이어 3위 이동통신사이지만 현재 상황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손 회장은 이어 “나는 2위나 3위 자리에 안주하지 못한다”며 “이것이 내 성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보다 구체적으로 “우리는 이들 선두업체들에게 도전해 이동통신시장 자체를 뒤흔들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며 대표적인 미국 작가 에드거 앨런 포우의 싯구를 인용해 “이는 꿈속의 꿈(a dream within a dream)”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이를 위해 또다른 미국 기업을 인수할 필요가 있다”며 인수 의사를 분명히 했다. 다만 그는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손 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미국 법무부와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 등 규제당국이 스프린트와 T모바일간 합병을 승인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이후 나온 것이라 주목된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스프린트를 216억달러(약 23조342억원)에 인수했다. 일각에서는 손 회장이 T모바일 인수를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스프린트에 이어 T모바일까지 인수하면 중국 차이나모바일에 이은 세계 2위 통신사로 단숨에 올라선다.

손 회장은 그동안 “미국 이동통신산업은 경쟁체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소비자들이 느린 네트워크를 사용하면서도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통신료를 지불하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업계 전문가들은 소프트뱅크가 미국 1·2위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검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추가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내에서 회사채 발행을 이미 타진했으며 현재 36.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알리바바그룹을 뉴욕이나 홍콩증시에 상장(IPO)시키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가입수가 계속 줄고 있는 스프린트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만큼 이같은 추가 인수가 오히려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 스프린트는 네트워크 접속 속도를 13배까지 끌어 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지난해 75억달러를 네트워크 설비에 집중 투자한데 이어 올해 80억달러를 추가로 써야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