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국헌 기자
2006.10.17 12:40:45
韓中 미지근한 입장에 美 `경고`
라이스 국무, 동북아 순방해 시행 촉구할듯
[이데일리 김국헌기자] 지난 주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면서, 일본과 중국 등 북한의 주변국들이 수출중단과 화물검색 등 본격적인 대북제재 실행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이미 강경한 제재 방침을 밝힌 일본은 북핵 사태에 대해 자국 안전을 위협하는 '주변사태'로 보고 북한 선박에 대해 광범위한 검사에 나설 방침이어서 무력충돌 가능성까지 우려되고 있다. 중국도 세관원들이 북한과 인접한 단둥시에서 화물 트럭을 감시하고, 일부 은행이 대북송금을 중단하는 구체적인 제재에 나섰다. 우리 정부도 포용정책을 수정할 것이라고 밝힌 이후 제재의 수위와 실행방법 등을 고심중이다.
미국은 정치적 관계는 물론, 북한과의 경제적 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중국과 한국의 동참이 대북제재의 관건이라고 보고 더욱 강도높은 결의안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북한이 최근 중국 대신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고, 중국이 겉으로는 대북제재에 동참한 상황에서 미국의 압박이 주변 강국들의 일관된 제재조치를 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한의 최대 교역국이자, 공산주의 우방인 중국이 북한을 어떻게 제재할 것인지가 가장 관심사이다. 중국은 이번에 상당히 발빠른 행보를 보였지만 미국은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중국은 16일 대량살상무기(WMD) 거래 의혹이 있는 북한 화물에 대해 검색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17일 북한과 인접한 단둥시에서 화물 트럭 검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화물을 압류하거나 저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서를 달아 미국의 반발을 샀다. 왕광야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각 나라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검색을 할 것"이라며 모든 유엔 회원국에 북한의 화물 검색을 강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화물검색에는 동의하지만 이는 화물을 중간에서 압류하거나 저지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안보리 결의안에 동의한 만큼 통상적인 조치는 취할 수 있지만 강제적이고 물리적인 제재를 가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중국은 여전히 북한에 대한 군사적인 제재를 반대하면서 6자 회담을 통한 외교적 해결 수단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미국은 중국의 대응을 고무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중국이 제재가 생색내기나 전시용이 아니냐는 의문을 떨치지 못하는 분위기다.
북한의 주변국 가운데 가장 강경한 입장을 보인 일본은 호주와 함께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우선 미국의 북한 선박·항공기 검색을 협조하기로 하고, 미국과 구체적인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이미 유엔 안보리의 제재안 채택 이전부터 독자적인 제재안을 내놓았던 일본은 결의안 채택 이후 수출 금지 품목을 확대했다. 일본 정부는 17일 군사적 목적으로 전환될 소지가 있다며 최첨단 전자제품을 대북 수출 금지 품목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일본은 이미 소비재와 술·담배 등 고가 기호품을 수출 금지 품목으로 정한 바 있다.
또 일본 재무성은 앞으로 3개월간 일본 금융기관 230개를 대상으로 대북 관련 송금 내역을 조사하기로 했다. 일본은 지난 9월 북한 관련 금융계좌를 동결한 데 이어 북한의 1차 핵실험 발표 이후인 지난 13일 북한의 선박과 국적자의 일본 입국을 금지했다.
한편 호주도 북한 선박의 입항을 금지했다. 알렉산더 다우너 호주 외무장관은 "호주가 북한선박의 입항을 거부한다면, 호주가 UN의 제재에 명백하게 기여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공식적으로 안보리 결의안을 지지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제재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포용 정책을 바탕으로 남북 경제협력 사업을 추진해왔기 때문에 복잡한 상황이다.
일단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사업과 금강산관광 등 남북 경제 협력사업은 계속 이어가고 포용 정책을 수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실제로 북핵미사일 발사이후 쌀, 비료 지원을 중단했고, 개성공단 추가분양도 유보된 상황"이라며 "이 자체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강력한 제재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미국은 한국과 중국의 대북 제재의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을 표명하면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동북아 순방을 결정해 구체적인 제재를 끌어낼 방침이다.
그러나 미국 언론은 중국과 한국의 대응책이 미진하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6일 유엔 대북 제재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북한의 가장 중요한 교역국인 한국과 중국의 입장이 중립적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라이스 국무장관은 "동맹국이라면 부담도 공유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의 남북 관계 재평가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에 대해 중국이 안보리 제재안에 찬성해놓고 결의 이행에 대해 미심쩍은 태도를 보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대북제재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중국과 한국의 태도가 관건인 만큼 미리 침을 놓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