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숨통 틔어" "아직 불안"…'생활 방역' 전환 의견 분분

by정병묵 기자
2020.05.03 18:01:28

정부, 6일부터 '생활 속 거리 두기' 전환
상인·공시생들 반색 "어두운 터널 지났다"
일부는 "코로나 박멸이 중요…좀 이르다"

[이데일리 정병묵 김은비 유준하 기자] 정부가 오는 6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한 단계 완화한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시행하기로 하자 시민들이 반색하고 나섰다. 특히 한 달 반가량 이어진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 때문에 생계를 위협받은 소상공인들과, 각종 시험의 무기한 연기로 피로를 호소했던 ‘공시족’들은 “이제 숨통이 틔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3일 “이제 국민들이 보여준 높은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이행하려 한다”며 “6일부터는 그동안 문을 닫았던 시설들의 운영을 단계적으로 재개하고 모임과 행사도 방역지침 준수를 전제로 원칙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지난 3월 22일부터 4월 19일까지 4주간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한 데 이어 ‘황금 연휴’가 끝나는 오는 5월 5일까지 완화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어 왔다.

코로나19 사태 후 매출이 평소보다 절반에서 10분의 1까지 줄어든 서울 지역 상인 대부분은 어두운 긴 터널을 벗어났다는 반응이다. 노량진에서 국숫집을 하는 정수진(65·여)씨는 “이 동네에서 8~9년정도 장사를 했는데 이렇게 사람 없던 건 처음이다. 너무 좋다”라며 “학원이 문을 안 여니 하루 평균 손님이 평소 100명에서 최근 하루에 30명 정도로 줄어 피해가 너무 컸다”고 말했다. 종로에서 분식집을 하는 60대 이모(여)씨는 “서울 첫 확진자가 종로에서 나와 그때는 정말 힘들었다”면서 “이제 다시 회복이 될 것 같아 다행”이라고 밝혔다.

이미 황금 연휴 동안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 효과를 미리 본 곳도 있었다. 종로구 창신동에서 완구점을 운영하는 이모(65·남)씨는 “석가탄신일(4월 30일)부터 손님이 많이 늘었다”며 “아이들을 데리고 부모들이 많이 왔는데 다가오는 어린이날도 대목”이라고 기대를 내비쳤다. 동대문 의류시장 근처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모(46·남)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동안) 하루 매출이 30만~40만원이었는데 이번 연휴 200만원 정도로 늘었다”면서 “최근 손님이 어느 정도 늘어났는데 앞으로 더 늘 것”이라고 했다.

각종 시험 일정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취업 시기도 덩달아 늦어진 취업준비생들은 이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다고 환호했다. 회계사를 준비하는 20대 김모씨는 “올해 공부를 시작했는데 학원, 도서관이 문을 닫아서 갈데가 없어서 막막했다”며 “지방에 있는 집에 가서 공부를 해야하나 생각도 했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교직 임용고시를 준비 중인 20대 조모씨는 “원래 11월 예정이었던 시험이 12월로 미뤄진다고 했는데 그달 중순일지 말일지 아직 모른다”면서 “고시생들의 불안을 달래줄 수 있도록 일정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외국인 관광객이 주요 고객인 동대문 시장 쪽에서는 별로 나아지는 게 없을 것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하는 상인들도 있었다. 동대문에서 고깃집을 하는 40대 김모(여)씨는 “평소보다 손님이 95%나 줄었는데 외국인 관광객이 늘지 않아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의류매장에서 옷을 파는 50대 최모(여)씨는 “가게들이 하나씩 줄어 상점 당 부담해야 하는 전기세도 오르고 있다”며 “여기 상인들은 ‘하늘문’이 열려 외국인들이 빨리 들어오기를 바라고 있다”고 고개를 저었다.

한편 생활 방역으로 전환이 다소 이르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3일 기준 해외 유입 확진자가 두자릿수가 나왔고 지역감염도 아직 있기 때문에 아직 더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량진에서 꽃 가게를 운영하는 서해란(70·남)씨는 “또 왕창 번지면 어떡하나”라며 “매출만 생각하면 당연히 반길 일이지만 병 걸려서 죽으면 끝이다. 코로나19 박멸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경찰공무원 준비생 권혁진(26·남)씨는 “2차 유행 우려가 있는 만큼 아직까지는 좀 더 조심해야 할 때가 아닌가”라며 “또 갑자기 유행을 해서 시험이 미뤄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공무원 준비생 송경아(25·여)씨는 “신천지 대구교회 때처럼 확진자가 갑자기 늘어나는 일이 안 생겼으면 좋겠다”면서 “많이 진정된 만큼 추가 확산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