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진석 기자
2001.09.12 11:11:59
[edaily] 미국시각 오전 8시 45분, 바쁜 걸음의 출근길이 분주하고 월스트리트의 브로커 딜러들은 각자 WSJ를 들고 한손에는 모닝커피컵을 든채로 45분 앞으로 다가온 증시개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뱅!! 사건이 시작되었다.
20 여분 간격으로 미국 무역센타 빌딩에 피랍된 비행기 자폭이 시작되었고 뉴욕뿐만 아니라 워싱턴의 펜타곤으로 가미가제식 비행기 자폭, 인근 국무성 폭탄테러 등이 잇따랐고 피랍비행기중 하나는 펜실바니아에서 추락했다.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의 보복이라는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다. 이미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타불에서 미사일 폭격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현재 속보상황은 언론을 통해서 너무나 자세히 알려져 있어 새삼스러운 언급은 그만두고 시장으로 가보자.
일단 단기적인 충격은 금값의 폭등과 유가 폭등, 달러 급락세로 나타났고 런던FT지수의 5.72%대 폭락, 독일 닥스지수의 8.49% 폭락으로 다가왔다. 남미도 브라질 보베스파지수가 9%이상 폭락하였다. 금융딜러들이 밀집해 있는 무역센터가 파괴되면서 날벼락을 맞은 미국 금융가는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시장이 폐장되었다. 잠시 개장했던 나스닥과 시카고 선물시장은 아이러니하게도 무역센터(유대계 금융기관이 집중된 곳이어서 타깃이 되었다는 미주측 설도 유력)라는 금융거래의 핵심건물이 직격탄을 맞아 다행히(?) 낙폭이 크지 않은 채 폐장되었다. 모건스탠리는 양측 빌딩에 주력 인원(3500명)이 집중되어 있어서 인력피해정도와 시스템 피해가 엄청날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정치적인 부분과 밀접한 관계가 있겠지만, 경제적 충격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첫째 과거 국내 증시가 급격한 외생충격에 반응한 정도이다.
둘째 과거 미국증시가 급격한 외생충격에 반응한 정도이다.
세째, 현재 시장의 반응이다.
네째, 향후 시장의 반응을 예상하면서 시나리오별로 가능성을 점검하는 순서로 진행하겠다.
◇국내 증시의 외생충격 반응 정도
대부분의 장외돌발악재는 급격한 하락세를 보인 후에 재차 진정되었다. 97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가격제한폭이 작었었고 매수후 당일매도가 실시된지 얼마안되는 점을 감안한다면 기간 반응이 길었던 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70년대의 경우, 평균 13일 하락에 4.6%대 하락률을 기록했고 대부분 장외악재 발생전일 지수 근처까지 7일 정도만에 회복하는 모습이었다. 80년대의 경우, 국가위기사태시에 낙폭은 상대적으로 적었던 편이었고 하락률도 크지 않았다.
90년대의 경우에도 김일성 사망과 같은 대형 악재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3.5%하락이후 재반등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었다. 다만 예외적으로 걸프전 발발시 시장은 꾸준한 하락세를 나타냈고 이후 지수 되돌림도 절반에 그친이후 약세 흐름이 지속되었었다. 경제약세, 유가급등, 미국경제 회복의 초동기 등을 감안한다면 현재 시장은 걸프전 당시의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만, 사우디에 집결한 미군측에서 당시 이라크 공습이 개시된 시점에서는 오히려 악재로서의 반응 강도가 약했다는 점 정도는 감안할 필요가 있다.
◇미국증시의 외생충격에 대한 반응
과거 미국증시에서 당장 비교되는 것이 태평양 전쟁의 발발을 알리는 일본의 진주만 공습(1941년 12월 7일, 일요일)과 비교하는 것인데 실제 당시는 이미 전시상황이었고 유럽에서는 독일과의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었음을 감안한다면 영화속의 "진주만" 같은 표피적인 비교는 넌센스이다. 더구나 그 당시 공습 지역은 미국 본토가 아니었고, 그 대상은 군인이었다. 그리고 미국에게 2차대전은 PAX AMERICANA의 굳히기에 들어가는 출발점이었고 대공황이후 경제재건의 돌파구였다는 점에서 시장의 반응은 현재와는 완전히 다른 편이었다.
