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게이트키퍼 역할' 영국, MS·아마존 반독점조사

by장영은 기자
2022.07.07 10:22:12

MS의 블리자드 인수·아마존 전자상거래 조사 개시
"영 경쟁당국, 브렉시트 이후 IT 기업 조사에 적극적"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영국의 경쟁 당국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을 상대로 반(反)독점 조사에 착수했다. 유럽연합(EU)을 탈퇴한 영국이 규제 당국으로서 정보기술(IT) 기업에 존재감을 드러내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진= AFP)


6일(현지시간)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액티비전) 인수 제안과 아마존의 전자상거래 사업 관행에 대한 조사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CMA는 MS가 ‘콜 오브 듀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 같은 유명 게임을 제작한 액티비전을 인수할 경우 영국 내 공정 경쟁 환경 침해 여부에 대해 조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도 연방거래위원회(FTC)가 MS의 액티비전 인수에 대해 비슷한 내용의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MS 법률고문인 리사 탄지 부사장은 당국의 조사에 협조할 것이며 이번 인수가 비디오게임 이용자는 물론 게임업계 전반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초 예상대로 인수 거래가 2023 회계연도 중 마무리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CMA는 MS의 액티비전 인수에 대한 예비 조사 결과가 오는 9월 1일까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WSJ은 이번 조사가 영국이 IT 업계에 대한 글로벌 규제 기관으로서 유럽연합(EU)과 같은 더 많은 인구를 대표하는 기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일련의 조사 중 하나라고 전했다. CMA가 영국의 EU 탈퇴 이후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조사에 더 적극적이고 광범위하게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니콜라스 페티트 이탈리아의 유럽대학연구소(EUI) 독점규제법학 교수는 “사람들이 말하지 않는 브렉시트의 효과 중 하나는 영국을 규제 게이트키퍼(문지기)로 되살린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CMA는 앞서 미국의 또다른 빅테크 기업인 메타의 인수합병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지난해 메타는 이미지 플랫폼인 지피(Giphy)를 인수하려 했으나, CMA는 관련 시장의 경쟁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지피를 매각하라고 명령했다. 메타는 이 결정에 항소했다.

CMA는 또 이날 아마존이 대기업의 지위와 데이터 수집 관행을 불공정하게 이용해 플랫폼에 입점한 외부 판매업자를 희생시키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의 주요 초점 중 하나는 아마존이 외부 판매업자들로부터 비공개 데이터를 수집해 사용하는 방법이다. 전 아마존 직원들은 회사가 이런 데이터를 자사 브랜드를 단 경쟁 상품을 개발하는 데 이용했다는 증언한 바 있다.

영국 경쟁당국은 아마존 검색 결과에서 우선순위 판매업자로 선정되는 기준과 유료 멤버십 회원을 위한 신속 배송 서비스인 ‘프라임’이 적용되는 제품을 어떻게 결정하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