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강종구 기자
2004.08.09 13:05:00
[edaily 강종구기자] 한화증권 최석원 팀장은 물가불안을 인한 금리상승 요인도 있지만 하락추세를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자금수요는 여전히 부진하고 하반기 금리인하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는 견해를 유지했다. 이로 인해 금리는 일시적인 상승을 할 수도 있지만 8월이 될지 아니면 그 이후가 될지는 몰라도 사상 최저수준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금리 하락을 제한할 요인도 있다
7월말 들어서 몇 개월째 단단하게 유지되던 금리의 하단이 깨졌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7월말 4.08%를 기록해 전월말 대비로도 떨어지고, 하단으로 인식되던 전저점(6월 3일 4.18%)도 뚫었다. 전저점에 비해서10bp 정도 낮은 수준을 놓고 금리가 많이 떨어졌다고 보긴 어렵고, 8월 들어 다시 조금 올라서 4.1%대로 복귀했지만, 금리 하단을 앞두고 여러 달에 걸쳐 벌어진 공방전을 되새겨 보면 7월말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의미 있는 선택을 한 셈이다.
사실 금리가 오를 요인들이 없지 않았고 앞으로도 부분적으로는 영향을 미칠 만하다. 정책 효과가 줄며 성장이 둔화되는 듯 하지만, 그래도 미국은 어렵게 시작한 금리 인상 기조를 바로 꺾을 것 같지 않다. 국내적으로는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 발행 물량과 관련해 일시적인 수급 부담이 발생하거나 적어도 시장 듀레이션 확대가 나타날 여지가 생겼다.
국내 물가상승률은 계속 오르고 있고, 유가가 더 높아져서 앞으로의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감도 크다. 과거 물가와 금리의 관계를 보면서, 물가가 오르면 어쨌거나 금리가 오를 것이라거나, 정책금리를 내리는 것은 좀 어렵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한편 자금의 해외 유출 문제와 관련해서 우려의 목소리도 큰 편이다. 내용인즉 장단기금리 차이가 줄어들어, 또는 물가를 고려한 실질금리가 (-) 수준이라 해외 채권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렇게 해외로 자금이 빠지면 국내 채권 수요가 줄어들어 금리가 오르거나 혹은 정부가 국내 금리를 높여서 자금을 못 나가게 막을 거라는 얘기다.
게다가 이런 요인들을 제쳐 두고라도 금리가 많이 내려와 있어서 더 내리기가 힘들 것이라는 생각도 가질 법한 상황이다. 사실 과거 데이터를 참고하면 정책금리 인하가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30bp를 조금 넘는 정도까지 줄어든 국채 3년물 금리 스프레드는 한국은행과 일부 분석가들의 소위 ‘우하향 수익률곡선이 가능하다’라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는 낮은 수준으로 봐야 한다. 금리가 지금 낮다고 인식되면 앞으로는 오를 확률도 높아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 그러나 하락 추세를 부인하기 어려운 형국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리는 내렸고 기술적으로 반등하는 정도의 모습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는 추세적인 하락을 부인하기도 어려운 형국이다.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금리가 내릴 만한 요인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그냥 투기적인 금리 하락인가. 그렇지도 않으면 채권을 사려는 자금은 많은데 “일시적으로” 살 채권이 없어서 나타나는 단순한 단기 수급의 문제인가. 즉, 늘 그렇듯이, 금리는 결국은 오를 것인데 지금은 내리는 것인지 아니면, 지금도 금리는 낮지 않고 앞으로도 내릴 여지가 있는 것인지를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 다시 직면했다.
필자는 우리 경제가 지금 처한 현실과 그런 현실 하에서 앞으로 전개될 정책을 가늠할 때 금리는 기술적으로 반등이 있더라도 추세적으로는 하락하고 있는 과정이라는 기존의 전망을 뒤바꿀 이유를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즉, 8월 중 앞서 밝힌 이런저런 이유들에 대한 기대 또는 우려 때문에 올라도 금리는 다시 추세적으로 내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리고 필자가 추세적인 하락이라 지칭하는 것은 금리가 다시 이전의 저점을 뚫고 내려가는 것을 의미한다.
