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폭락, 경기침체 뇌관 되나

by김대웅 기자
2015.07.12 14:59:24

상하이 지수 변동성 극심..꺼져가는 거품?
중국 정부 ''비상''..새로운 카드 꺼내들까
''유동성 함정''에 빠진 중국경제
정부 신뢰에 흠집..장기 침체기 접어드나

[베이징= 이데일리 김대웅 특파원] 갑작스러운 증시 폭락이 중국 정부를 패닉 상태에 빠뜨리고 있다. 하락의 골이 깊어지자 시장 불안이 실물 경제까지 흔들 수 있다는 걱정마저 나오고 있다.

경제 성장률 둔화로 골머리를 앓던 중국 정부는 그동안 증시 부양을 통해 활로를 찾고자 노력해 왔다. 그러나 상황이 돌변하자 결국 지나친 시장 개입으로 부작용만 초래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 됐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주도하는 경제정책, 이른바 ‘리코노믹스’(Likonomics)의 핵심인 증시 상승을 통한 투자 활성화, 소비 진작이라는 목표에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집권 3년차를 맞아 강력한 경제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정부는 또 한번 갈림길 앞에 섰다.

지난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하루 10% 이상의 변동폭을 보이며 불안한 투자심리를 여과없이 반영했다. 주 후반 중국 증권당국의 대규모 자금 투입 소식과 함께 반등에 성공하긴 했지만 여전히 지난달 고점 대비 20% 가량 떨어진 상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중국경제 전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주식시장 부활을 통해 경제 활성화를 꾀하던 중국 정부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갔다.

중국 경제는 지난해부터 수출과 내수 모두 부진을 겪고 있다. 1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7%로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2분기 성장률은 6%대로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국의 소비자물가는 1% 중반에서 지속적으로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보이며 디플레이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작년 하반기 이후 실질환율지수가 급상승하며 수출에 불리한 국면이 전개되고 있기도 하다.

장쉬훙 중국 국제경제 교류중심 경제연구소 부장은 “올해 중국의 투자 감소 폭은 비교적 큰 편이었고 이로 인해 재정지출이 줄고 안정적인 성장에 압박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증시마저 무너지자 중국 경제가 급속도로 침체기로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증시 폭락으로 기업들의 투자가 줄어들고 이는 또다시 내수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내수 경기는 정부의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경기부진으로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기업은 투자를 축소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의 수요를 반영하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과거 마이너스 구간과 비교하더라도 가장 긴 시간이 지속되고 있다. 과거와 같이 제조업의 고속성장이 일어나지 않는데다 부동산 경기도 침체돼 좀처럼 소비 심리가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이미 상당수의 카드를 뽑아든 중국 정부가 어떠한 새로운 해법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경제위기 초기 국면에서 선제적인 정책 대응시기를 놓치면서 장기 침체에 빠진 일본의 경우를 떠올리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시장 관점에서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는 점이 가장 어려운 대목이다. 특히 정부의 직접 개입 대신 시장에 권력을 이양하겠다는 시 주석의 방침이 훼손된 점은 치명타다.

빅터 신 미국 UC샌디에고 교수는 “증시급락은 시진핑 정부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라며 “관료의 개입을 줄이고 시장에 큰 역할을 맡기겠다는 시 주석의 약속도 무효화됐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현 정부가 추진 중인 반부패개혁도 차질을 빚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반부패 척결 과정에서 경제전문가가 대거 숙청됐기 때문이다. 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친시장적인 인사들에 대한 숙청의 강도가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출 경기 회복 등을 발판으로 중국경제가 다시 활기를 찾을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리엔펑 중국교통은행 수석경제학자는 “재정정책과 화폐정책이 여전히 통제 공간을 갖고 있고 올해 경제성장 속도는 후반으로 갈수록 안정된 추세를 보일 것”이라며 특히 “하반기의 수출 증가 속도가 다시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쑹 베이징시 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장은 “올해 중국 경제의 실적은 사실 연초 기대했던 수준보다 높았다”며 “중국경제 본연의 잠재력과 더불어 정부가 효과적인 조정 수단으로 안정적인 성장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9일 국무원이 약 45조6000억원의 자금을 긴급 투입하겠다고 밝히는 등 중국 정부는 증시 부양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이같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결국 투자 심리를 되살릴 것이란 관측과 함께 지나친 시장 개입이 더 큰 화를 부를 것이란 견해가 맞서고 있는 점도 중국정부의 고민을 말해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