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신약 글로벌 경쟁력 갖췄다"

by천승현 기자
2012.02.29 12:50:00

조순태 녹십자 사장
문제해결 위해 항상 고민 노력으로 `셀러리맨 신화`
플루·B형간염 백신 개발..국민 건강 이바지 `뿌듯`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조순태 녹십자(006280) 사장(58세)은 회사에서 '샐러리맨의 신화'로 통한다. 지난 1981년 녹십자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이후 단 한번도 특진을 놓치지 않고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조 사장이 입사 18년차에 영업본부장 상무를 맡았을 당시 그의 동기들은 대부분 차장급이었다.

어느덧 동기들이 은퇴 이후 노후를 고민할 무렵인 2012년 그는 녹십자 대표이사 사장을 4년째 맡고 있다. 조 사장이 제약산업과 밀접한 의학이나 약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다. 소위 '라이센스'가 없는 평범한 문과대 출신이 회사에 살아남는 '성공한 직장생활' 모델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지난 27일 경기도 용인 녹십자 본사 사장실에서 만난 조 사장은 한 직장에서 승승장구하는 특별한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농담 섞인 질문에 "내 라인은 능력"이라고 자신있게 털어놓았다.

▲ 조순태 녹십자 사장

조 사장은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로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했다. 다른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 분야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뛰어들었다. 다만 내가 수행중인 업무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만족한 적이 없었다"며 직장생활의 비결을 소개했다.
 
"잘되는 사람은 방법을 찾고, 안되는 사람은 변명과 이유를 찾는다. 항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다"는 다소 식상하지만 실천하기 쉽지 않은 가치관도 소개했다.

그는 "조직이나 다른 사람들이 날 얼마나 만족시키는지 보다는 내가 과연 다른 이들에게 얼마나 만족을 주는 존재인지를 내 자신에게 끊임없이 되물었다"고 했다.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 없이는 어느 조직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시해야 한다는 지론이다.



30년 가까이 한 직장에서 근무했던 조순태 사장은 요새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정부가 약값을 깎는다고 팔을 걷어붙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재정 절감을 위해 오는 4월1일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의약품의 약가를 평균 14% 인하할 계획이다.

어림잡아도 제약사마다 매출의 10% 이상 손실이 불가피하게 된다는 얘기다. 가뜩이나 신약개발도 어렵고 리베이트 규제로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매출의 10%를 포기하라니 기업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혈액이나 백신제제의 의존도가 높은 녹십자 입장에서는 다른 업체에 비해 손실은 크지 않지만 제약산업에 대한 정부의 낮은 평가가 조 사장의 불만이다.

조순태 사장은 "환자들에게 저렴한 치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기업이 일정 부분을 양보해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제약산업은 환자를 치료하면서 사회가 떠 안아야 할 비용을 줄여주는 산업이다. 정부가 재정 절감을 위해 무조건적으로 제약사를 억누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연 매출 1조원도 안되는 제약사가 2000명 이상을 고용할 정도로 제약산업이 일자리를 창출하는 산업이라는 장점도 정부가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 얘기로 들어가니 조순태 사장의 말은 더욱 많아졌다.

조 사장은 "제약산업은 인류의 건강한 삶에 이바지하는 산업이다. 녹십자는 충분히 이 명제를 실현시키고 있어 늘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조 사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녹십자는 백신과 혈액제제의 DNA을 갖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녹십자가 우리나라 국민 건강에 이바지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회사는 지난 1983년 국내 최초로 B형간염백신 '헤파박스'를 개발했다. 당시 우리나라 국민중 B형간염 보균율이 13%에 달했지만 고가의 수입 백신에 의존해야만 했다. 이때 녹십자가 값싼 백신을 공급하면서 보균율이 현저하게 줄었다는 평가다. 그 동안 이 백신을 투여받은 환자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는 게 회사측의 추산이다.

또 지난 2009년 신종플루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할 당시 녹십자는 예방 백신을 신속하게 개발하면서 국민 혼란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시 국내에서 필요한 백신의 전량을 공급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절반 가까운 인구가 접종할 수 있는 규모였다. 회사 입장에서 독점적으로 백신을 공급하면서 따라온 '부'는 보너스. 녹십자는 2009년, 2010년 2년 연속 국내 제약업계 영업이익 신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녹십자는 세계에서 12번째로 독감백신의 자급자족 기반을 구축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그동안 독감백신의 원료는 전량 수입에 의존했다. 하지만 녹십자가 2009년 화순에 백신 전용공장을 구축하면서 백신주권 확보가 가능해졌다.



지난달에는 희귀질환인 헌터증후군치료제 '헌터라제'의 시판허가를 받았다. 헌터증후군은 저신장, 운동성 저하, 지능 저하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심할 경우 15세 전후에 조기 사망하는 유전질환이다. 이 질환의 치료제는 전세계적으로 1개에 불과했다.

조 사장은 "이밖에 혈우병치료제 등 치료제의 접근성이 떨어져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늘 고민하고 있다. 인류의 건강한 삶에 이바지하는 것을 사명으로 건강산업의 글로벌 리더가 되는 것을 이상으로 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녹십자의 장밋빛 비전에 대한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녹십자는 주요 연구개발 파이프라인이 희귀의약품과 비신을 비롯해 바이오베터 등 R&D과제의 80%가 바이오의약품으로, 다른 제약기업과는 차별화된 제품군을 갖고 있다. '선택과 집중, 세계적인 신약개발'이라는 전략으로 시장진입 장벽이 높고 독점적 시장확보가 가능한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 공략 채비를 이미 마쳤다."

녹십자는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독감백신의 품질을 인증받고 국제입찰 참가자격(PQ, Pre Qualification)을 받기도 했다. 노바티스, GSK, 사노피파스퇴르 등에 이은 세계 4번째다. 지난 2009년말에는 제약업계 역사상 완제의약품 최대 규모인 미국에 5억달러에 달하는 혈액제제의 수출 계약을 맺기도 했다. 또 파킨슨병치료제, 항혈전제, 항암제 등 해외진출을 위한 글로벌 신약 개발의 속도를 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조 사장은 "녹십자가 세계적으로 바이오 의약품 분야에서 이름을 날릴 수 있는 회사가 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다. 후배들에게는 늘 모범이 되고 존경을 받는 선배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1954년생인 조순태 사장은 1977년 중앙대학교 문과대학을 졸업하고 1981년 녹십자에 공채 입사했다. 1998년 일반약 영업본부장, 2004년 부사장을 거쳐 2009년부터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