◇ 자금 수요 부진..금리인하 가능성도 높아
무엇보다 중요하게 보고 있는 것은 도무지 민간 부문의 외부 자금 수요가 늘어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채권시장으로만 보면 6월중에 반짝 늘어나는 듯 했던 회사채 발행은 7월에 다시 크게 줄었고, 은행채 발행이 좀 늘었지만 금융기관들의 채권 발행 규모도 크지 않다. 대출증가율도 하락 추세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그렇다고 주식시장에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유야 어쨌든 현상적으로 보면 민간 부문이 타인의 자금을 조달하려는 압력이 극히 미약한 것이다.
전체 채권 발행량은 물론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늘어나는 채권 잔액의 상당 부분은 정부와 한국은행의 발행에 따른 것이다. 올해 들어 국채와 통안증권 잔액은 각각 20조원 이상 늘었지만, 회사채 발행는 11조원 이상 줄었다. 대출증가율은 7%대지만, 불가피한 중도금 대출이나 원리금을 합쳐 연장될 수 밖에 없는 대출 등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란 점에서 민간 부문의 자금 수요가 의미 있게 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렇게 민간 부문의 자금 수요가 없고, 앞으로도 별로 없을 것으로 본다면 금리가 올라가야 할 이유가 많지 않다. 공공부문의 자금 조달은 일시적인 충격 정도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필자는 하반기 중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본다. 물론 금리 인하를 한다고 해도 우리 금통위가 FOMC와 그린스펀처럼 선제적 개념의 통화정책을 과감하게 전개해 나갈지 아니면 작년처럼 보수적으로 대응할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금리 인하 여부나 그 수준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이 다양한 정책을 사용해서 수요를 창출해야 할 만큼 좋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결국은 재정정책도 사용될 것이고, 기타 미거시적인 각종 대책들도 사용될 것이고 실제로도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통화정책만은 절대 불가’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타당하지 않다.
한편 금리 인하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애매한 논의가 이어지면서 아직은 나타나고 있지 않은 우하향 수익률곡선이 마치 ‘자연스러운’ 것인 양 주장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는데, 이는 상황의 본질로부터 벗어난 논의라 판단된다. 우하향의 수익률곡선은 역사적으로 나타나긴 했으나 예외적인 것이고, 논리적으로 생각할 때도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만약 중앙은행이 현재의 경제 문제를 단기적인 부진으로 인식한다면 일정 기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정말 단기적인 부진에 불과하다면 우하향 수익률곡선이 나타날 가능성 자체가 별로 크지 않다. 또한 중앙은행이 장기간 우하향 수익률곡선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한다면(즉, 경제 주체의 외부 자금 조달 부진이 이어진다면) 단기금리만을 시중금리와 괴리시켜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은 정말 특별한 목적이 없는 한 정당화되기 힘들다. 어차피 금리 정책이란 심리적인 부분을 제외할 때 시중금리라는 채널을 통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것 아닌가.
그러면 이 경우 중앙은행의 특별한 목적이란 무엇일까? 무엇보다 통화가치의 안정일 것이다. 따라서 시장 일각에서는 물가와 환율 이 두 가지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환율과 통화정책에 대해 지적할 것들이 있다. 사실 미국의 의도적인 환율 정책에 대한 논의는 많았지만, 우리가 통화정책을 통해 환율 움직임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환율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통화정책이 큰 효과가 없고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은 경제학에서 상당히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연구 결과이기도 하다. 또한 굳이 90년대 하반기 스벤슨 등의 연구 결과들을 참고하지 않아도, 통화정책으로 환율의 variability가 통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타당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물가가 문제인가? 필자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물가 상승 역시 금리 인하를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보지 않는다. 소매업 활동이 (-) 증가율을 보이고 있고, 실제 소비가 생산해 낼 수 있는 능력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지금의 물가 상승 압력은 거의 대부분 비용측 물가 상승이라고 볼 수 밖에 없고, 자산과 임금 소득이 크게 늘어날 수 없는 사회 분위기에서 소득 증가로 인한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라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우리 금리를 내린다고 물가가 오를 것이라거나 콜금리만 높은 상황을 유지시킨다고 물가가 안정될 것이란 기대도 할 수 없다. 오히려 물가 상승에 따른 구매력 약화는 우리 경제를 더욱 침체시킬 가능성이 있고, 결국 정책의 방향은 재정정책이던 통화정책이던 간에 수요를 촉진하는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금리는 다른 요소가격과는 다르게 레버리지를 통해 다른 자산의 투기를 심화시키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금리 정책 운영에는 큰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쉽게 얘기하면 금리가 내려가면 타인의 자본을 빌려서 부동산 투기를 하는 경우가 생기고 이는 생산성 우열을 발생시키는 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지대를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필자는 지금 상황이 이미 차입에 의한 투기가 진행되어 부채비율이 높아졌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미 레버리지를 통한 투기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높아지고, 가계의 부채비율 역시 높아진 상황에서 신용 문제가 불거졌는데 여기서 다시 한번 그 과정이 나타날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한가? 특히 정책 당국은 부동산 가격 급등시 상당히 강력한 대책을 내 놓을 만반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고, LTV는 50% 이하로 낮아졌다. 물론 일부 고소득자 또는 대규모 금융자산 보유자들이 레버리지를 통해 다시 한번 투기에 나설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부채비율이 높은 그 하위 계층까지 전이되어 전방위적인 투기가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 투기 자체가 시작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 게다가 필자는 이런 상황이 전개될 조짐이 보이더라도 미시적 대책으로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 판단한다. 혹시 부동산 가격 급락을 우려한 정책적 후퇴(즉, 부동산 투기 조장)가 나타난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말이다.
