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융주 계속된 추락..날개는 없나
by김윤경 기자
2008.07.01 11:33:08
리먼, 매각설 재부각..주가 8년래 최저
모간스탠리, 골드만삭스·리먼 투자확대 주장 `눈길`
사모펀드 투자 완화 등 날개될 수도..손실공개 선결돼야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리먼 브러더스 매각설. 메릴린치 추가 상각 가능성. 모간스탠리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
6월의 마지막 거래일 뉴욕 증시에서 금융주들은 끊이지 않는 악재들이 재부각되면서 크게 밀려났다. 리먼 브러더스 주가는 2000년 이래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다우존스 윌셔 미 은행지수는 2분기 26% 급락했고, 다우존스 미국 투자 서비스 지수는 13% 하락했다.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 10개 업종 가운데 금융 업종은 지난 달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으며, 올들어 현재까지 하락률은 30%에 달한다.
이렇게 표면적으로 봐선 금융주들에게 있어 호재는 결코 없어 보인다. 신용위기의 바닥이 어디인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불안감이 증폭될 수 밖에 없다.
이달 초 제기됐던 매각설이 또 다시 불거지자 미국 4위 투자은행인 리먼 주가는 11% 떨어지며 8년만에 2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1분기 30억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하고 60억달러의 자본을 확충하겠다고 밝힌 리먼이 바클레이즈 등에 팔릴 것이란 소문은 이달 초부터 돌았다. "리먼, 매각 가능성 있다"-CNBC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또 다시 투자자들이 리먼이 헐값에 매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하면서 주가는 크게 떨어졌다.
리먼은 현재 월가 메이저 투자은행들 가운데 몸집이 가장 작을 뿐 아니라 경쟁사에 비해 부실 모기지 채권 노출도도 높기 때문에 이같은 얘기가 끊이지 않고 있는 듯 보인다.
샤퍼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의 애널리스트 닉 페리는 이날 옵션 시장에서도 리먼 주가가 떨어질 것이 예측됐다고 전했다.
지난 달에만 리먼 주가는 47% 밀렸고, 올들여 현재까지 하락률은 무려 70%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처드 풀드 리먼 최고경영자(CEO)는 그러나 이날 열린 투자자 모임에서 회사의 생존이나 발전을 위한 구체안을 내놓지 못했다.
다만 회사 사정이 어려운 만큼 올해 보너스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을 뿐이다.
이날 메릴린치 주가도 3.1% 밀렸다.
라덴버그 탈먼의 애널리스트인 딕 보브가 "메릴린치는 3분기 주식 발행을 통한 자본 확충에 나서야하고, 블룸버그통신 보유지분 20%의 매각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망한 데 따른 것.
보브 애널리스트는 메릴린치가 올해 주당 1.64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치 1.37달러에 비해 늘어난 것. 목표 주가도 39달러에서 30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지난 주말 모간스탠리의 등급 하향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악재로 작용했다.
와코비아와 코메리카는 폭스피트켈튼으로부터 배당금을 삭감할 가능성이 가장 큰 지방은행들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각각 4% 이상 미끄러졌다.
그러나 이런 불안감이 조만간 마무리될 조짐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긴 하다.
모간스탠리가 골드만삭스와 리먼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overweight)`로 제시한 것은 단연 눈에 띈다.
패트릭 핀쉬미트와 애비 고쉬 애널리스트는 이날 두 금융사에 대한 커버리지를 개시하면서 투자를 늘리라고 주장했다.
단기적인 상각 리스크는 견조한 유동성과 자본 확충으로 균형이 잡히고 있다는 것.
골드만삭스는 경쟁사 대비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에 따른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봤고, 리먼은 향후 2분기 동안 손실을 보전할 만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리먼 투자의견 `비중확대`-모간스탠리
이에따라 리먼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3.3% 뛰면서 20달러대를 회복했다.
WSJ은 최근 사모펀드의 금융사 투자나 금융사간의 인수합병(M&A)에 대한 규제 완화 움직임이 보이고 있는 것이 금융주 신뢰 회복을 위한 하나의 계기라고 진단했다.
지금까지는 금융사 지분 25% 이상을 취득한 투자자는 엄격한 감독을 받아야 했고, 10~25% 사이의 지분을 갖게 되더라도 은행의 경영진을 통제할 수 없다는 합의를 해야만 했기 때문에 이익을 내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모펀드라 하더라도 부실 금융사 투자를 쉽게 하지 못했던 게 사실.
따라서 이 규제가 풀린다면 사모펀드의 수혈을 받아 투자은행들이 숨통이 더 트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굳이 `매각`이란 강수를 두지 않아도 될 수 있다.
WSJ은 다만 규제 완화에 앞서 손실이 얼마가 됐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선결 조건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