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역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맥도날드 살인사건'..사회 무관심 어디까지

by신정은 기자
2014.06.01 16:46:39

[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중국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젊은 여성이 ‘묻지마’식 집단구타로 사망해 중국 전역이 큰 충격에 빠졌다.

지난 28일 중국 산둥(山東)성 자오위안(招遠)시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장(張)모씨를 포함한 6명이 여성 우(吳)모 씨를 무차별적으로 때려 숨지게 했다. 사진=CCTV 방송 화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중국 산둥(山東)성 자오위안(招遠)시에 있는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장(張)모씨를 포함한 6명이 여성 우(吳)모 씨를 무차별적으로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맥도날드 CCTV에는 용의자가 “악마”, “지옥에 떨어져서 영원이 다시 환생하지 말라” 등 폭언을 내뱉으며 폭행을 가하는 장면이 찍혔다. 인터넷에는 이 CCTV 영상과 함께 피를 흘리고 죽어있는 당시 피해자 사진까지 순식간에 퍼졌다.

피해자는 7살 아들을 둔 주부로 일본계 기업에서 근무해왔으며 최근 경영학석사(MBA) 유학을 가려고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 중에는 미성년자도 포함돼 있으며 4명은 각각 부친, 장녀, 차녀, 아들 등 일가족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공안당국은 체포된 6명의 용의자가 기독교계 사이비 종교 집단 ‘전능신(全能神)’ 조직원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용의자들이 사건 당시 교세 확장을 위해 다른 사람의 전화번호를 수집하던 중이었다”며 “피해자가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자 잔인하게 살해했다”고 밝혔다.

특히 당시 사건 현장을 적잖은 시민과 맥도날드 종업원들도 지켜봤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서 살인을 막으려한 사람은 거의 없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인터넷에 올라온 당시 사건 현장 동영상에는 한참 동안 이어진 집단폭행의 일부 장면과 피해자의 날카로운 비명 등이 생생하게 담겨 있지만 누군가가 나서서 물리적으로 이를 제지하는 장면은 없다.



현장을 목격했다는 한 누리꾼은 “당시 매장 안에는 매우 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손을 뻗어 피해자를 구하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공장소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를 보고도 외면하는 중국인들의 무관심에 대해 다시 한번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운영하는 하이와이왕(海外網)은 지난 31일 ‘중국인의 혈성(血性·의협심)은 어디로 갔는가’라는 기고문을 통해 자신의 일이 아니면 무관심한 중국인 특성을 비판했다.

하이와이왕은 상황을 저지하려는 이들에게 용의자가 “누가 누굴 때려죽이든 무슨 상관이냐”며 협박 한 뒤 누구도 나서지 않았던 상황을 묘사하며 현장에는 ‘용기가 아닌 침묵만 남았다’고 전했다.

맥도날드 매장에 있던 직원을 포함한 방관자들에게 분노와 경멸을 나타내는 댓글들이 쏟아지자 하이와이왕은 ‘우리 용사들은 모두 온라인에만 있다’는 한 네티즌은 말을 인용하면서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하이와이왕은 또 한 여자가 꼼짝못하고 당하고 있는데 우리(중국인)들은 이성적으로 이익만 계산했다며 내면에 있는 용감한 혈성를 발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하이와이왕은 “도덕은 온정이 넘쳐흐르는 것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필요시에는 용기를 발휘할 줄 아는 것”이며 “어떤 특수한 상황에서 더욱 도덕성을 발휘하는 것이 우리가 소위 말하는 ‘혈성’이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