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리스크`·안보 정쟁에 지워진 野..이재명 `유능`으로 돌파구

by이상원 기자
2022.10.16 18:08:45

`故김문기·백현동 허위발언`, 李 재판 18일 시작
감사원·북한 도발에 이슈 뺏긴 민주당
李 바이든에 IRA 서한, 尹엔 민생 촉구 메시지 보내

[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경제·외교·안보’까지 윤석열 정부의 3연타 실정에도 더불어민주당의 앞길은 밝지 않다. 이재명 대표의 재판 절차가 이번 주 시작되면서 ‘사법 리스크’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또 연일 일어나는 북한의 무력시위와 감사원 논란에 이목이 쏠린 탓에 이재명표 ‘민생’ 정책이 또다시 가려졌다는 평가다.

지난 8월 16일 전북대에서 열린 ‘전북사랑 토크콘서트’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가 웃으며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강규태 부장판사)는 오는 18일 오전 10시30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대표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22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은 하위 직원이라 성남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는 등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백현동 사업’과 관련해서도 같은 혐의를 적용했다. 지난해 10월 이 대표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 당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대한 용도변경 특혜 의혹을 두고 “국토부가 용도변경을 요청했고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에 따라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발언한 것을 허위라고 보고 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공소사실에 관한 피고인의 입장을 확인하고 공판기일에 대비해 증거조사 계획을 세우기에 정식 공판과 달리 피고인의 직접 출석 의무는 없다. 민주당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승엽(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를 선임한 상황에서 법원에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 대표를 향한 검찰의 공세는 말 그대로 말로(末路)”라며 “리스크가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겁박일 뿐 무슨 확신으로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에 넘겼는지 황당할 따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슈마저 민주당의 편이 아니다.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와 감사원 논란으로 민주당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분야가 좁다는 평이다. 민주당은 최근 ‘대감(대통령실·감사원) 게이트’라는 신조어까지 만들며 견제에 나섰지만 잘 먹히지 않는다는 게 당내 의견이다.



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 대표는 자신의 재판을 앞두고 ‘유능’ 키워드를 재차 앞세우며 `사법 리스크` 등에 대응하고 있다.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포함한 미국 당국 고위 관계자 20명에게 ‘한국산 전기차 차별’ 조항이 포함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해결책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 대표는 서한에서 “8월 미 의회에서 통과된 IRA법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것으로, 입법 취지에 적극 공감한다”면서도 “대한민국 국민과 기업은 IRA에 포함된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세제지원 차별 조항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가파른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며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메시지를 직접 보내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 “연이은 빅스텝으로 금리가 가파르게 치솟으며 살기 위해 빌린 돈이 삶을 옥죄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금융서비스의 확대와 개선을 촉구했다.

이 대표는 현 경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대안으로 △가계부채 고위험 가구의 고금리 대출 저금리 전환 △저소득 가구에 대한 긴급생계비 지원 확대 △유한책임대출 확대 △정부·지자체·금융기관 연계를 통한 고위험가구 발굴 시스템 구축 등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지금은 관리를 넘어선 비상 대책이 필요한 때”라며 “이미 약속드린 대로 민주당은 불법사채무효법, 금리폭리방지법, 신속회생추진법 등 가계 부채 3법을 최우선 과제로 조속히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부와 여당이 포기한 민생을 책임질 것은 민주당밖에 없다”며 “‘사법 리스크’와 윤 정부의 실정과 상관없이 민생을 챙길 때 국민도 진심을 알아줄 것”이라 설명했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안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