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사우디 방문에도…OPEC+, 10월 하루 10만배럴 감산

by방성훈 기자
2022.09.06 10:27:03

바이든 사우디 방문 따른 9월 증산분 기존 수준으로 되돌려
G7 러 원유 가격상한제·이란 핵합의 복원 경계 등 영향
시장 전문가들 "美·서방 시장 개입에 반발한 정치적 결정"
백악관 "유가 안정 위해 필요한 조치 계속할 것"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23개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10월부터 석유 생산량을 하루 10만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이후 9월에 증산하기로 했던 물량을 기존 수준으로 되돌린 것이다.

(사진= AFP)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OPCE+ 소속 산유국들은 이날 10월 석유 생산량을 논의하고 하루 10만배럴 감산에 합의했다. 이는 9월 증산하기로 했던 것과 같은 물량으로 전 세계 수요의 0.1%에 해당하는 규모다.

OPEC+는 최근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 우려 등으로 국제유가가 하락한 것을 반영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 6월 배럴당 약 120달러에서 최근 약 95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OPEC+는 또 시장 변동성이 지속될 경우 사우디가 언제든지 임시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

FT는 전 세계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서방 정부들의 요구를 무시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시장 전문가들도 정치적인 결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 및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에 대한 경계감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석유 중개업체 PVM의 타마스 바르가는 “사우디가 이란 핵합의의 부활과 관련해 미국에 보내는 정치적 메시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핵합의 복원 후 이란산 석유가 시장에 공급되면 유가가 하락할 수 있다.



주요7개국(G7)이 러시아산 석유를 일정한 가격 밑으로만 수입하는 상한제를 시행하기로 합의한 것도 감산 결정의 원인으로 꼽혔다. 유가를 90달러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미국과 국제사회가 시장 개입을 시도할 경우 주저하지 않고 행동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설명이다.

컨설팅업체 에너지 애스펙츠의 지정학 분석가인 매튜 홀랜드는 “이번 감산은 유가가 무너지는 것처럼 보이면 (산유국) 그룹이 가격을 지지하기 위해 행동할 것이라는 점을 시장에 보여주기 위해 최소한은 부분적으로 설계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가 안정을 위해 사우디까지 방문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에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OPEC+의 감산 결정 이후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은 경제 성장을 지지하고 미국과 전 세계 소비자를 위해 에너지 가격을 낮추기 위해 에너지 공급이 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에너지 공급을 강화하고 가격을 낮추는 데 필요한 조치를 계속할 것”이라 덧붙였다.

그는 또 바이든 대통령이 유가 안정을 위해 미국 및 동맹국의 전략 비축유 방출 등의 조치를 취했으며,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고 미국 내 원유 생산이 증산 과정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OPEC+의 감산 결정으로 국제유가는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거래일 대비 2.3% 상승한 배럴당 88.85달러를 기록했다. 장중 9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11월물 브렌트유는 전거래일 대비 2.92% 오른 배럴당 95.74 달러에 거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