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차세대 연료전지 시장 선점 `시동`

by하수정 기자
2005.09.28 13:42:25

수명·출력 등 기술난제 앞서 해결.."연내 상용화"
"소형화·가격인하 과제"

[이데일리 하수정기자] LG화학(051910)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불리고 있는 휴대용 연료전지의 상용화 계획을 세계 최초로 발표했다.

LG화학은 올해 내에 수명과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휴대용 연료전지를 상용화해 세계 유수의 경쟁 기업들보다 먼저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에 개발된 연료전지가 상용화되면 별도의 전원 공급없이 메탄올 연료의 카트리지만 바꿔주면 휴대용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시대가 열린다. 일회성 1차전지(알칼리 전지, 수은전지), 충전용 2차전지에 이어 반영구적인 친환경 차세대 전지가 탄생하는 것이다.

◇"연내 실현한다"..세계 첫 상용화 계획 발표

휴대용 연료전지는 세계 유수의 업체들이 앞다투어 개발을 진행중이지만 상용화 기술을 완료하고 시판 계획을 밝힌 것은 LG화학이 처음이다.

일본의 도시바와 NEC, 히다찌, 소니, 산요를 비롯해 미국의 모토로라 등 세계적인 전자 및 전지 업체들이 휴대용 연료전지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SDI(006400)가 2~3년 뒤 연료전지 시장 활성화에 대비해 제품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상태다. 도시바의 경우 2007년경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연말에 연료전지에 대한 국제규격이 마련될 때까지 다른 업체에서 전격 상용화를 선언하지 않는 이상 LG화학이 세계 처음으로 차세대 에너지원인 휴대용 연료전지를 상용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원호 LG화학 기술연구원 상무는 "기술적으로는 지금 당장도 상용화가 가능한 제품이지만 현재 연료 카트리지 및 휴대 연료전지 국제 규격에 대해 표준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연말에 보급과 관련된 규격이 마련되면 바로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은 상용화 기술에서 가장 앞선 만큼 시장 선점을 통해 연료전지 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을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휴대용 연료전지 시장은 내년 6억달러에서 2008년 16억달러, 2010년 19억달러로 연평균 성장률이 28.3%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함께 LG화학은 휴대용 연료전지 뿐 아니라 가정용 및 자동차용 등 중대형 연료전지의 상용화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문고영 LG화학 기술연구원 부장은 “휴대용 연료전지에서 상용화 기술을 경쟁 업체들 보다 한 발 앞서 개발에 성공한 만큼 앞으로는 이 기술을 적극 활용해 현재 활발히 연구가 진행 중인 가정용, 자동차용 등 중대형 연료전지의 상용화를 앞당기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수명 및 출력 `획기적 개선`



그동안 휴대용 연료전지는 짧은 수명과 낮은 시스템 안정성, 높은 제조 단가로 인해 상용화가 지연돼 왔다. LG화학은 이러한 기술적 난제들을 자체 기술로 경쟁사들보다 앞서 해결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우선 수명이 대폭 늘었다. LG화학이 개발한 휴대용 연료전지는 수명이 4000여 시간 이상으로 일본, 미국 등 경쟁사들의 시제품과 비교해 8배 이상 길다. 여타 업체들이 개발중인 연료전지의 수명은 500시간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LG화학의 연료전지에 메탄올 연료 카트리지(용량 200cc) 1개를 넣으면 노트북PC의 경우 10시간 이상 사용이 가능하다. 연료전지의 수명을 4000시간 정도로 밝히고 있지만 연료 카트리지만 갈아주면 전력 없이 사실상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게 LG화학의 설명이다.

이와함께 출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LG화학의 연료전지 출력은 평균 25W로 이는 세계 최대라고 회사측은 강조했다. 이 정도면 DMB휴대폰이나 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 등 순간 고출력이 필요한 휴대 전자기기들을 직접 구동할 수 있다.

LG화학은 앞으로 50W급 고성능 연료전지도 개발해 제품군을 다양화한다는 방침이다.

◇대중화의 최대 걸림돌 "가격과 크기 해결해야"

LG화학이 휴대용 연료전지를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완료했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구입할 만큼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할 점이 많다.

LG화학이 경쟁사들보다 제조단가를 많이 낮췄다고는 하지만, 연료전지의 예상가격은 현재 대당 50만원 정도로 책정되고 있다.

최근 노트북PC의 경우 100만원 이하의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가격이 점차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연료전지만 50만원을 지불해야하는 것은 아직 소비자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또 추가로 메탄올 카트리지 구입 비용도 들여야한다.

이원호 상무는 "휴대용 연료전지의 초기 시판가는 기존 충전용 배터리보다 높을 수 밖에 없다"며 "수요가 증가하게 되면 가격은 매년 낮아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연료전지의 소형화도 필수적이다. LG화학의 연료전지는 내부 부피 1리터 이하에 무게 1kg 이하이지만, 2차전지에 비하면 아직도 크고 무겁다. LG화학은 휴대전화, 노트북PC 등 전자기기의 크기에 맞춰 연료전지도 크기와 무게를 줄여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 상무는 "이번에 개발한 연료전지는 실험실 수준의 제품이 아니라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상용화 제품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며 "다양한 출력과 여러 형태의 제품으로 연료전지를 다양화 시켜 본격적인 상용화를 위한 상품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