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결사체 만들 것” 정의화, 총선 이후 정계개편 시사
by김성곤 기자
2016.03.27 18:20:25
새누리당 공천 맹비난 “공천 아닌 악랄한 사천”
“사당화된 새누리당 돌아갈 생각이 없다”
유승민 복당 시사에 “차라리 밖에서 희망줘야” 러브콜
| 정의화 국회의장이 21일 잠비아에서 열린 제134차 국제의회연맹(IPU) 총회 본회의에서 ‘청년세대의 발언권 강화를 통한 민주주의 활력 증진’을 주제로 연설을 하고 있다. |
|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정의화 국회의장이 ‘새로운 정치결사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4.13 총선 이후 정계개편을 시사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은 지난 24일 남아공 순방과 IPU총회 참석을 마치고 귀국한 뒤 일부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맹성토하며 향후 정치적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정 의장은 우선 비박계 학살로 불린 친박계 주도의 공천과 관련해 ‘비민주적 숙청’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공천이라는 이름으로 정당 민주주의와 의회 민주주의는 물론 법치국가의 기본 원칙을 완전히 뭉개버렸다”고 맹비난하면서 “공천이 아니라 악랄한 사천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모두 날려버리는 조선시대의 사화와 같은 꼴“이라고 비판했다.
향후 행보와 관련해서도 새누리당에 복당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국회의장으로 선출되면 법에 따라 당적을 갖지 못하고 무소속을 유지해야 한다. 다만 국회의장 임기가 종료되면 소속 정당 당적을 회복할 수 있는데 이를 거부한 것. 정 의장은 “정당 민주주의를 이런 식으로 깔아뭉개는 정당에 들어가서 과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나 하는 무력감을 느낀다”면서 “이미 사당화된 새누리당으로 돌아갈 생각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정 의장이 조심스럽게 언급한 향후 행보는 ‘창당’이었다. 그는 “지금 새누리당이 보여주는 정체성이라면 나라가 밝지 않다”면서 “새로운 정치판을 만들고 싶다. 뜻 맞는 사람끼리 모여 정치결사체를 만들어볼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유승민 의원의 복당 시사 발언에 대해 “차라리 밖에서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하는 게 좋았을 것”이라고 러브콜까지 보냈다.
새누리당 공천파동의 와중에서 비박 무소속연대의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되는 가운데 정 의장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새누리당이 총선 이후 갈라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친박·비박 모두 총선 승리를 명분으로 일시적 휴전 상태이지만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총선 이후 당권투쟁을 비롯한 주도권 다툼은 불가피하다. 특히 이는 차기 대선 과정에서도 불거질 수밖에 없는 화약고이자 뇌관이다.
만일 정 의장이 주도하는 정치결사체에 새누리당을 탈당한 유승민·이재오 의원이 가세한다면 총선 이후 정계개편은 불가피한 수순이다. 정의화(부산·경남) 의장을 주축으로 유승민(대구·경북) 이재오(수도권) 의원 등 영남과 수도권을 아우르는 새로운 보수정당의 탄생도 가능해진다. 4.13 총선을 앞두고 야권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갈라선 것처럼 여권 역시 차기 대선을 앞두고 핵분열을 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