◇ 민간부문 발행감소와 금리인하 가능성은 같은 맥락
필자는 사실 채권 발행의 감소와 높은 금리 인하 가능성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한다. 결국 문제의 요체는 아직까지 우리 경제의 기대수익률이 높아지고 있지 못 하다는 것이다. 즉, 작년 초 세계 경제의 흐름과 디플레이션, 그리고 환율 등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가며 금리 하락을 전망했고 결국 금리가 내려서 이러한 논의가 맞은 것처럼 보이긴 했지만, 사실 우리 금리 하락의 근원에는 이러한 이유들보다 기본적으로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기대수익률의 하락이 작동해 왔고 여전히 이런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정책금리를 동결해서 또는 국채 발행을 통해 자금 공여자에게 이자소득을 제공하는 주체는 생산 주체가 아니라 정부가 될 수 밖에 없다. 물론 정책당국은 그러한 이자소득 보전이 소비 감소를 막을 것이라 생각하고, 조달된 자금을 통해 재정지출을 하는 것이 민간 부문의 일시적 소득 증대에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그 자금의 부담은 민간 부문이 지는 것이며, 보전되는 이자 소득이나 지금 정도의 재정 정책이 일부 ‘잘 나가는’ 수출업체를 제외한 수 많은 산업의 종사자들을 보듬어 바로 자율적인 성장을 이끌어 낼 것이라 기대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미국은 지난 3년 반 동안 명목 GDP의 3%에 달했던 재정흑자를 &8211;5%선의 재정적자로 전환시킬 만큼의 대대적인 재정정책과 550bp의 대대적인 금리 인하를 통해서야 이제 겨우 회복의 단초를 마련했다. 게다가 미국은 저금리가 소득으로 전환되는 우리가 갖지 못한 훌륭한 정책 효과 채널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만큼의 정책으로 자율적인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까? 결국 지금도 하고 있지만, 우리는 산업을 발굴하고 자율적인 고용 창출이 일어나도록 위축된 투자 마인드를 되살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재정정책이 되었던 통화정책이 되었던 계속 수요를 촉진하는 정책을 해 나가야 되는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점이 자율적인 소득_소비_생산_투자 사이클로 이어지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 금리, 조정을 거쳐 다시 하락할 전망
결국 국내 여러 사정으로 보면 금리가 추세적으로 상승하는 데는 아직도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게다가 8월초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는 미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을 부정해야 할 만큼은 아니더라도 금리 인상의 폭과 속도가 이전 예상보다 크고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위험 속에서 성장하고 있는 미국은 그나마 낫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쪽이나 저쪽이나 과거와 같은 기대수익률의 기대하긴 어렵고, 우리는 더더욱 상황이 안 좋다.
물론 우리 채권시장은 경제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에서도 금리가 100bp 이상 오르는 작년 하반기를 경험한 적이 있고, 정책당국과 시장의 착시는 다시금 이러한 현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설사 그것이 나중에 이유가 아니었다고 판단되더라도, 어떤 이유 때문에 금리가 오른다는 생각이 퍼지면 그 자체가 오버슈팅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는 종종 발견된다.
하지만 앞서의 논의를 종합하면 현재 국내 금리는 수준과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의 문제나 금리 인하 시점과 관련된 불확실성 때문에 일시적인 조정을 보이더라도, 추세적인 상승으로 연결되기 보다는 보다 재차 하락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8월이 될지 아니면 좀 더 시간이 걸릴지는 불확실하나 금리는 다시 사상 최저치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