또한 1차세계대전의 발발은 오히려 미국경제가 "대영제국"의 후광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PAX AMERICANA를 시작하는 출발점이 되었다는 점에서 적절한 비교는 아니다. 2차 대전의 발발은 이후 D4일까지 10%내외의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는데 당시 미국경제가 대공황상황에서 증시로서는 전쟁발발을 통해 오히려 기회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많다. 그리고 실제 1달이후에도 지수 낙폭은 크지 않았다. 쿠바의 공산화 당시는 오히려 영향력이 크지 않았고 D13이라는 영화로 유명한 쿠바의 미사일 위기시 D5일까지 5.4% 하락했던 미국 다우지수는 한달이후에는 10.7% 상승세로 반전되기도 했었다.
케네디 암살사건 당시는 미국의 진보적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감이 컸었던 상황에서 보수적인 미국다우지수는 오히려 약간의 충격이후 재반등세를 나타냈다. 재미있는 점은 닉슨쇼크라고 불리는 금태환 중단과 닉슨사임 당시인데 이는 미국의 도덕성이 치명타를 받았던 상황이었고 마침 73년 발발한 석유파동의 후유증까지 미국경제가 혼란의 길로 접어들던 시점이었다는 점, 그리고 니프티피프티라는 성장주 버블의 붕괴이후 나타났던 정치적 충격이었다는 점에서 현재 상황과 유사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월남패망은 지겹던 미국의 전쟁개입 종식이라는 의미가 있었고 여타 정치적 사건에서 대부분 돌발변수에 대한 미국증시의 반응은 악재의 소멸 등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
87년의 블랙먼데이는 전세계 동반쇼크를 수반했다는 점에서는 상관관계가 높고 전세계증시를 선행하던 증시의 폭락이라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지만, 실제 금융시스템 자체의 위기와 일시적 패닉이었다는 점에서 현상황을 단순비교하기는 힘들다.
다만 주목할 것은 70년대 초반 닉스쇼크(금태환정지)와 닉슨사임, 걸프전 정도인데 모두 미국경제가 외부충격에 흔들리던 시점이고 90년은 미국경제 회복의 초동기였다는 점, 74년은 미국증시가 73년의 성장주 후유증과, 석유파동을 함께 맞이하고 있었던 시점이라는 점에서 당시 상황이 현재 상황에 비견될 수 있는 정도라고 여겨진다.
◇현재의 시장반응들
국제 유가는 금일 새벽 7시 현재 아래와 같은 장중 움직임을, 영국의 금선물 시세는 아래와 같은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엔화의 움직임과 현재 니께이의 움직임도 급격한 시장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개장을 30분 늦췄고 가격제한폭도 절반으로 줄였다. 현재 5%대 하락세가 진행중이고 홍콩역시 5% 대 하락중이다. 우리나라 증시는 12시이후 시장이 개장될 예정이다.
당장 1만여명 이상의 사상자들이 불가피해 보이는데 우선 WTC(World Trading Center)자체 건물가격만 4억불에 달하고 문제는 오전 당시 상주 인원으로 추정되는 2만명 중 모건스탠리의 금융전문가 수천명을 비롯 상당수(현재 추산 3500명 사망 예상)가 사망하고 시스템의 붕괴(물론, 우리나라처럼 백업자체가 안되어 있지는 않겠지만)와 회복문제가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여겨진다.
