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선도 위태한 코스피…"경제재개·배당株로 대응"

by이은정 기자
2021.10.04 23:10:18

3100선 하회한 코스피, 코로나 이후 분기 첫 하락전환
인플레 부각…"공급망 우려 연말 갈수록 완화 가능성"
"금리는 충격 줄 정도 아냐…경기둔화 덮치며 증시 흔들
비용부담에 실적전망↓…"은행·지주·통신·건설 등 봐야"

[이데일리 이은정 유준하 기자] 코스피 지수가 대내외 불확실성에 3000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한달 반만에 다시 1000선 밑으로 떨어졌다.

미국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일정이 가시화된 가운데 국채금리 상승, 중국 헝다그룹의 디폴트 우려, 미 연방정부 부채한도 협상 지연, 공급망 문제가 복합적으로 맞물리며 증시를 끌어내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4분기 유동성 힘이 빠지며 코스피 3000선 하회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경기 회복세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증시가 약세장으로 진입하기 보다는 4분기 반등 기회를 모색할 것이란 전망이 높다. 증권사 리서치 센터장들은 예정된 악재에 둔감한 종목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위드 코로나’ 수혜를 입을만한 경제재개 관련주, 금리상승에 대비할 수 있는 금융주·유틸리티주 등이 대표적이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지난 1일 전 거래일보다 49.64포인트(1.6%) 내린 3019.18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8일 3100선 밑으로 떨어진 이후 30일을 제외하고 모두 1%대 하락세를 기록하며 3000선 초반대로 밀려난 것이다. 분기 기준으로는 3분기 6.9% 내렸다. 코스피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 1분기(-20.1%) 이후 2분기 20.2% 오르며 반등해 상승세를 이어왔지만 다시 하락전환한 것이다. 코스닥지수는 983.2까지 밀려 지난 8월23일 이후 처음으로 천스닥 붕괴를 맛봤다.

외국인은 지난 9월 1조990억원을 사들이며 5개월 만에 순매수로 전환했지만, 아시아 증시 불안요인들이 도사리고 있다. 중국 헝다그룹 등에 외국인 수급환경은 중립 수준을 넘어서기 쉽지 않다는 평이다. 중국 전력난, 코로나19에 따른 생산 차질,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확산은 ‘공급망 쇼크’로 이어졌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 불확실성에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흔들리고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최근 공급망 병목 현상이 내년까지 갈 수 있고 이에 인플레이션 상승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금리인상 사이클이 빨라지는 상황에서 인플레 압력을 인정하고, 장기화될 가능성을 열어놓음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채권금리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공급망 병목현상과 물가 상승압력 확대는 실적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추가적 수요를 제한하고 비용 부담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달 시작되는 3분기 실적시즌은 양호하게 지나갈 수 있지만, 시총상위 업종의 내년 실적에 그림자가 질 수 있어서다. 4분기부턴 반도체 업황이 주춤하고 소프트웨어 업종에도 규제 리스크가 번지면서 내년 코스피 이익전망은 하향조정세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가파른 금리 상승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재정지출 합의 지연도 장기화되고 있다. 미국 상하원이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서명까지 완료돼 연방정부 셧다운은 피했지만, 부채한도 협상과 3조5000억달러 규모 예산 조정안 등이 지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거시경제 불확실성에 3분기부터 기업 이익 전망치가 하향조정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 이익 기대값이 3분기를 시작으로 연말연초까지 꺾일 것으로 본다”며 “비용(원가, 인건비) 상승에 따라 내년도 기업들의 영업이익 마진 전망치(9.7%)가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 저점은 단기적으로 3000선을 하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센터장은 “헝다 사태, 전력난 등에 중국과 연계성이 높은 한국 경제에 대해 외국인들은 접근이 조심스러울 수 있고, 금리는 예상보다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며 “미국 빅5 기업들은 3분기 컨센서스 기준으로 2분기 대비 모두 하향세고, 이에 단기적으로 피크가 지나가며 코스피는 4분기 3분기 저점(3050)을 하회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다만 4분기 후반으로 갈수록 코스피는 바닥을 다지고 반등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높다. 글로벌 공급망 충격은 시간이 지날 수록 완화될 것이고 금리상승도 속도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금리는 최근 일주일 동안 상승 속도가 빨라 성장주에 영향을 미쳤다”며 “여전히 시장에 충격을 줄 정도로 높진 않은 만큼 속도를 봐야 하고, 성장주 특성상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불편하게 보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 상승에 경기 둔화 리스크가 동시에 작용하며 제조 비중이 높은 한국이 좀 더 영향을 받게 될 수 있지만 최근의 코스피 조정이 추세적으로 바뀌는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며 “미국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고 보지만 자산시장에 우호적이었던 저금리 환경 자체를 바꿀 수준의 상승 우려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승우 센터장은 “코스피가 조정을 받더라도 글로벌 경제 회복 추세는 꺾이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에 4분기 후반으로 갈수록 반등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이에 4분기엔 증시 변동성 속 금리 상승에 대응하면서도 리오프닝주에 접근이 유효하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변동성이 높은 장에서 금융이나 유틸리티, 지주 등 배당성향이 높고 금리 상승에 대비할 수 있는 종목을 선호한다”고 짚었다. 윤지호 센터장은 “항공과 여행, 은행주들을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윤창용 센터장은 “단순히 서비스 업종과 같은 리오프닝보다는 공급 차질이 완화되면서 좋아질 수 있는(영향을 받았던) IT, 자동차 등을 긍적적으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센터장은 “경기 둔화 국면에서 밸류 부담이 낮아진 제약·바이오, 정책 사이클을 타는 건설, 배당 기대감이 있는 통신, 지주사 등을 중심으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