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도 "안 사요"…우리사주 배정 않는 공모주 속출

by김겨레 기자
2022.06.19 18:11:48

공모가 이하 추락 공모주 늘자
상장 기업 우리사주 인기도 '뚝'
올해 코스닥 상장 절반은 우리사주 '0'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공모주 시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사내 공모주 인기도 시들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업공개(IPO)에 나선 종목들의 주가가 올 들어 반 토막 나는 등 우리사주를 받은 직원들의 손실 폭이 커진 사례가 속출하자, 최근 공모주 시장에선 우리사주를 외면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19일 이데일리가 올 상반기 상장한 코스닥 기업 24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우리사주조합에 공모 주식을 배정하지 않은 기업은 11곳으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가온칩스(399720)·대명에너지(389260)·포바이포(389140)·지투파워(388050)·모아데이타(288980)·풍원정밀(371950)·스톤브릿지벤처스(330730) 등은 우리사주조합에 주식을 배정하지 않았다.

올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 가운데 우리사주조합 배정 비율이 가장 높았던 기업은 노을(376930)로 11%를 우리사주로 배정했다. 공모 주식의 10% 이상을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한 기업은 노을(376930)과 케이옥션(102370) 뿐이었다. 나머지는 바이오에프디엔씨(251120)(6.15%) 유일로보틱스(388720)(6%) 나래나노텍(137080)(3.23%) 등 한자릿수였다.

코스피 기업이 공모 주식의 20%를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해야 하는 것과 달리 코스닥 기업의 우리사주 모집은 의무가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공모 기업의 경우 아이티아이즈(372800)(20%) HK이노엔(195940)(20%) 맥스트(377030)(18.91%) 엔켐(348370)(17.84%) 아스플로(159010)(16.2%) 마인즈랩(377480)(15%) 디어유(376300)(15%) 등 코스닥 기업도 10% 이상의 공모 주식을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한 사례가 많았다.



최근 증시 전반이 하락하면서 공모주 투자 매력이 줄어들자 우리사주 투자 열기도 꺾인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닥 상장을 절차를 밟고 있는 한 기업 대표는 “최근 주가가 떨어진 곳이 많다 보니 일반 투자자는 커녕 직원들의 청약도 받기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공모 기업은 통상 사전 수요 조사를 통해 우리사주 배정 비율을 정하는데, 청약에 참여하는 직원이 저조해 따로 주식을 배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공모주가 연이어 대박을 터트리면서 평가차익이 치솟자 직원들이 대출을 받아서라도 우리사주 청약을 받아 ‘완판’되는 사례가 많았으나 올 들어 주가가 하락하면서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주가가 공모가 이하로 떨어진 곳이 속출하자 공모가에 우리사주를 청약 받은 직원들의 불만도 높아졌다.

우리사주는 상장 후 1년 동안 보호 예수에 묶여 손실을 봐도 손절매를 할 수 없다. 대출을 받아 청약에 나선 직원들은 주가가 하락해 담보비율을 유지하지 못하면 반대매매를 당할 수도 있다.

유경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소위 ‘대박’이 날 줄 알았던 대형 공모주도 공모가 이하로 주가가 내려가다 보니 대출까지 받아 우리사주에 들어가지는 않는 모양새”라며 “시장이 좋은 않은 탓도 있는데다 우리사주 배정 결과를 흥행 예측 지표로 삼는 기관도 일부 있어 (사전 조사에서) 수요가 높지 않으면 아예 우리사주 배정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