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통신시장)⑬"구매제도 혁신, 끝이없습니다 "

by양효석 기자
2009.09.17 11:13:00

"실추된 KT명예 살려라" 특명받은 박정태 구매전략실장
종합평가입찰제·일몰복수가인정제 등 도입

[이데일리 양효석기자] "하루는 이석채 회장이 `이렇게 바꾸면 구매제도 혁신이 끝난 것인가요?` 묻길래 `개혁에는 끝이 없습니다`고 답했지요"

경기도 분당 KT본사에서 만난 박정태 구매전략실장(사진) 눈빛에는 열기가 가득했다. 온화한 미소와 조근조근한 말투, 그러나 KT의 개혁과 업무를 설명하는데는 열정이 넘쳐났다.

지난 84년 KT(030200) 전신인 한국전기통신공사 품질보증단으로 입사한 그는 당시 군에서만 쓰던 품질보증 개념을 통신기업에 처음으로 도입했다. 당시 현실에 안주하던 납품업체들은 "품질보증제도를 통신분야까지 적용하는 것은 너무 과하다"며 반발도 많이 했지만, 2∼3년이 지난 뒤엔 오히려 반응이 좋아졌다.

품질보증단 시작 당시 2명 뿐이던 인력은 88년 시험검사단과 합쳐지면서 260명의 대조직으로 성장했다. 박 실장은 조직 성장을 지켜보면서 90년 전략부서 등으로 이전했다. 그런 그가 19년만에 다시 컴백했다. 개혁을 위해 새로운 인물을 찾던 이석채 회장에게 박 실장의 열정과 경험이 어필된 것이다.

"처음 구매전략실장으로 발탁되자, 이석채 회장이 `실추된 KT의 명예를 빠른 시간내 회복하라. 구매제도에 대해 밖에서 들어보니 여러 문제점이 있더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박 실장이 시작한 일은 중소기업의 목소리 듣기와 개선방안에 대한 밤샘 공부였다.

그가 협력사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지적은 역시 최저가 입찰제의 병폐. 공기업 시절에는 최저가 입찰제를 시행했어도 어느정도 가격선은 보장해줬는데, 민영화가 되면서 가격인하 압력이 심해진 것이다.



박 실장은 "최저가 입찰제가 2007년 또는 2008년에 와서 한계에 봉착한 것 같다"면서 "최처가 입찰제가 나쁜 제도였다기 보다 이제는 제도변경을 할 타이밍에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보다는 조금 더 일찍 변경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래서 박 실장은 개념조차 없었던 종합평가 입찰제도, 일몰복수가 인정제도, 개발전략구매(DSP)제도, 사업전략구매(BSP)제도 등을 새롭게 만들어 냈다. KT에 가장 적합한 구매제도를 고안해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실장은 "외부에서는 구매제도 변경으로 비용이 더 들어가지 않느냐고 하지만 이는 목표가격 아래로 터무니없이 내려가던 것을 적정가격으로 조정한 것 뿐"이라면서 "엄청난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너무 품질이 떨어져 자칫 운용비가 더 들어갈 수도 있는 것을 오히려 예방한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박 실장은 또 "구매제도는 100% 가까이 전산시스템으로 이뤄져 임직원들이 자의로 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면서 "수의계약도 사라지고, 임직원과 협력사가 대면할 일도 없어져 문제발생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시켰다"고 말했다. 만약 협력사와 만날 경우라도, 본사 면담실에서 이뤄지며 언제, 어디서, 누구와 왜 만났는지 보고서를 작성하게 돼, 자연스럽게 윤리경영 마인드가 상기된다고 설명했다.

박 실장은 "구매분야에서 아직도 최저가 입찰제가 남아있는 곳은 공사와 용약 파트"라면서 "여기에는 일회성 발주도 많고 기본가격을 알아볼 데이터도 부족해 바꾸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래서 박 실장은 입찰가격제한제도를 도입시켰다. 입찰시 일부업체가 터무니없이 낮은 입찰가격을 써서 산업을 붕괴시키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다. 목표가격 이하로 입찰된 가격들만 모아 전체수준의 80% 이하로 쓴 업체는 탈락시키고 입찰하는 시스템이다.

공사·용역현장에도 감독 책임제를 도입했다. 과거에는 여러 사람들이 관여해 비리발생 가능성이 높았지만, 지금은 책임자를 정해 문제발생시 책임소재가 확실히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실장은 "내년부터는 구매전략실 내 가격조사기능을 강화시킬 것"이라면서 "가격조사기능이 강화되면 적정한 구매가격을 미리 알고 선계획을 짤 수 있어 효율적 경영이 가능해 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