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시장 `광산 속 카나리아`, 이번엔 휘발유?

by김혜미 기자
2011.05.12 10:27:48

11일 휘발유값 급락에 금속·농산물 일제 하락
상품시장 추세 전환 논란 지속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글로벌 상품 가격이 11일(현지시간) 또 급락했다. 지난주 폭락 이후 어느 정도 낙폭을 만회하는가 싶었는데 채 사흘이 되기도 전에 이내 고꾸라졌다.

그런데 이날 상품시장 흐름은 지난주와 비슷한 점이 상당히 많아 눈길을 끌었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와 유로존 재정에 대한 불확실성, 선물 증거금 인상 등이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 것. 다만 지난주 상품가격 급락을 주도한 품목이 은(銀)이었다면, 이번 주는 휘발유가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11일 휘발유 선물 가격은 장중 일일 가격제한폭인 갤론당 25센트까지 밀리며 급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 측은 5분간 거래를 정지시킨 뒤 제한폭을 50센트까지 늘려 거래를 재개했고, 결국 휘발유 6월물 선물 가격은 7.6% 급락한 갤론당 3.1228달러에 마감됐다. 휘발유 선물 거래가 중단된 것은 지난 2008년9월 이후 처음이다.

휘발유를 비롯한 원유와 난방유 등 에너지 선물 가격이 급락하자 대부분의 상품 가격도 줄줄이 내렸다. 지난주 두 자릿 수의 하락률을 나타냈던 은 선물 가격이 7% 넘게 밀린 것은 물론 비철금속과 농산물 가격도 일제 하락했다. 이에 따라 대표적인 상품 지수인 로이터-제프리 CRB 지수는 3% 밀렸다.




지난주 은값 급락이 상품시장 과열을 알리는 하나의 신호라는 분석이 있었던 만큼, 휘발유값 급락을 또 하나의 경고음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그동안 미국 내에서는 국제유가 상승세보다 휘발유값이 더 빠르게 오른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휘발유값 급락이 추세 전환의 전조라는 주장은 그동안 상품 시장이 실제 수급상황보다 `우려` 혹은 `가능성`에 의해 가격이 급등해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예를 들어 올해 국제유가가 상승한 데는 중동지역 민주화 시위로 인한 공급차질 우려가 상당부분 영향을 미쳤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따르면 현재 수급 상태는 그리 나쁘지 않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공급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있었으나 아직까지 실제 공급차질이 일어났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반면 `원자재 블랙홀`인 중국의 4월 경제지표 둔화는 수요 감소 가능성을 나타낸다는 설명이다.
 
지난주와 이번 주 상품시장 움직임에서 눈여겨 봐야 할 것은 가격 급락의 가장 큰 원인이 선물 증거금 인상에 있다는 것이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측은 오는 12일부터 휘발유 증거금을 계약당 9450달러로 인상했으며 헤지펀드 및 금융사들로 구성된 투기세력의 초기 증거금은 21.4% 상향된 1만1475달러로 조정됐다.

증거금 인상은 지난 1~2주 동안 나타났던 것과 마찬가지로, 트레이더들의 포지션 축소를 불러와 가격 하락을 불러오게 된다.
 
그러나 증거금 인상은 단기적인 영향을 주는 데 그칠 것이며 상품시장 강세는 계속될 것이란 주장이 아직은 더 많아 보인다. 키이스 피츠제럴드 머니모닝 선임 스트래티지스트는 향후 1~2년 내에 상품 가격이 몇 주 전 목격한 것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