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땅에 돈 파묻어 놨다는데"...전두환 손자, '문' 열어줄까
by박지혜 기자
2023.03.30 09:50:46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누가 우리 집 땅에 돈을 파묻어 놓았다는데 파보라고 그래”
전 재산이 29만 원이라는 전직 대통령 전두환 씨가 생전인 2003년 2월 한 말이다. 벤츠 차량과 콘도회원권,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집까지 경매당하고 나니 남은 게 없다는 항변이었다.
그러나 이후 검찰 수사로 전 씨의 둘째 아들 재용 씨에게 73억여 원이 흘러간 사실 등 비자금이 드러나면서 전 씨가 거짓말을 한 셈이 됐다.
| 마약 투약 혐의 관련 조사를 마치고 석방된 전직 대통령 전두환 씨의 손자 우원 씨가 29일 오후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광주로 향하는 차량에 탑승한 뒤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 씨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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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 씨 일가의 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손자이자 재용 씨 둘째 아들인 우원(27) 씨는 자신의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9일 YTN 뉴스라이더에서 “전 씨가 사망했기 때문에 추징금의 뚜껑은 닫혔다. 아무리 큰돈을 갖고 와도 그 안에 넣을 수 없다. 우리나라 대법원에서도 그렇게 판단해서 사실상 땅에서 500억대 추징금이 나왔다 할지라도 문이 닫혀서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을 열자는 게 ‘전두환 추징 3법’인데, 국회에 계류돼 있다. 소급 입법 문제가 있어서 다툼이 있는 것이고, 그 문만 열 수 있으면 땅을 파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승 선임연구원은 “범죄수익 은닉 등에 관한 법률들이 2001년 만들어졌다. 범죄수익을 은닉하면 몰수 추징을 할 수 있는데, 공소시효가 7년”이라며 “불법 재산을 계속 갖고 있으면 불법이 계속 유지되는 거잖나. 그러면 공소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면서 검찰에 법리 검토를 요청했다.
| 전두환 씨 손자 우원 씨가 공개한 할머니 이순자 씨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내 스크린 골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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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씨는 1997년 대법원에서 내란과 뇌물수수 등 혐의가 인정돼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 원의 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전 씨는 추징금 납부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고, 2003년 재산을 공개하라는 법원 명령에 현금성 자산이 ‘29만1000원’에 불과하다고 밝혀 국민의 공분을 샀다.
국회에서 관련 법을 개정하고 검찰이 전담팀을 꾸려 전 씨의 미납 추징금 집행에 나서 현재까지 추징된 금액은 약 1283억 원이다. 관련 법적 절차가 마무리돼 조만간 받는 금액 55억 원까지 더해도 867억 원의 미납금이 남는다.
2021년 11월 전 씨가 사망하면서 추징금 집행도 사실상 종결됐다. 형사소송법상 추징은 당사자가 사망하면 상속 재산을 대상으로 집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도 전 씨 일가에 대한 추징 집행을 계속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전 씨가 사망한 뒤라도 미납 추징금을 환수할 수 있는 ‘전두환 재산추징 3법’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 법이 통과되더라도 헌법이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소급 입법이 가능한가에 대해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은 최근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의 고발장을 접수한 뒤 우원 씨가 폭로한 전 씨 일가의 비자금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 전직 대통령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가 30일 오전 광주 서구 모 호텔에서 체크인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전씨는 5·18 관계자들에게 사죄하겠다며 광주를 방문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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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마약 투약 혐의로 입국 직후 경찰에 체포됐다가 풀려난 우원 씨는 곧바로 광주를 찾았다.
30일 0시 40분께 SBS 제작진 차량을 타고 광주 서구 모 호텔 앞에 도착한 그는 “태어나서 처음 와보고, 항상 두려움과 이기적인 마음에 도피해오던 곳”이라며 “많은 분이 천사 같은 마음으로 환영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저를 포함한 제 가족들로 인해 지금까지 너무 많은 상처를 받고 원한도 많을 것 같다”며 “늦게 와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늦게 온 만큼 저의 죄를 알고, 반성하고 더 노력하면서 살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5·18 단체와 31일 공식적인 만남을 할 예정인데 그전에 (5·18에 대해) 공부할 기회를 가지려고 생각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