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윤진섭 기자
2011.11.10 11:45:59
사상 첫 네온사인 피크타임 금지, 기업체 10% 의무감축
정부 "이대로 가다간 제2 9.15 정전 불가피"..실효성은 글쎄
[이데일리 윤진섭 기자] 올 겨울철 한반도는 그 어느 때보다 어두워질 것으로 보인다. 노래방 호텔 백화점을 비롯해 불야성을 이루는 거리의 네온사인은 저녁 5시부터 7시까지 의무적으로 꺼야 한다. 기업체들도 공장을 돌리기 위해서 본사 등 건물 내 불 켜진 전등을 틈날 때마다 소등해야 한다. 사상 처음으로 10% 의무감축이 시행된다.
9.15 정전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은 정부가 10일 겨울철 전력 대책을 발표하면 전기 절약을 촉구하고 나섰다. 종전 에너지 절약 대책이 국민 전기 절약을 호소하는 성격이라면 이번에 강제적 성격이 짙다.
지경부는 내달 5일부터 내년 2월 29일까지 석 달 동안 백화점, 대형마트를 비롯해 교육용 건물 4만7000여 곳의 난방 온도를 20도 이하로 제한키로 했다. 종전 에너지 다소비 건물 478곳에만 적용하던 것을 대폭 확대한 셈이다.
또 계약전력 1000kW 이상 사용 고객 1만4000곳을 대상으로 피크시간(오전 10-12시 오후 5-7시) 전년 사용량 대비 10%를 의무적으로 줄이도록 한 절전 규제를 신설했다. 길거리 네온사인도 저녁 피크시간(오후 5~7시)에는 사용을 금지토록 했고, 피크시간 이후에도 네온사인은 1개만 사용토록 했다.
또 절전 규제로만 안정적 운영이 어려운 기간(1월 둘째주에서 셋째주)에는 정부가 일주일 전 지정한 특정일의 피크시간 평소 사용량의 20% 이상을 감축하는 주간 할당제를 4000여 곳을 대상으로 실시할 방침이다.
정부가 이처럼 전력 수급에 민감한 것은 올 겨울 전력난이 위험 상황을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경부 분석에 따르면 올 겨울 최대 전력수요는 7853만㎾까지 치솟고 전력 공급 능력에서 최대 전력 수요를 뺀 공급 예비력은 400만㎾ 이하까지 떨어져 비상상황인 400만㎾를 위협할 전망이다. 특히 내년 1월 둘째 주부터 셋째 주 사이에는 예비 전력이 53만kW까지 하락해 예비율이 1%에도 못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선 발전소 한 곳만 고장 나도 9.15 정전 사태가 재발 될 수 있다. 전력난을 막기 위해 정부는 모든 발전소를 총동원하고 있다. 정비 시점을 앞당기거나 뒤로 미루는 방식으로 올 겨울에 맞춰 발전소를 풀가동하고 있다.
정부가 강도 높은 에너지 수요 관리 대책을 내놨지만 관건은 이 같은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느냐다. 지난 9.15 정전 사태 당시에도 사전에 약정을 맺고도 긴급 자율절전에 실제로 참여한 업체가 적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정부는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피크 주간 할당제 약정 고객에게 참여 실적에 따라 산업용 평균 요금의 최대 10배를 인센티브로 지급키로 했다. 올해 신설된 10% 이상 절전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과태료를 부담하는 경우 실익이 더 큰 기업들이 많을 것을 예상된다.
대형 건물의 난방 및 조명 사용 제한 규정을 어길 경우에도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규제 대상 건물이 대폭 확대돼 단속이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