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 현금성자산 149조원..삼성·현대차 '쏠림' 여전

by오희나 기자
2014.07.27 16:21:05

10대그룹 현금성자산, 5년전보다 56%↑
사내유보금 516조원 대비 29% 수준
삼성>현대차>SK>LG 順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국내 10대 그룹이 보유중인 현금성 자산은 모두 149조 원으로 5년 전에 비해 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삼성과 현대차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20%포인트 이상 증가해 쏠림 현상이 더욱 심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27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10대 그룹 76개 상장사(금융사·지주사 제외)를 대상으로 올해 1분기 기준 현금성자산을 조사한 결과 148조52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그룹이 쌓아 놓은 사내유보금 516조 원 대비 29% 수준이다.

10대 그룹의 현금성자산은 5년 전인 2009년 95조1000억 원에서 지난해 말 138조 원으로 43조 원 가까이 늘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3개월 만에 10조5000억 원이 급증했다. 5년 전에 비해서는 56.1%나 늘어난 셈이다.

이에 따라 현금이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11.9%에서 13.6%로 높아졌다. 현금성자산은 현금에 만기 1년 미만의 단기금융상품을 합한 금액이다. 현금성자산은 부채 상환을 위한 외부 차입금이 포함될 수 있어 영업활동이나 자본거래 등으로 발생하는 사내유보금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처럼 기업들의 현금성자산이 크게 증가한 것은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대기업들이 현금을 비축해 국내외 시장상황에 대비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10대 그룹 중 현금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삼성그룹으로 66조 원을 기록했다. 2009년 27조5000억 원에 비해 무려 140% 가량 늘었다. 이중 삼성전자의 현금성자산이 59조4000억 원으로 90%를 차지했다.



2위 현대차는 현금성자산이 42조8000억 원으로, 5년 전(21조9000억 원)보다 96% 증가했다.

삼성과 현대차그룹의 현금성자산을 합치면 108조8000억 원으로 2009년에 비해 120.3%나 증가했다. 10대 그룹 현금성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9년 51.9%에서 올해 3월말 기준 73.3%로 20%포인트 이상 증가해 삼성·현대차로의 쏠림이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과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기업들의 현금성자산은 오히려 감소세를 보였다. 이들 8개 그룹의 현금성자산은 39조7000억 원으로 5년 전 45조7500억 원보다 13.2% 감소했다.

SK와 LG는 각각 10조4000억 원과 8조700억 원으로 그 뒤를 이었으나 2009년과 비교하면 오히려 줄었다. SK는 13조7000억 원에서 24.2% 감소했고, LG도 11조6000억 원에서 30.5%가 줄었다. 포스코 역시 6조8400억 원으로 5위에 올랐지만, 5년 전에 비해서는 24.8% 감소했다.

이 외 현대중공업(5조3400억 원. 37%), 롯데(3조5700억 원. 1.9%), GS(3조1700억 원. 74.3%), 한진(1조5200억 원. -19.4%) 순으로 현금성자산을 보유했다.

한화는 8200억 원으로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현금성자산이 1조 원을 밑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