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짝마, 움직이면 먹어버린다!

by조선일보 기자
2006.07.06 12:20:00

신당동 ''성내식당''

[조선일보 제공] 맛있는 곳을 찾아 다닌다는 것은 어찌 보면 호사다. 끼니 건너뛰기를 밥 먹듯 하는 형사들에겐 더더욱 그렇다. 신문지 깔고 밥 먹는 게 더 익숙하고, 때우기 급급한 형편이지만, 피곤이 쌓일 때일수록 맛있는 것이 절실한 법. 수서에서 강남, 마포까지 근무처를 옮겨가며 서울 바닥을 샅샅이 수사한 지 6년. 강형사가 그렇게 ‘체포’한 숨은 맛집을 공개한다.



외식을 자주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절실한 건 ‘집 밥’이다. 강남 근무 시절 발견한 ‘광주식당’은 그런 면에서 훌륭했다. 애호박·감자·풋고추를 송송 썰어 넣고 바지락을 곁들여 찌그러진 스테인레스 냄비에 폭폭 끓여 먹는 된장찌개(5000원)는 우리가 된장찌개에 기대하는 바로 그 맛! 본래 이 식당의 인기 메뉴인 낙지볶음(1인분 8000원·사진)은 커다란 양푼에 따뜻한 쌀밥을 담아 비벼 먹는데, 낙지와 양파와 고춧가루만으로 어찌 그런 맛이 나는지 신기할 뿐이다. 세련되지 않은 음식이지만 솔직하고, 강하고, 맛있다. 점심, 저녁 모두 줄이 길다. 좀처럼 손님에게 존댓말을 쓰지 않는데, 오히려 그게 정겹다. 개나리아파트 사거리에서 강남경찰서 방향. (02)557-5181



좋은 사람 있으면 같이 가고 싶은 예쁜 집이다. 레드 와인으로 졸인 뒤 장미 꽃잎을 흩뿌린 브라운 망고 소스 안심구이(3만5000원·사진), 레몬 버터소스를 얹은 가자미 요리(3만원) 등이, 이탈리아의 어느 가정집에서 정성스레 마련한 저녁을 대접 받는다면 이런 분위기일 듯 싶다. 알맞게 구운 닭가슴살에 라임칠리소스를 얹어 따뜻한 야채와 함께 내놓는 요리(2만2000원)는 새콤한 소스가 참 오묘한 맛을 낸다. 토마토·버섯 등으로 심플하게 토핑한 이태리식 얇은 피자(1만3000원)도 담백하고 고소하다. 경리단에서 하얏트 호텔 방향 언덕길을 거의 끝까지 올라와서 녹색 천막 쳐진 입구를 찾을 것. (02)798-4752


형사에겐 소주만이 낙일까? 아니다. 귀에 익은 스탠더드 재즈가 흐르고 나무냄새가 나는 와인 바가 이 곳. 라이브 공연으로 유명한 이태원 ‘올댓재즈’ 사장이 친구들과 동업해 6개월 전에 새로 연 곳이다. 짙은 갈색 톤으로 마무리한 편안한 인테리어. 2층과 3층 옥상 테라스에서 삼청동 거리풍경을 보며 그윽한 와인을 즐길 수 있다. 혼자 가도 어색하지 않을 바가 있어서, 힘겨운 하루를 보낸 날 기분 달래기에 좋다. 칠레 와인을 비롯, 60~70여 종의 와인 리스트가 잘 갖추어져 있고, 꽃게 한 마리를 통째로 넣은 토마토크림소스 수제 페투치네(2만3000원), 바다향 풍기는 오징어 먹물 파스타(1만9000원·사진) 등 와인과 곁들일 수 있는 모든 요리에서 주방장의 수준급 솜씨가 느껴진다. 토마토가 듬뿍 들어간 얼큰한 시칠리아식 홍합찜(1만8000원) 강추. (02)733-3325





사건으로 마음이 답답한데 비라도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면 편한 사람과 마주 앉아 소주 한잔 하고 싶다. 그런 순간을 위한 대폿집. 드럼통으로 만든 둥그런 식탁에 등받이 없는 간이 의자가 놓였다. 곱창·대창·염통·벌양·양파·감자를 모두 모아 구워 먹는 모듬곱창(2인분 2만8000원·사진 위)은 씹을수록 고소해서 소주가 달다. “아주머니 불 좀 한번 질러 주세요!” 하면 막 올려 놓은 곱창에 소주를 뿌리면서 불을 붙이는데, 한바탕 멋진 불꽃이 솟아오르고, 곱창 특유의 역한 냄새가 말끔히 사라진다. 부추 무침도 맛이 좋다. 대창 1인분 1만4000원, 곱창 1만5000원. (02)425-1486





이 골목 저 골목 뛰어다니며 ‘그 놈’을 기다리다 보면, 어느새 점심때 되고 저녁때 된다. 여유는 없지만, 그래도 뭔가 맛있는 게 땅길 땐 이 집이 좋다. 참기름이 살짝 둘러진 콩나물 위에 따뜻한 쌀밥이 담겨 나오는데, 고추장을 넣어 비빈 다음 찌개 국물과 함께 일단 한 수저 뜨면 어느새 다 먹었는지 찌개도 밥도 없다. 독특하게 계란을 넣은 우렁된장찌개(4000원)는 쫄깃한 우렁과 구수한 된장의 조화가 좋다. 순두부, 김치찌개 등 모든 음식이 3000~4000원. 종로 국일관 맞은편 작은 골목 안 사거리. 가게는 좁고 손님은 많아, 줄 설 각오를 해야 한다. (02)2265-5744

의협심과 자부심 넘치는 대한민국 경찰. 그리고 날카로운 미각으로 소문 난 미식가. 30년 된 식당부터 6개월 전 새로 연 바까지 골목골목 꿰고 있어, 회식장소나 데이트 장소 못 정한 민간인 친구들이 구조를 청할 때마다 출동을 마다 않는다. 1994년 경찰 임용 이후 동부서 조사관, 수서서·강남서 수사2계장을 거쳐, 현재 경제사범 등 지능범을 다루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지능팀장으로 있다. 일할 때는 카리스마 넘치지만, 쉬는 날에는 등산과 와인, 글쓰기를 즐기는 로맨틱한 30대 싱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