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해고야, 바이든"…트럼프가 11월 대선에서 하고픈 말
by방성훈 기자
2024.02.25 18:44:13
헤일리 고향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도 트럼프 승리
美언론,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확정 기정사실화
헤일리 경선 중단 주목…"내부서 사퇴 압박 거세질 듯"
헤일리 "슈퍼 화요일까지 싸울 것"…거액 광고비 지출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공화당 경선에서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를 누르고 승리하면서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16개주에서 경선 투표가 치러지는 ‘슈퍼 화요일’까지 레이스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헤일리 전 유엔대사의 고향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마저 압승을 거두면서 사실상 공화당 대선 후보 자리를 꿰찼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컬럼비아 선거캠프에서 경선 승리를 축하하며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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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CNN방송,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사우스캐롤라이나 공화당 경선에서 공화당 경선에서 개표가 99% 진행된 가운데 59.8%의 득표율을 기록, 헤일리 전 유엔대사(39.5%)를 누르고 압승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헤일리 전 유엔대사의 고향이자 그가 주지사까지 지낸 곳이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로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이오와·뉴햄프셔·네바다·버진 아일랜드에 이어 사우스캐롤라이나주까지 5연승 가도를 달리며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에 바짝 다가서게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투표 종료 직후 그의 낙승을 예상하는 보도가 잇따르자 최종 개표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선거캠프에서 축하 행사를 개최하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빨랐고 훨씬 더 큰 승리였다”면서 “지금처럼 공화당이 이렇게 단결된 것을 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11월 5일 대선에서도 승리할 것”이라며 “조 바이든의 눈을 바라보고 ‘당신은 해고다. 나가라’고 말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헤일리 전 유엔대사에 대한 별도 언급은 없었다. 경쟁 상대로 여기지 않고 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실제 미 언론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을 기정사실화하며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언제 경선을 중단할 것인지에 주목했다. 그가 후보에서 사퇴하면 나머지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견제할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또다른 경쟁자였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 주지사는 지난달 21일 뉴햄프셔주 경선을 이틀 앞두고 물러났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경선 승리로 공화당 내부에서 헤일리 전 유엔대사에 대한 사퇴 압박이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슈퍼 화요일까지 사퇴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날 “나는 국가를 위해 계속 싸우겠다.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약속을 지키는 여성”이라며 “내일(25일) 미시간주를 시작으로 슈퍼 화요일 이전까지 미니애폴리스·콜로라도·유타·노스캐롤라이나·버지니아·매사추세츠·메인·버몬트주에 들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슈퍼 화요일을 겨냥해 미시간주에서는 광고비로 50만달러를 지출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는 미시간주에서 공화당이 구매한 광고 중 가장 많은 금액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24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경선에서 패배한 뒤 자신의 지지자들을 상대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슈퍼 화요일’까지 경선 레이스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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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대선 후보는 각 주에서 코커스(당원대회) 또는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의원이 올 여름 전당대회에서 표결권을 행사해 최종 후보를 지명하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지명을 받으려면 총 2429명의 대의원 중 과반 이상, 즉 1215명의 대의원이 필요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네 차례의 경선에서 63명을 확보, 헤일리 전 유엔대사(17명)를 크게 앞섰다. 이날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싹쓸이한 50명까지 합치면 113명으로 늘어난다.
슈퍼 화요일엔 전체 대의원의 약 36%인 874명이 선출된다. 이후 3월 12일 조지아·하와이·미시시피·워싱턴 등 4개주, 3월 19일 애리조나·플로리다·일리노이·캔자스·오하이오 등 5개주, 3월 23일 루이지애나주 경선까지 치르면 전체 대의원 수 기준 약 70%를 마치게 된다. 어느 지역이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난한 승리가 점쳐진다. 모든 경선 레이스가 마무리되면 공화당은 7월 15~18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민주당은 8월 19∼22일 시카고에서 각각 전당대회를 열고 대선 후보를 공식 선출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슈퍼 화요일 이전에 공화당 대선 후보 자리를 확정한 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바이든 대통령과의 본선 대결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헤일리 전 유엔대사의 뜻에 따라 경선 레이스는 슈퍼 화요일까진 이어지게 됐다.
CNN방송은 “다음달 5일 슈퍼 화요일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2020년에 이어 3연속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에 더욱 가까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슈퍼 화요일 16개주의 경선 결과를 확인한 뒤 사퇴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