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형수 기자
2015.03.29 13:55:37
사채업자서 자금조달해 인수 후 회삿돈 빼돌려 빚 갚아
3년간 무자본M&A 관련 불공정거래행위 15건 적발
검찰 "코스닥 범죄 경제 미치는 영향 커 집중단속"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위조지폐 감별기 개발업체 S사는 2013년 최대주주가 바뀐 지 1년 만에 주식시장에서 퇴출당했다. 2012년 매출액 278억원, 영업이익 73억원을 달성할 정도로 우량했지만 새로운 경영진이 회사 자금을 횡령하면서 회계법인의 감사의견을 받지 못했다. 당시 S사를 인수한 쪽에서 내세운 경영진은 불과 2개월 만에 200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횡령했다. 범행 수법이 과감해 당시 주식시장에선 조직폭력배 연루설이 파다했다.
코스닥 시장이 사채업자를 등에 업은 조직폭력배들에 휘둘려 몸살을 앓고 있다. 이들은 사채를 동원해 상장사를 인수한 뒤 회삿돈을 빼돌려 인수자금을 갚는 ‘무자본 인수합병(M&A)’으로 기업들을 사냥, 회사 임직원들은 물론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히고 있다. 검찰은 무자본 M&A가 다수의 선량한 피해자를 양산한다며 폭력조직의 기업형 범죄에 대해 집중 단속을 벌일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심재철 부장검사)는 지난 26일 횡령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 김태촌 씨의 양아들 김씨를 구속했다. 검찰은 S사 상장 폐지 과정에서 나타난 횡령 사고에 김씨가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S사 등 코스닥 상장 업체 3곳의 운영과 인수합병 과정에 개입해 100억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자본금 없이 사채 등을 끌어들여 우량 중소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한 뒤 자금을 횡령해 회사를 공중분해시키는 전형적인 기업사냥 수법을 동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금성 자산을 200억원 이상 보유한 S사를 인수할 때는 명동 사채 시장에서 인수자금 대부분을 끌어왔다. 검찰은 회삿돈을 빼돌렸다가 사측으로부터 고소·고발을 당한 전 경영진을 상대로 김씨가 수사를 무마해주겠다며 금품을 수수한 정황도 확보했다. 발효유제품 원료를 만드는 N사도 김씨가 손을 댄 뒤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무자본 M&A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2011년 7월부터 2014년 7월까지 3년 동안 무자본 M&A 관련 불공정거래가 15건 발생했다. 인수인은 대다수 감사보고서를 작성할 의무가 없는 비외감법인과 개인이었다. 관련된 사채업자는 24명으로 집계됐다.
무자본 M&A는 대부분 횡령사고로 이어진다. 재무상황이 양호한 회사를 인수해 회삿돈을 빼돌려 인수대금을 갚고, 나머지는 ‘먹튀’(먹고 튀는)하는 게 일반적인 수법이다. 이 과정에서 분식회계, 공갈·협박 등 다양한 범죄행위들이 함께 이뤄진다.
검찰은 기업형 폭력조직 범죄 유형 가운데 상장사에 대한 무자본 M&A에 주목하는 이유는 다른 범죄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해 규모가 큰 탓이다.
검찰 관계자는 “폭력조직의 활동범위가 겉으로 보기에 합법적인 형태로 진화한 것은 오래됐다”며 “자본 없이 기업을 사냥하고 자본을 빼돌리면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커졌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단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