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 넌 한수 아래야!"…위기에 빛나는 버핏
by김윤경 기자
2008.01.23 11:08:12
모노라인 시장붕괴 예상..채권보증업 손대
고유가 시대 예측..철도株 투자 작년 개시
파생상품 투자엔 `경고음`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워렌 버핏은 그야말로 `투자의 귀재`임에 틀림없다.
버핏은 누구보다 먼저 무엇을 하면 돈이 벌릴 지를 판단한다. 범인(凡人)들이 미처 파악하기 전이다. 게다가 그의 투자는 실패하는 법이 거의 없다.
버핏은 이미 최대주주인 미국 2위 철도사 벌링턴 노던 산타페(BNSF) 지분을 최근 확대했고, 지난 달엔 4위사 노포크 서던 주식도 사들였다.
버핏이 손댈 때만 해도 사람들은 근대의 상징이랄 수 있는 철도에 대한 투자에 의아해 했다.
그러나 이후 유가는 계속해서 올랐고, 고유가 시대에 석탄으로 움직이는 철도는 운송 수요 자체는 줄었어도 트럭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운임료를 절감하는 효과를 낼 수 있기에 실적도 좋아지고 있다. 고유가 시대 버핏의 베팅..`철도가 경쟁력`
3위 철도사 CSX는 22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 순익이 5.2% 늘었다고 밝혔고, 노포크 서던도 3.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버핏은 자신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 자회사로 버크셔 해서웨이 어슈어런스를 세우고 지난 달 28일 뉴욕 주에서 시(市)나 주(州), 카운티 등 지방자치단체(Municipality)들이 발행한 채권에 대한 보증 사업을 개시했다.
서브프라임에 이어 채권보증을 전문으로 하는 이른바 `모노라인`이 새로운 신용위기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란 얘기에만 사람들은 집중하고 있었지, 투자가 과연 얼마나 승산이 있을 지는 추산하지 못하고 있던 차였다.
그러나 버핏은 주 정부 등 지자체의 자금 수요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그는 뉴욕주로부터 사업에 나서달라는 요청도 받았다) MBIA나 암박파이낸셜 등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시장을 빼앗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트리플 A(AAA)` 등급인 버크셔가 보증으로 선 채로, 낮은 이율에 채권을 발행하도록 한다면, 발행자나 투자자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른 것이다. `투자귀재` 버핏, 채권보증업 시작한 진짜 이유
미국 증권·채권 협회(SIFMA)에 따르면 지자체가 발행하는 장기 채권 규모는 올들어 8월까지 약 2900억달러에 달한다. 이 규모는 지난 2005년 4082억달러에 달하면서 사상 최고치에 달한 바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 재보험 사업부 사장을 맡고 있는 아지트 제인은 향후 채권보증사에 대한 인수합병(M&A)이나 제휴에도 문을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상황에 따라 공격적으로 뛰어들 가능성도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제 와서 투자 의사를 밝힌 윌버 로스는 확실히 한 발 늦었다. 윌버 로스 "채권보증사에 투자 의향 있다"
파생상품은 서브프라임 폭풍을 더 세게 몰아치게 한 장본인이다. 버핏은 한 때 파생상품에도 손을 댔지만 별 재미를 보지 못했고, 요즘은 투자를 접었다.
오히려 요 몇 년 새 경고음을 재차 울려 왔다.
신용위기가 본격적으로 발발하기에 몇 달 앞선 지난해 5월 오마하에서 가진 연례 주주총회에서도 그는 파생상품의 위험성을 우려했다. 역시나 그의 말은 곱씹어 볼 만하다.
그는 당시 "너무나 복잡하고 많은 양의 파생상품들이 넘쳐나고 있다"면서 ""많은 대학이나 금융기관에서 파생상품을 엄청난 발견인 것처럼 얘기하고 있는데 어이없는 현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언제 어디에서 터질 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지만 파생상품 발 위기가 올 수 있다"며 "파생상품에 대한 금융시장의 반응은 비이성적(irrational)"이라고 지적했다.
버핏은 또 어디에 투자하고 있을까.
버핏은 지난 달 노포크 서던에 투자하며 중고차 수퍼체인 업체인 카맥스에도 투자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3분기엔 뉴스코퍼레이션이 사들인 다우존스 지분율을 두 배로 높였다.
역시 투자하고 있던 존슨&존슨, 프록터 앤 갬블(P&G), US뱅코프, 유나이티드헬스 그룹, 웰스 파고, 웰포인트 등에 대한 지분도 확대했다.
반면 퍼스트데이타와 `학살주` 페트로차이나, 서비스매스터, 타이코인터내셔널, 웨스턴 유니언 등의 지분은 팔아 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