유대계가 많이 몰려있고 미국을 상징하는 건물이었다는 점에서도 금융가 타격이 막대하겠다. 일부에서는 일본 고베대지진 당시 일본의 보험사들이 엄청난 보험료 때문에 달러자산을 대거 매각하면서 금융시장이 일부 동요했었던 적이 있음을 상기하면서 초고액 연봉자들이 상징적으로 몰려 있는 WTC의 붕괴로 화재보험과 생명보험사, 연기금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고 이점만으로도 금융교란요인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향후 예상
전혀 예상치 못했던 충격이었고 국제 금융시장도 현재 갈팡질팡한 상태이지만, 앞서 언급했던 지난 과거의 추이들과는 달리, 미국경제가 황금의 10년을 뒤로하고 후퇴하고 있던 상황이고 달러의 약세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울고 싶던 격에 뺨때려준 꼴이 되었을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즉, 단기간의 달러 약세 움직임이 아니라, 연속성을 지닐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현재 국내 증시가 과연 미국경제에 연동되는 정도가 얼마일까가 관건이겠지만, 당장의 수출차질, 대북정책의 전면적인 수정노선 가능성, 국내 여소야대 국면에서의 정치권 위기, 만약 아랍권에 대한 미국의 대대적인 보복이 나타나게 된다면 상당기간 고공권 유가가 불가피한 점 등까지 감안한다면 가까스로 병실을 나서던 환자가 칼맞고 쓰러진 형국이 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단기간의 폭락이후 진정될 가능성은 높다. 엔화도 118엔까지 강세를 나타낸 이후 현재 120엔에 근접하면서 재차 안정세를 되찾고 있고 유로화도 즉각적인 반응은 현재(9:30) 약세로 돌아서는 등, 금융당국들의 암묵적인 개입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다만, 여전히 증시 충격은 커서 출지수가 1.5% 하락에 그쳐던 니께이지수는 9시 50분 현재 5.61% 하락하면서 낙폭을 키우고 1만엔도 붕괴되었다.
전세계적인 위기감이 어떤 의미에서는 일본, 유럽, 미국의 중앙은행과 정책당국자들을 한데 묶는 역할을 일시적으로 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ECB와 FRB 등은 충분한 유동성 공급을 공언했고
일본도 금융안정에 그 어느때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높은 시점이다. 이런 점에서 단기 폭락뒤 다시 되돌림을 나타냈었던 블랙먼데이 상황인데 이는 금융시스템자체의 문제였다는 점에서 현재 정치경제적 상황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을 듯하다.
현재 미국경제의 침체가속화, 미국이라는 절대 권위의 붕괴, 마침 그것이 금융의 핵심건물 파괴로 인한 뉴욕시장 자체의 신뢰 붕괴 등까지 나타나고 있고 이는 현재 미국만 바라보고 있던 무수한 해바라기들(남미, 동남아, 타이완, 한국, 일본 등)이 미국증시와는 별개의 독자적인 시장흐름으로 돌아가기엔 너무 멀어져 버린 돌아갈수 없는 다리가 되었고 이러한 후유증은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일 시장을 접근하는 것이 올바르다는 판단이다. 일단, 단기 매도라는 관점이 우선이다. 그러나, 해외충격을 견딜만한 수급과 재료강도(외국인보유여부, 수출비중여부, 해외금융시장과의 평소 연관성 여부 등)에 따라 상대적으로 외국인매도에 민감하지 않고 내수중심, 그리고 해외민감도가 낮은 종목군들은 한번 인내해본다는 관점으로 리스크와 기회를 적절히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만약 시장이 단기적인 급락이후 진정상태를 보인다는 가정을 한다면 주목할 부분은 걸프전 당시 담배, 석유주들의 상승세와 수만명 미국인의 본토 사상으로 인하여 부시정권의 외교적 실정과는 별도로 군사계획이 전면적인 개편(MD하면 뭐하노?)이 의미하는 군수산업의 또다른 기회, 전세계적인 군비경쟁의 가능성, 당장 극심한 혼란시 등장하는 음식료관련주식들의 강세, 상대적으로 외생변수보다는 철저히 내생변수에 의존하는 자산주 개념의 강화 등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신한증권 박효진 투자전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