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진철 기자
2004.12.28 12:30:00
정부규제 여파 주택경기 급랭.. 외화위기 이후 첫 수주감소
새해 건설경기 불황극복 위한 사업다각화 ´화두´
[edaily 이진철기자] 올해 건설업계는 정부의 주택·부동산 규제강화에 따른 영향으로 민간부분의 수주가 급감하면서 IMF외환위기 이후 호조를 보였던 건설수주액이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그동안 주택사업에 역량을 집중했던 업체들도 내년에는 본격적인 사업구조 개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며, 공공공사의 수주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내년 건설수주 84조3000억원 예상.. 주택 등 민간건축 급감 불가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건설수주는 턴키대안 공사 등 공공 토목부문의 공사발주 지연으로 당초예상보다 물량이 줄면서 연간 16.8% 감소한 85조2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내년 건설수주는 경제활성화를 위한 건설투자 확대, 민간투자법의 개정에 따른 연기금 등의 투자확대에도 불구하고 건축수주의 감소로 연간 1.0% 감소한 84조3000억원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건산연이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9월말까지 건설수주액은 총 46조36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2.8% 감소했다.
이는 IMF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98년 건설수주액이 36조269억원으로 전년(62조7215억원)보다 42.6%가 감소한 이후 처음이며, 지난 99년 이후 4년동안은 20% 수준의 꾸준한 증가율을 기록해 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공종별로는 건축부문이 올 9월 현재 33조590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5.7% 감소했으며, 토목부문도 12조314억원으로 16.3% 줄었다. 건축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부문의 경우 2002년과 2003년에는 각각 43.9%, 39.3% 증가했지만 올해 들어 35.9%나 감소한 21조5605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건설수주액이 감소하면서 건설업체들의 체감경기도 크게 악화돼 지난 11월 건설기업경기 실사지수(CBSI)는 44.8을 기록, 5개월째 50선을 밑도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백성준 건산연 부연구위워은 "건설기업 체감경기가 50선에서 지속적으로 머무르고 있어 건설경기 경착륙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최근 건설경기는 수주액의 급격한 감소와 함께 기성액 증가율도 크게 둔화되는 추세여서 건설체감경기는 지속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외 건설수주·그룹발주 공사만 호황.. 대형-중견업체 양극화
그러나 전반적인 국내 공사수주 급감에도 불구, 대형건설업체들의 해외건설 수주와 그룹발주 공사는 호조를 보였다.
올 들어 11월까지 해외건설 수주액은 169건, 52억3천600만달러로 작년 전체 수주액(36억6800만달러)보다도 42.7%나 늘었으며, 연말까지 수주액이 65억달러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대형건설업체 모임인 한국건설경제협의회가 25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3분기 경영실적을 분석한 결과, 그룹 발주공사의 경우 전년 동기대비 46.1% 증가한 5조6150억원을 기록해 연초 계획한 물량의 135.6%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말 현재 대형건설업체 25개사의 수주실적은 전년동기 대비 14.6% 감소한 38조8057억원을 나타낸 가운데 국내건설 수주는 16% 감소한 35조8669억원을 기록한 반면, 해외건설 수주는 7.9% 증가한 2조9388억원을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건협은 "최근 대형건설사들이 자체공사와 그룹공사의 규모를 다시 확대하고 있는 것은 공공 및 민간도급 건설시장의 위축에 따라 적정 외형을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의 결과"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SOC·플랜트·레져사업 등 사업다각화 활발
이처럼 건설경기가 침체를 보이는 가운데 내년에는 건설업체들이 불황극복을 위한 본격적인 사업다각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형건설업체들은 국내외에서 SOC(사회간접자본) 공사와 더불어 대형 플랜트공사 수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우건설(047040)은 고수익 사업인 발전소, LNG 등 플랜트사업에 역점을 두고 리비아 뱅가지 발전소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는 사할린 LNG 관련 토목공사 사업권을 따내는 등 관련 영업부문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산업(012630)개발도 그동안 주택사업 위주의 사업에서 벗어나 서울~춘천고속도로, 부산~김해 경전철, 울산신항 등 초대형 공공사업을 수주하는 등 사업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금호산업(002990)도 지난 96년부터 사업다각화 차원으로 하수처리장 신기술 개발 등 환경관련 SOC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밖에 쌍용건설(012650)도 주택사업 위주의 사업구조에서 탈피해, 부산신항 민자사업 참여 등 SOC관련 사업비중을 늘리고 있다.
기존 사업강화와 별개로 주5일 근무제를 맞아 레져사업에 눈을 돌리는 건설업체들도 있다.
현대건설(000720)은 1000만평 규모에 달하는 서산농장 활용 방안을 두고 골프장과 고급 빌라를 중심으로 한 레저형 복합단지 건설을 모색하고 있다. LG건설(006360)의 경우 곤지암, 강촌에 스키장 등 리조트를 개발한 데 이어 올해 제주도 골프장 사업을 새롭게 추진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월드건설은 남태평양 사이판의 특급호텔인 다이아몬드호텔을 인수해 리조트 사업에 진출했고 성원건설(012090), 태영(009410) 등도 골프장 건설사업에 나서고 있다.
◇내년 대우·쌍용건설 등 대형업체 새주인찾기 본격화 예고
한편, 내년에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쌍용건설 등 국내 유명 건설업체들의 M&A(인수합병) 움직임도 가시화될 것으로 보여 국내 건설업계 판도에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쌍용건설의 경우 지난 10월 워크아웃을 졸업하면서 우리사주조합의 채권단 지분인수 추진 등 새주인찾기가 진행중에 있으며, 대우건설도 매각주간사를 선정한 상태로 내년 매각작업이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올해의 경우는 벽산건설(002530)의 과거 대주주가 우선매수권 행사로 경영권을 되찾았으며, 지난해 경남기업(000800)을 인수한 대아건설이 합병을 추진, 경남기업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이밖에도 대구중견건설업체 우방(013200)은 해운중심그룹인 쎄븐마운틴컨소시엄에 인수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는 남광토건과 한신공영 등의 대표이사 자금횡령 사건에 따른 M&A 문제점도 드러나 새해 건설업체들의 M&A가 직원들의 적극적인 개입 움직임 등으로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