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車, 러시아서 大격돌 예고

by지영한 기자
2004.09.16 11:52:43

현대·기아, CKD 대폭 확대..일본차도 현지생산 적극 시사
러시아 수입차시장, 현대차·도요타 선두경쟁 치열

[edaily 지영한기자] 현대·기아차그룹이 러시아를 해외 최대의 조립생산(CKD) 거점으로 육성할 방침인 가운데 일본차 메이커들이 러시아 현지 생산의사를 적극 시사, 러시아시장에서 한·일 메이커간 대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가 최근 러시아 수입차시장 점유율 1위업체인 도요타를 추월하면서 러시아시장을 둘러싼 한일 메이커간의 대결이 양국 자동차업계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질 전망이다. ◇현대·기아, 러시아를 해외 최대 조립생산 거점으로 육성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는 러시아 자동메이커중 4번째 규모인 우아즈(UAZ)사와 조만간 연산 10만대 규모의 CKD사업계약을 체결하고, 이 공장에서 우선 테라칸과 스타렉스를 생산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현재 러시아 타가즈(TAGAZ)사와 조립생산 및 기술지원에 관한 계약을 맺고 베르나(현지모델명 엑센트)와 EF쏘나타를 CKD 생산하고 있다. 타가즈의 CKD 생산능력은 쏘나타 4만대, 베르나 3만5000대 등 총 7만5000대이다. 기아차(000270)도 러시아 CKD 공장을 추가해 2005년부터 러시아 3위의 자동차업체인 이즈마시아브토(IZHMASH AVTO)사를 통해 연간 5만대의 스펙트라를 생산·판매한다. 이즈마시아브토의 CKD 생산능력은 총 6만대이다. 기아차는 지금까지 아브토토르(AVTOTOR)사와 CKD 계약(연간생산능력 1만대)을 체결하고, 구형 스포티지를 연간 5~7000대 정도 조립생산 해왔다. 이로써 현대·기아차그룹의 러시아 CKD 생산능력은 종전 8만5000대(현대 7만5000대, 기아 1만대)에서 향후 24만5000대(현대 17만5000대, 기아 7만대)로 비약적으로 확대되며, 러시아는 현대차그룹의 최대 CKD 생산거점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도요타 경영진 러시아 현지생산 강력시사·닛산도 현지생산 검토 러시아 수입차시장에서 한국차와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일본 메이커들도 최근들어 러시아 현지 생산의사를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일본 메이커들은 지금까지 매출이 일정수준에 도달하기 전에는 러시아 현지생산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전략을 고수해왔으나 근래들어 러시아시장의 판매확대와 맞물려 전략적 차원에서 현지생산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2002년 일본 회사로는 처음으로 러시아 현지 판매법인을 설립했던 도요타의 경우엔 최근 오쿠다 회장이 일본을 방문한 러시아의 키리엔코 대통령 전권 대표와 회담에서 현지생산을 `반드시 하고 싶다`라는 강한 의욕을 보였다. 도요타의 조후지오(張富士夫) 사장도 지난 10일 뉴욕에서 열린 애널리스트 설명회에서 "러시아에서의 자동차 생산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장소나 생산개시 시점은 미정이지만, 러시아에 꼭 진출할 계획"이라고 언급, 도요타 수뇌부들이 러시아 생산거점 확보를 심도있게 논의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혼다와 닛산도 올해 러시아에 현지 판매법인을 개설하고 현지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으며, 닛산의 카롤로스 곤 사장 역시 러시아 현지생산 의지를 밝히는 등 러시아에 대한 일본 자동차메이커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러시아 자동차시장, 정치안정과 경제성장으로 급속성장 한일 자동차 메이커들이 러시아 현지생산을 서두르고 있는 것은 최근 몇년간 러시아의 정치 뿐만 아니라 경제환경이 급속히 개선됐고, 이같은 추이가 앞으로 지속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러시아는 9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경제상황이 매우 불안하기도 했지만 2000년 푸틴정권 출범 이후 정치적 안정이 이루어진 가운데 국제유가상승 등에 힘입어 지난 99년 이후 지난 해까지 4년 연속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또한 러시아 국산차의 낮은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은 가운데 경제발전에 따른 신흥부자 및 중산층이 확대되면서 수입차시장이 크게 확대된 점도 한일 메이커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최근의 유로화 강세로 러시아에 진출한 유럽 메이커들이 큰 부담을 겪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 메이커들은 오히려 유로화 강세에 따른 반사이익까지 누리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도요타, 선두경쟁 치열..올들어 현대차 앞서 특히 러시아 수입차시장에선 아시아 메이커들의 돌풍이 거센 가운데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현대차와 도요타의 순위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해 판매법인 설립이후 러시아 수입차시장에서 판매 1위를 지켜왔으나 지난 5월 이후 월간판매실적이 현대차에 밀리기 시작했다. 더욱이 현대차의 경우엔 5월 이후 4개월 연속 판매 1위를 기록하며, 올들어 1~8월까지 판매누계(2만8175대)마저 도요타(2만7953대)를 추월하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8월말 현재 러시아 수입차시장 점유율은 현대차(13.3%)와 도요타(13.1%)가 1,2위를 차지한 가운데 `포커스`(Focus)를 현지 생산하고 있는 포드(10.7%)가 3위에 랭크중이다. 또한 아시아 메이커중에선 미쓰비시차(8.6%)가 5위를, 닛산( 7.7%)이 6위를, 기아차(6.2%)로 7위를 기록하고 있는 등 러시아 수입차시장 상위 10위권내에 한일 메이커가 5개나 포진하고 있다. 이중 기아차의 경우엔 2005년부터 이즈마시아브토사를 통해 연간 5만대의 스펙트라를 생산·판매할 예정이어서 러시아 수입차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아시아 메이커들은 다양한 브랜드와 가격, 성능, 품질 등에서 러시아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어 현지생산을 통해 시장을 더욱 확대할 여지가 많다"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한국차의 경우엔 러시아시장에서 가격대비 차량만족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유럽 및 도요타 렉서스와 같은 경쟁 수입차에 비해선 고급차시장의 점유율이 미흡한 점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러시아 자동차시장에선 지난해 128만대의 판매가 이루어졌으며, 전문가들은 오는 2014년께 러시아 자동차시장이 연간 200만대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