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 4시 퇴근...공무원의 공무원을 위한 내수정책?

by최훈길 기자
2017.02.23 09:08:48

50개 중앙부처 평균 연가사용률, 50% 미달
민간기업 장시간 노동 OECD 2위..증가세
과도한 업무량, 눈치 보여 '칼퇴근' 불가
기재부 "인센티브 강구"..전문가 "재검토해야"

2015년 기준 연간 노동시간. (출처=OECD)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부가 내수활성화 대책으로 금요일 오후 4시에 퇴근하는 ‘한국판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를 도입하기로 한 것을 두고 정부 안팎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우선 공직사회에서도 반신반의한 분위기다. 현재 보장된 연가 휴가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데 금요일 조기 퇴근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2월 인사혁신처 발표에 따르면 공무원도 부여된 연가를 절반도 채 못 쓰고 있었다.

50개 중앙부처 공무원 6만여명 대상으로 연가 사용실태에 따르면, 국가공무원 평균 연가 사용일수(2015년 기준)는 10.0일로 집계됐다. 이는 평균 연가일수 20.6일의 48.5%에 그치는 수준이다. 부처별로는 외교부(5.2일), 교육부(6.0일), 금융위원회(7.9일)는 평균 미달이었다. 직급별로는 5급 이하 10.6일, 4급 이상 10.0일, 고위공무원 7.9일 순이었다.

연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건 과도한 업무량(35.4%), 조직 내 분위기(30.7%) 등이 주된 이유였다. 한 중앙부처 사무관은 “부처마다 차이는 있지만 최근 들어 업무 강도가 세지는 복지·안전 쪽은 ‘칼퇴근’은 꿈도 못꾼다”며 “대체 인력(시간제 공무원)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연가를 쓸수록 동료에게 일을 떠넘기는 게 돼 눈치를 안 볼 수 없다”고 토로했다.

민간 기업은 더 심각하다. 살인적인 노동 시간 때문이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노동시간이 길다. 2015년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정부 보고 기준)은 2113시간으로 OECD 평균(1766시간)보다 347시간 길었다.



한국의 노동시간은 최근 오히려 더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2013년 2247시간에서 2015년 2273시간으로 26시간 늘었다. 정부가 연간 노동시간을 2020년까지 1800시간으로 줄이겠다고 했지만 공염불이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같은 근로여건을 고려한 현실성 있는 대책을 내놓을 것을 주문한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는데 퇴근 시간만 당기면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며 “뭔가 해야 한다는 정부의 심리적 상황도 있겠지만 단기적인 정책으로 피로감만 올라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인센티브를 부여해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민간 부문의 유연 근무가 촉진되도록 여러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며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설계를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23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관계부처 회의에서 내놓은 내수 활성화 방안 중 하나다. 일본이 이달 24일부터 시행하는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를 본뜬 것이다. 일본 정부는 직장인이 매달 마지막 금요일 오후 3시에 퇴근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처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매일 30분씩 일을 더 하고 한 달 중 하루 금요일에는 오후 4시 퇴근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재계·노동계 의견 등을 듣고 내달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