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현아 기자
2014.07.10 10:09:41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미래창조과학부가 올해 초 영업정지 기간에 사전 예약을 받은 이동통신 3사의 68개 휴대폰 대리점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단말기 보조금을 과다 지급했다는 이유로 이통3사에 각각 45일씩 영업정지 시정명령을 했는데, 이 기간에 사실상 영업을 했으니 검찰 고발이 불가피하다는 게 미래부 주장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고발 대상에 이동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가 제외된 것은 물론 수사 의뢰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간 장관까지 나서 영업정지기간에 가입자 모집을 하거나 보조금을 살포하면 해당 이통사 대표를 형사고발 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과 180도 다른 행보다.
미래부는 “이통사가 대리점의 불법 행위를 직접 지시한 증거가 없어 고발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해명이 너무 궁색하다. 이럴순 있다. 사상 초유의 영업정지 기간 동안 일부 대리점에선 영업정지 기간인 줄 모르고 찾아온 손님에게 “3일 뒤면 풀려요, 미리 가입하세요”라고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시 이통3사는 언론사에 “본사 개입 없이는 불가능합니다”라며 경쟁사가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제보했었다. 녹취 파일이나 문서, 사진 등을 경쟁적으로 제공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근거로 ‘영업정지 이통사, 사전예약형태로 가입자 모집 논란’이라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미래부가 대리점 대표만 고발하면서 설명한게 사실이라면 언론은 오보를 낸 셈이다.
미래부가 대리점 대표들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하면서 이동통신 관계자들을 고발 대상에서 제외한 건 이통사 간 진흙탕 싸움의 본질을 모르는 처사라는 생각이다. 더 큰 문제는 미래부가 갑을(甲乙)관계에서약자인 대리점에만 책임을 지웠다는 점이다. 공정경쟁을 위해 제대로 심판을 보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오는 10월부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시행되면 공시한 보조금보다 보조금을 15% 이상 더 쓰는 유통점(대리점·판매점)도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지금까지는 불법 보조금의 책임은 온전히 이통사에 있었는데 앞으론 대리점도 법적 책임을 나눠지게 된 것이다. 잘못된 휴대폰 유통구조를 잡겠다는 뜻도 있지만, 여차하면 중소유통상인들에 범법자의 낙인이 찍힐 수 있는 구조다.
중소상공인만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불법 보조금을 이통사와 제조사, 유통점 중 누가 주도했느냐를 따져야 한다. 그러려면 제조사와 통신사가 각각 얼마만큼 보조금을 지급했는지 정확하게 규명하는 게 중요하다. 당장 제조사와 이통사가 주는 보조금을 분리해 공시하고, 중소 유통점의 경우 처벌보다는 교육과 홍보기간을 갖는 세심한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