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발의 '마법'…'세계불꽃축제'에 몰린 100만 인파

by고준혁 기자
2016.10.08 21:52:31

일본·스페인·한국 등 3개팀, 가을 밤하늘 ''금빛'' 물들여
시민들, ''명당''차지 싸움…주변 도로 극심한 정체
''바가지'' 장사·쓰레기 무단투기 등 눈살 찌푸려

8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원효대교 남단 밑 한강시민공원에서 열린 ‘2016 서울세계불꽃축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불꽃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유태환 기자)
[이데일리 고준혁 유태환 기자] 8일 오후 7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원효대교 남단 밑 한강시민공원. 가을 밤하늘을 수놓은 화려한 불꽃에 시민들은 잇달아 탄성을 쏟아냈다. 해가 지면서 조금은 쌀쌀해진 날씨 탓에 담요를 어깨에 둘렀고 연인들은 서로 꼭 끌어안은 채 넋을 놓고 형형색색의 불꽃을 감상했다.

지난 2000년 첫 행사를 시작해 올해 14회째를 맞은 ‘2016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열린 한강시민공원에 주최 측 추산 100만여 명(경찰 추산 70만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한강 남쪽에 약 70만명, 북쪽에 약 30만명이 각각 자리를 잡았다. 한화그룹 등이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그룹 임직원 650여 명을 포함해 서울시와 경찰·소방서·자원봉사자·경호 인력 등 5000여 명이 투입돼 안전사고 예방과 환경 정화 활동을 했다. 마포대교 남단에서 63빌딩 사이 약 1.6㎞ 구간은 오후 2시부터 9시 30분까지 양방향 전차로 차량이 통제되면서 주변은 극심한 교통 정체가 빚어지기도 했다.

오후 7시 20분 일본팀의 ‘턴 유어 매직 온(Turn Your Magic On)’ 불꽃쇼를 시작으로 스페인팀의 ‘매직 라이트 드림(Magic Light Dream)’·한국팀의 ‘마법 같은 불꽃’ 등의 쇼가 약 1시간 가량 이어졌다. 가을 밤하늘 위로 쏘아올린 폭죽 10만여 발이 쉴 틈 없이 ‘금빛 가루’를 흩뿌렸다.

친구들과 함께 찾았다는 회사원 신아름(29·여)씨는 “마지막을 장식했던 한국팀의 불꽃이 제일 화려하면서도 멋있었다”며 “들뜬 기분을 이어 친구들과 뒤풀이를 즐기러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여의도를 찾은 박여은(33·여)씨는 “집에 있겠다는 남편을 끌고 온 가족이 함께 오후 일찍부터 나왔다”며 “아이들에게도 모처럼 진귀한 구경을 시켜준 것 같아 뿌듯하다”고 했다.

명당자리를 차지하려는 시민들은 이날 오전부터 공원을 찾았다. 오후 4시쯤이 되자 공원은 시민들이 쳐놓은 그늘막과 텐트 돗자리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김미영(37·여)씨는 “지난해 오후에 나왔더니 이미 다른 사람들이 자리를 다 차지하고 있어 텐트를 칠 수 없었다”며 “올해는 명당자리에서 불꽃을 감상할 수 있는 만큼 일찍 나온 보람이 있었다”고 웃었다. 여자친구와 함께 왔다는 박서훈(27)씨는 “사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불꽃을 볼 수 있을지 걱정했다”며 “불꽃 말고도 먹거리 등 축제 현장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에 나선 대학생 김모(26)씨는 “불꽃도 즐기고 봉사활동 시간도 채울 수 있다는 생각에 친구들과 함께 자원봉사를 신청했다”면서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아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잠만 자던 주말을 알차게 보낸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원효대교 남단 밑 한강시민공원에 ‘2016 서울세계불꽃축제’를 보러 온 시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쌓여있다. (사진=유태환 기자)
불꽃놀이를 만끽하기에 날씨는 더할 나위 없었지만 화장실 등 부족한 편의시설 탓에 불편을 겪기도 했다. 불꽃 축제가 열린 여의도 일대 여자 공중화장실들마다 십수 명씩 줄을 서고 있었다. 서나리(24·여)씨는 “화장실 앞에서 10분째 줄 서 기다리고 있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몰릴 것을 알았을 텐데 기본적인 부분에 대한 준비가 덜 돼 있어 실망스럽다”고 꼬집었다. 김모(22·여)씨 역시 “여자 화장실은 남자 화장실보다 기다리는 사람이 많은 게 일반적인데 이런 문제를 조금 더 신경 써 줬으면 훨씬 축제를 즐기기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노점상들의 ‘바가지 장사’도 원성을 샀다. 회사원 최모(41)씨는 “미처 돗자리를 챙기지 못해 한강에 와서 사려고 했는데 작은 돗자리 하나를 7000원에 팔더라”며 “지나친 바가지라고 생각돼 편의점을 찾았는데 이미 다 팔리고 없어 하는 수 없이 노점상 돗자리를 샀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5인용 이상 대형 텐트를 쳐 다른 시민들의 구경을 방해하거나 돗자리 위에서 지나친 애정행각을 벌인 연인들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최모(41)씨는 “요즘 젊은 세대의 문화가 바뀌었다 하지만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이 많은데 주변을 너무 배려하지 않는 게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수많은 인파가 몰린 만큼 곳곳에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들이 널려 있었다. 자신이 먹은 음식물 포장지 등을 아무 곳에나 버리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초등학생 자녀들과 함께 축제를 즐기러 왔다는 최보영(34·여)씨는 “지나가면서 맥주캔 등을 아무렇게나 버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아이들이 이런 어른들 모습을 보고 배우게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수혁(28)씨는 “자리를 잡은 곳 근처에 쓰레기를 함부로 버려서 불쾌한 냄새가 난다”며 시민 의식이 부족한 일부 사람을 비판했다.

한화 측 관계자는 “100만명 이상이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 행사가 끝나고 쓰레기들이 어느 정도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자원봉사자들과 다음날 오전까지 말끔히 청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