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重, 1.5조 유전개발 시추설비 수주
by정태선 기자
2013.06.12 11:18:22
드릴십 보다 비싼 1기당 6.5억 달러, 2기 옵션 계약도 체결
2020년까지 연평균 2~3기의 대형 잭업리그 발주 예상
|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대형잭업리그 조감도. 삼성중공업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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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삼성중공업이 조선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대륙붕 지역 유전 개발 시추 설비인 대형 잭업리그(Jack-up Rig)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삼성중공업(010140)은 노르웨이 스타토일사에게서 북해용 대형 잭업리그 2기를 약 13억 달러(1조 4614억원)에 수주했다고 12일 발표했다. 1기당 선가 6억5000만 달러는 평균 5억~6억 달러에 발주되는 드릴십보다도 비싼 가격이다.
잭업리그는 선체에 장착한 잭업레그(Jack-up Leg· 승강식 철제 기둥)를 바다 밑으로 내려 해저면에 고정하고, 선체를 해수면 위로 부양시킨 후 시추작업을 수행하는 장비다. 파도와 조류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작업할 수 있기 때문에 수심은 얕지만 파도가 거센 해역에 주로 설치된다. 현재 운용 중인 잭업리그는 대부분 수심 100m 이내의 해역에서만 작업할 수 있는 중소형 설비로 싱가포르와 중국 조선업체들이 오랜 건조 경험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반면 삼성중공업이 이번에 수주한 잭업리그는 최대 수심 150m 해역에서 해저 10km까지 시추할 수 있는 대형 설비다. 이 설비는 겨울철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노르웨이 북해의 혹한과 거친 해상 조건 속에서 시추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중소형 잭업리그의 평균 가격이 2억달러 수준인 반면 이번에 수주한 대형 잭업리그는 6억5000만 달러로 중소형 설비 가격의 3배를 웃돈다.
삼성중공업이 잭업리그를 수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첫 수주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설비를 따낸 셈이다.
삼성중공업은 시추선의 대명사인 드릴십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북해에 투입하는 다양한 해양설비와 선박을 건조해 본 경험이 많다는 점이 입찰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잭업리그와 동일한 방식의 잭업레그를 장착한 해상풍력발전기설치선을 건조했다는 점도 이번 수주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번 계약에는 2기의 옵션도 포함돼 있어 삼성중공업의 추가 수주도 기대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2020년까지 연평균 2~3기가 발주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대형 잭업리그가 조선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면서 “이번 수주를 토대로 대형 잭업리그 시장을 선점해 나겠다”고 말했다. 최근 수요가 늘어나고 대형 잭업리그 분야는 국내 조선업체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고부가 제품 시장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