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th SRE]한진중공업, 가시지 않는 실적 의구심

by박형수 기자
2013.05.23 11:30:18

[워스트]과도한 이자비용에 업황 부진까지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꼬인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가고 있지만 본질 가치 회복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한진중공업(097230)은 지난해 10월 인천북항 배후단지 기반시설 조성공사 기공식을 갖고 실질적인 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증자를 통해 운영자금도 조달했다. 하지만 업황 부진에 따른 실적 의구심은 가시질 않고 있다.

지난 14회 처음으로 워스트레이팅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후 한진중공업은 17회 SRE까지 내리 4회 연속 단골이다.

17회 SRE에서 109명의 설문 참가자 가운데 36명(33%)의 응답자가 한진중공업 신용등급 ‘A- 안정적’이 적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16회 SRE 이후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가 한진중공업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낮췄지만 설문참여자들의 냉정한 평가는 여전했다.

한진중공업은 2007년 8월 한진중공업홀딩스(옛 한진중공업)의 건설·조선부문이 인적분할돼 설립됐다. 지난해 기준 매출 비중은 조선부문 44.5%, 건설부문 52.1%, 중계무역 등 기타 3.4%를 기록했다. 건설부문(2012년 시공능력순위 20위)은 도급공사 위주의 토목부문, 특히 이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공항, 항만, 철도공사 등에서 경쟁력 있는 건설사로 평가받고 있다. 조선부문은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꾸준히 ‘A 안정적’ 등급을 유지해온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3월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조정되더니 지난해 12월 결국 ‘A-’로 떨어졌다. 조선업황 침체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조선부문 수주 부진이 원인이 됐다. 게다가 필리핀 현지법인 수빅조선소(HHIC-Phil) 투자를 계기로 늘기 시작한 차입금 부담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발 재정위기를 거치는 동안 한진중공업의 실적은 악화일로다.

2009년 매출액 3조 6798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5344억원을 달성한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매출액 2조 5493억원, EBITDA 1636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매출은 1조원 가량 줄었고, EBITDA는 3700억원(70%)이나 급감했다.

차입금은 갈수록 불어났다. 순차입금 규모는 2009년말 2조 8546억원에서 지난해 말 2조 9517원으로 늘었다. 차입금의존도는 2009년말 50.6%에서 지난해 54.2%로 높아졌다. 부채비율도 2009년 292.8%, 2010년 275.3%, 2011년 276.9%, 지난해 283.9%를 기록하고 있다.

차입금은 필리핀 현지법인 수빅조선소 투자를 계기로 증가했다. 게다가 낮은 인건비를 바탕으로 안정된 수주 잔고를 유지하던 수빅조선소가 2011년을 기점으로 수주잔고가 감소하면서 한진중공업의 재무 부담이 커졌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연결기준 한진중공업의 금융비용은 1821억원으로 집계됐다. 과도한 금융비용이 수익성을 저하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조선부문 신규 수주 부진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현재 조선시황을 좌우하고 있는 변수는 선복량 과잉 우려와 선박금융의 부진이다. 글로벌 조선·해운시황분석기관 클락슨(clarkson)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491개 조선소 가운데 약 35.4%인 174개의 조선소만 최소 한척 이상을 수주했다. 전체 조선소의 65% 가량이 수주실적이 전무한 상태로 공급과잉 상황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조선업황 침체가 길어지면서 한진중공업 조선부문 수주 잔고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는 영도조선소 6932억원이고 필리핀의 수빅 조선소 2조 7907억원이다. 2년치 일감을 밑도는 수준인 데다 초호황기였던 2008년말 8조 6000억원보다 60% 가까이 감소한 규모다.

게다가 세계 선박금융시장의 전통적 강자인 유럽계 금융시장이 위기를 겪으면서 선주사가 자금을 조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독일의 선박금융 은행인 코메르츠방크(Commerzbank)는 지난해 6월 유럽 경제위기와 조선업종 규제 강화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 등을 이유로 선박금융에 대한 신규대출 중단을 선언했다.

김봉균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조선업체의 현금흐름은 전통적으로 건조활동에 따른 이익부문과 수주활동에 의한 선수금 요인이 주요 원천”이라며 “선박금융시장의 위축으로 선박대금 지불구조가 건조공정 후반기에 집중 지불되는 방식(heavy-tail)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진중공업은 이 같은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인천 북항 배후지인 율도 매립지, 서울 동서울터미널, 부산 암남동 등 보유 부동산 개발과 일부 부지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율도매립지, 동서울터미널 등의 장부가액은 2조원에 달한다.

율도매립지의 경우 최근 준공업 및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이 이뤄져 활용이 쉬워졌다. 지난해 9월 인천시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아 모든 행정적인 절차를 마무리지었고, 10월에는 조성공사 기공식도 진행했다. 한진중공업이 기반공사 등을 수행한다. 한진중공업 측은 기반시설 설치가 완성되면 북항 배후단지와 북항 항만을 연결하는 체계적인 도로망 구축으로 물류 운송비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인천 북항 주변의 주요 간선망인 제1 경인고속도로 및 제2 외곽순환도로와 직접 연결하면 화물을 수도권으로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다. 인천시가 인천 북항 배후단지를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 등 첨단산업 클러스터와 자동차 물류단지로 조성할 계획이어서 토지매각에 따른 현금유입도 기대하고 있다. 입지 경쟁력 있는 동서울터미널과 부산 암남동 부동산에 개발에 따른 이익도 기대된다.

최근 한진중공업은 신규 수주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수빅조선소는 올 들어 컨테이너선과 액화석유가스(LPG)선 20척을 수주했다. 지난 3월 유럽 선주로부터 20피트 컨테이너 5400개를 실을 수 있는 컨테이너선 8척을 수주했고, 앞서 20피트 컨테이너 6800개를 실을 수 있는 컨테이너선과 3만 8000㎥급 LPG선 등 총 12척을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수주 규모만 7억달러에 달한다. 건설부문에서도 2500억원어치를 수주했다.

한진중공업은 올해 들어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운영자금 1516억원을 조달해 자본금 확충과 재무 건전성 강화에 성공했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며 “지난해 말부터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