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수장' 맞은 한국GM…韓 전기차양산 전략 수정 불가피

by김성진 기자
2023.06.25 17:24:15

헥터 비자레일 신임 사장, 8월 근무시작
국내 전기차 생산기지 구축 주요 과제
정부·노조 등 안팎에서 설비투자 요구 커
8년 적자 겨우 끊어…투자 부담은 '변수'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GM한국사업장이 오는 8월 새 수장을 맞으면서 국내 전기차 양산 전략에도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GM한국사업장은 국내 전기차 양산 계획에 대해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며 내연기관 차량의 생산 및 판매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혀왔지만, 최근 들어 노조와 정부 등 안팎에서 전기차 투자 압박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KG 모빌리티에 이어 르노코리아자동차도 전기차 양산 계획을 발표하며 GM한국사업장은 현재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전기차 양산을 공식화하지 않은 상황이다.

25일 GM한국사업장에 따르면 오는 8월 1일부터 헥터 비자레알 신임 사장이 지난 1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한국을 떠나는 로베르토 렘펠 사장의 후임으로 자리한다. 신임 사장의 임무는 지난해 9년 만의 흑자 전환에 성공한 GM한국사업장의 흑자 기조를 이어가기 위한 전략 차종 판매와 글로벌 수출 물량 확대 등이 꼽힌다.

GM 한국사업장 생산 및 판매 법인인 한국GM 주식회사의 신임 사장 겸 CEO 헥터 비자레알(Hector Villarreal).(사진=GM 한국사업장.)
GM한국사업장은 국내서 ‘정통 아메리칸 브랜드’ 재정립에 나서면서 국내에서 생산 중인 쉐보레뿐 아니라 캐딜락, GMC 등 GM 산하 브랜드의 통합 판매 전략을 강화를 예고했다. 또 올해 3월 출시한 쉐보레의 소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수출에도 힘을 보탠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양산 전략도 비자레일 신임 사장의 주요 과제로 여겨진다. 현재 경기도 부평 공장에서는 트레일블레이저, 뷰익 앙코르 GX, 뷰익 엔비스타를, 경남 창원공장에서는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생산하고 있다. 판매실적 대부분을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크로스오버 등 내연기관 차량에만 의지하다 보니 전기차 생산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올해 사측과 임금협상을 앞둔 노조가 전기차 생산을 요구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노조 측은 임금 인상과 함께 전기차 생산, e-파워트레인 및 배터리 조립생산을 발전전망 요구안에 포함시켰다.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전기차 일감 확보가 필수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5개 완성차업체 중에서 GM한국사업장만 아직 유일하게 전기차 양산 계획을 내놓지 않은 것도 부담이다. KG 모빌리티는 이미 지난해 전기차 양산 계획을 발표했고, 여기에 지난 22일 귀도 학 르노그룹 부회장이 프랑스 파리 르노그룹 본사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을 만나 부산 공장에 연간 20만대의 전기차 생산 설비를 위한 투자를 하겠다고 밝히며 전기차 생산 대열에 합류했다.



다만 선뜻 전기차 양산을 확정하기에는 대규모 비용이 걱정이다. 앞서 GM한국사업장은 창원공장 9000억원, 부평공장에 2000억원 등 1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여기에 또다시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전기차 생산시설 구축에 나설 경우 다시금 ‘자금 수혈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안정적인 수익만 확보된다면 자금 수혈이 크더라도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크지만 ‘아직은 미지수’라는 게 GM한국사업장 내 분위기다.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앞세워 이제 막 정상적인 이익구조를 만들어가는 상황에서 전기차 투자는 불확실성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도 걸림돌이다. 국내서 전기차를 생산하면 현대차·기아가 장악하고 있는 한국 시장보다는 주요 수출국인 미국에 판매해야 할 텐데, 이 경우 ‘북미 최종 조립’을 요건을 충족할 수 없어 미국의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생산시설을 구축하는데 오랜 기간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간다”며 “전기차 생산을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맞지만 GM한국사업장 입장에서는 확실한 이익 모델을 만든 다음에 투자를 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