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경민 기자
2011.01.31 10:49:26
두바이 사태보다 영향력 작을 듯
조정빌미 제공에 그쳐..기술적 조정
정유·화학 관련주 수혜 기대
[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잘 나가던 국내증시가 이집트라는 새로운 돌부리에 걸렸다. 유럽발 재정위기나 일본의 신용등급 강등 재료에도 비교적 코스피는 꿋꿋함을 잃지 않았지만, 이집트 재료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인 것.
31일 오전 10시42분 현재 코스피는 전일대비 1.57%(33.1포인트) 내린 2074.44을 기록 중이다. 이번 사태로 지난 주말 미국은 1~2% 이상 하락했고, 이집트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모로코 등 이집트 주변 증시는 3~9% 이상 큰 폭으로 미끄러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하락의 원인에 대해 실제 재료의 영향력 크기보다는 그동안 과열을 식히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번 이집트 사태는 정치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 30년째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는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올해 치러지는 선거에서 아들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려다 민심이 폭발하게 된 것이다.
이에 이집트 석유 수출의 길목인 수에즈 운하가 막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에즈 운하가 막히면 중동에서 생산된 원유가 북미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수에즈 운하가 막힐 가능성이 크지 않은 만큼 이번 이집트 사태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승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에즈 운하는 2000년대 이집트 재정 수입의 약 4%, 경상수지 중 서비스 수입의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이집트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면서 "이런 중요성 때문에 운하가 막힐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또 이집트가 주요 수출국이 아닌 만큼 유가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번 사태가 중동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에 지난 주말 유가는 4% 이상 급등했다.
박정우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집트의 원유 생산량은 전 세계 생산량의 1%에도 미치지 않는다"면서 "주요 산유국이 아니라는 점에서 일시적인 반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두바이 사태나 유럽 재정위기 등에 비해 영향력이 적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박 연구원은 "두바이 사태의 원인은 과도한 차입에 의존한 과잉투자라는 경제적 문제였다"면서 "반면 이집트 사태는 정치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측면에서 두바이 사태보다 영향력은 작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도 "두바이 사태나 남유럽 재정위기 등에 비해 영향력이 큰 악재라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한국 등 단기 급등으로 조정욕구가 커진 시점에서 빌미를 제공한 것에 불과하다는 판단이다. 다우지수 기준 뉴욕증시는 최근 8주 연속 상승했고, 코스피는 사상 최고가 행진을 즐기고 있었다.
곽 연구원은 "이전 튀니지의 `쟈스민 혁명`이 일어날 당시에도 이번 사태 확산에 증시는 관심이 없었다"면서 "울고 싶은 데 뺨 맞은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이집트 사태가 국내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면서 "조정의 촉매 역할을 한 정도"라고 평가했다.
단기적으로 조정 압력이 높겠지만 장기적으로 상승 추세는 변하지 않을 전망이다.
김지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제 회복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추세에서는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집트의 민중시위와 중동지역으로의 전염 가능성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면서 "단기 조정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장화탁 동부증권 연구원은 "가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이집트와 중동의 민주화 시위라는 민감한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지만 당분간 조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사태로 정유주와 화학주에 긍정적이지만 건설과 자동차에는 악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장 연구원은 "아랍 지역의 소요사태가 확산되면 이 지역의 생산시설 운영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면서 "정유주와 함께 중동지역 화학제품 공급물량의 일시적인 감소에 따른 화학업체의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만약 수에즈 운하가 폐쇄된다면 조선·해운업종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