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문병언 기자
2001.12.18 12:51:13
[edaily] "국내 최고의 기술이라고 내세울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다." 아이젠텍 우진호 사장(37)의 말이다. 자기 회사 자랑에 여념이 없는 여느 벤처기업 사장들로부터는 듣기 어려운 전혀 의외의 말이다.
대신 우 사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돈 버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독보적인 기술은 없지만 시장에서 검증됐거나 검증될 수 있는 기술과 제품으로 승부하겠다"는 설명이다.
가장 중요한 건 "돈버는 기술"
이같은 우 사장의 말처럼 아이젠텍은 최근 새로운 사업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차량용 핸즈프리, PDA 컨텐츠 제공, 영화, 모바일 게임사업 등에 진출했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댄스 전문 인터넷 방송국 "댄스TV"도 오픈했다.
주요 아이템이 한두개인 다른 벤처기업에 비하면 과연 이들 사업을 모두 제대로 키워나갈 수 있을 지 의문이 들 정도다. 우 사장도 이를 인정한다. "만물상처럼 보이지만 2~3개 사업부에서 매출과 수익을 내면서 다른 사업을 향후 수익원으로 키우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신규사업은 모두 철저하게 "돈 되는 사업"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여기에는 지난 99년 아이젠텍을 인수한 우 사장이 걸어온 경력도 한몫하고 있다.
우 사장은 지난 87년부터 91년까지 삼성물산 심사부에서 해외 투자분석 업무를 담당했으며 해외인력 송출을 하는 두만강투자개발, 토목회사인 우용개발을 경영하면서 수익성 있는 사업모델을 추구하는 경영감각을 익혔다.
실제로 이들 사업은 이제 열매를 딸 시점에 와 있다. 핸즈프리의 경우 SK글로벌과 독점판매 계약을 맺었다. SK텔레콤 전국 1200여개 대리점에서 연간 20만대, 017에 10만대 납품이 예정돼 있어 190억원 이상의 매출 달성이 가능할 전망이다.
PDA 컨텐츠 제공을 위해서는 경향커뮤니케이션을 설립했다. KTF, 야후 등과 제휴해 PDA를 통해 방송을 하게 된다. 통신 영화 애니메이션 음악 스포츠 등 엔터테인먼트 전 분야에 걸친 유무선 컨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경향커뮤니케이션은 사업 초기 회원들에게 PDA를 무상으로 지급할 예정인 데 아이젠텍이 PDA를 납품받아 공급하게 된다. 현재 예상하고 있는 5만대를 공급할 경우 300억원(대당 60만원)의 매출이 기대된다.
모바일 게임의 경우 내년 상반기부터 KTF, SKT 등에 영화 관련 게임서비스(엽기적인 그녀, 마리이야기)를 제공할 계획으로 있다.
아이젠텍이 가장 주목받고 있는 신규사업은 바로 영화다. 아이젠텍은 영화 "친구"의 일본 공급계약을 체결, 내년 3월9일 개봉한다. 일본 관객이 100만명일 경우 이에 따른 러닝개런티는 50억원에 이른다.
게다가 지난 10월에는 영화사 "에그필름"을 설립했다. 국내 정상급 영화감독 5명과 전속계약을 맺어 출범 때부터 커다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아이젠텍은 에그필름을 영화를 중심으로 음반 게임 애니메이션 등에 진출해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육성할 계획이다.
그동안 아이젠텍의 주요 제품은 POS(판매시점정보관리시스템) 관련 제품과 SW 개발이었다. 새로 뛰어든 사업영역은 기존 사업과는 완전히 동 떨어진 것들이다.
고수익 미래형 성장기업 변신
이같은 다방면에 걸친 사업확장에 대해 "기존 제품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고 우 사장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POS의 경우 외국제품이 시장을 완전히 장악해 국내 대기업조차 발을 붙이지 못하는 실정이고 SW개발 역시 당장 돈이 되지 않고 시간이 지나야 수익성을 갖출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수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안정적인 수익창출 및 성장 잠재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 사장은 "내년 매출액을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획기적으로 달라질 것"이라며 "올해보다 몇배로 늘리는 게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현재는 자본금에 비해 외형과 순익이 자랑스럽지 못하지만 내년에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비로 매출액의 10%를 투자하고 있으며 개발인력이 전체의 65%에 이른다"며 "기존 POS공장도 정리하고 현재는 외주를 주고 있는 등 회사는 개발만 하고 생산은 아웃소싱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우 사장이 기존 사업을 등한시하는 건 아니다. POS의 경우 국내 제품이 먹힐 수 있는 경제발전이 다소 뒤처진 제3세계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앞으로 80%이상을 수출할 계획이다.
LED 디스플레이도 최근 도로공사에 도로교통 안내전광판용으로 16억6000만원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또 한국형 치매검사도구의 개발을 완료해 현재 서울대병원, 노인복지단체 등에서 실용화 테스트를 진행중이다. 내년 1분기부터 보건의료기관 병원 노인시설 등을 대상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우 사장은 "시장내 새로운 패러다임의 형성에 직면해 그동안 축적된 기술과 능동적 기업경영으로 수익구조 다변화에 집중해 왔다"며 "이같은 노력의 결과로 고수익 성장구조를 구축, 기업가치 레벨업에 성공했으며 미래형 성장기업으로 변신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우 사장이 특히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에그필름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아직 스트럭쳐가 낙후, 산업규모에 비해 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여서 공략할 여지가 얼마든지 있다"고 분석했다.
영화산업의 경우 제작사와 배급사, 스크린으로 구성되는 데 배급과 스크린은 절대강자가 존재하지만 제작사는 아직 "도토리 키재기"식이라는 것이다.
우 사장은 "한해동안 40~45편의 국산 영화가 제작되는 데 이 중 A급 배우가 출연하거나 감독이 제작하는 주목받는 영화는 20편에 불과하다"면서 "에그필름은 1년에 3편 정도의 영화를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출발 때부터 상위그룹에 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그필름은 내년 1월에 영화 2~3편의 동시 제작에 들어가 7~8월쯤 상영할 예정이다.
월급 10만원, 연봉 120만원인 우 사장의 경영철학은 "긍정적인 사고, 적극적인 도전, 발전적인 창조"이다. "회사에 필요한 인력은 주인의식을 가진 직원이고 회사는 주인의식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회사는 10년, 20년 영속성을 가져야 되는데 연예 스타처럼 반짝하는 회사를 찾는 경향이 있다"며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투자자들에게 주문했다.
<우진호 사장 약력>
1964년 경북 의성 출생
1980년 대입 검정고시 합격
1981년 서울대 법학과 입학(최연소 합격)
1985년 한양대 대학원 행정학과 입학(수석입학)
1987년 한양대 대학원 행정학과 졸업(행정학 석사)
1989년 미 컬럼비아대학교 로 스쿨 교환연구원
1987년~91년 삼성물산 심사부 대리
1991년~99년 두만강투자개발 대표이사
1996년~현재 우용개발 대표이사
2000년~현재 아이젠텍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