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많이 팔았는데 실적은 `반토막`

by전설리 기자
2011.08.02 14:27:54

"공정위 과징금 등 규제 리스크 때문에.."
3분기 실적 정상화 전망

[이데일리 전설리 기자] 정유사들이 2분기 예상대로 최악의 성적표를 내놨다. 영업이익이 전분기대비 반토막 났다.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음에도 영업이익이 급감한 것은 기름값 할인과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등 이른바 `규제 리스크`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SK이노베이션(096770)의 2분기 영업이익(K-IFRS 연결 기준)은 4513억원으로 전분기대비 62.1% 감소했다. 반면 매출액은 0.6% 증가한 17조1779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제품을 많이 팔고도 수익성은 악화된 셈이다.

정유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SK에너지의 영업이익은 971억원으로 전분기대비 86% 급감했다. 지난 4월7일부터 한시적으로 시행한 휘발유·경유 가격 리터(ℓ)당 100원 할인으로 약 250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한 탓이다.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1379억원도 영업손실로 반영됐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앞서 발표된 S-Oil(010950)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S-Oil의 2분기 영업이익은 2418억원으로 전분기에 비해 62.7% 줄었다. 반면 매출액은 17.7% 늘어난 8조258억원으로 사상 최대치였다.

S-Oil은 특히 정유 부문에서 14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S-Oil 관계자는 "석유제품 판매 단가 상승과 물량 증가로 매출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기름값 할인, 공정위 과징금 납부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의 2분기 영업이익도 50% 가량 급감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진투자증권은 GS칼텍스의 2분기 영업이익을 전분기대비 52.6% 감소한 4190억원으로 예상했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GS칼텍스의 지주사인 GS의 영업이익이 줄어들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유사들은 치솟는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의 압박에 못이겨 울며 겨자먹기로 3개월간 기름값 인하에 나서 7000억~80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지난 5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원적지 관리 담함과 관련해 434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가 고공행진과 정제마진 확대로 해외 경쟁사인 엑손모빌과 로얄 더치 셀,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은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데 국내 정유사들만 기름값 할인으로 실적이 엉망이 됐다"며 "물가도 중요하지만 실적 악화로 투자가 지연되는 등 산업 경쟁력이 손상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정유사들의 3분기 실적은 개선될 전망이다. 기름값 인하 조치가 지난달 6일 종료됐고, 과징금도 일회성 요인이기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의 이희철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일회성 요인 소멸, 가격 정상화 등으로 정유사들의 수익성이 정상화될 것"이라며 "정제 마진도 중국 등의 수요 증가로 꾸준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물가 불안이 계속될 경우 규제 리스크가 재차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이 연구원은 전망했다.
 
실제로 정부는 최근 기름값을 낮추기 위해 석유제품을 저렴하게 파는 대안주유소를 도입하고 마트 주유소를 늘리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 주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제주 하계포럼에서 정부가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독점이나 과점 상태의 시장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는 것을 반시장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