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한때 두 달 만에 최저…연준의장 실망+자금이탈

by이정훈 기자
2026.01.31 11:40:12

비트코인 밤새 8만1000달러 추락 후 8만3000달러대 반등
워시 연준의장 ‘안전한 선택’ …유동성 기대 높이기엔 역부족
3개월 째 이어지는 비트코인 현물 ETF 자금 순유출도 악재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후보군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덜 비둘기파(금리 인하 선호)적인 케빈 워시 차기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지명되면서 시장 내 위험 회피 심리가 여전하자 비트코인 가격은 하락세를 이어갔다. 특히 가상자산 현물 ETF에서 자금 유출이 이어지자 수급 상으로도 어려움이 커지는 모습이다.



1월 마지막 거래일인 31일 가상자산시장 데이터업체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27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에 비해 2.6% 상승한 8만38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밤새 한때 8만1000달러대까지 내려가며 지난해 11월 이후 두 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이후 반등하는 모습이다.

이더리움 가격은 같은 시각 24시간 전에 비해 1.6% 하락한 2680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고, XRP도 소폭 하락 중이다. 반면 BNB와 솔라나 등은 1% 안팎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연준 차기 의장 후보로 워시 전 연준 이사를 공식 지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 게시물에서 “나는 케빈을 오랫동안 알고 지냈으며 그가 위대한 연준 의장 중 한 명, 아마 최고의 연준 의장이 될 것으로 의심치 않는다”라고 말했다.

월가 안팎에선 그동안 차기 연준 의장 후보군 중 워시 전 이사를 가장 ‘안전한 선택’으로 꼽아왔다. 연준 이사직을 포함해 시장과 정부기관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데다 인플레이션 통제와 관련해 그가 과거에 매파 성향(통화긴축)의 입장을 보여왔던 영향이다.

월별 비트코인 현물 ETF 자금 유출입 추이(자료=블룸버그)




전문가들은 워시 후보가 차기 연준 의장으로 취임할 경우 단기적으로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연준의 독립성을 지키며 신뢰성 있는 통화정책을 펼칠 것으로 기대한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스티븐 브라운 북미 담당 부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워시 지명은 거론되던 다른 후보들과 비교했을 때 투자자들에게 더 나은 결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다만 연준 의장 발표가 향후 금리 인하 기대를 높이며 시장 분위기를 바꿔놓길 기대했던 투자자들에게는 부정적 뉴스로 받아들여졌다. 토크나이즈캐피털(Tokenize Capital)의 제너럴파트너 헤이든 휴스는 “워시가 지명된다면 2026~2027년에 걸쳐 금리가 계속 내려갈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뒷받침하겠지만, 워시는 커리어 내내 경제를 연구해 온 인물로서 너무 빠르고 과도한 인하의 위험성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주식시장은 하락하고 달러화 가치는 4년 만에 최저치로 하락하는 등 시장 전반에는 위험회피 기조가 이어졌다. 특히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는 지난 2024년 출시 이후 월간 기준 최장 기간의 순유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 상장된 12개 현물 비트코인 ETF는 3개월 연속 순유출을 기록했다. 이 추세가 1월 말까지 이어진다면 2024년 출시 이후 가장 긴 ‘연속 월간 유출’ 기간이 된다. 이 기간 동안 총 57억달러가 빠져나갔다.

또한 이날 코인글래스(CoinGlass) 자료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전체 토큰 시장에서 강세(롱) 포지션 약 14억달러 규모가 청산됐다.

이처럼 비트코인의 부진은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피난처를 찾는 자금이 금과 기타 귀금속으로 몰리는 최근 흐름과 대비된다. 투자자들이 암호화폐를 외면하고 전통적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면서,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 역할을 한다는 주장에도 의문이 커지고 있다. 에프엑스프로(FxPro)의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 알렉스 쿠프치케비치는 “갑자기 가상자산은 더 이상 법정통화의 대안이자, 주요국의 그다지 책임감 있지 않은 금융정책에 대한 헤지로 보이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윈터뮤트(Wintermute)에서 장외(OTC) 트레이딩을 총괄하는 제이크 오스트로브스키스는 “가상자산은 기술주 움직임과 함께 약세를 보였다”며 “비트코인은 현재 가격대 부근에서 매수세가 들어오고 있어, 다가오는 옵션 만기까지 대략 8만5000~9만달러 범위에서 정체되는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