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기훈 기자
2013.01.11 14:05:00
[김홍달 우리금융경영연구소장] 경기가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면서 모든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의 형편이 심각한 상황이다. 매년 수조 원대의 이익을 내는 금융회사들이 무슨 엄살이냐고 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저성장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은행, 증권, 보험, 신용카드, 소비자금융 등 금융산업 전 부문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년도 금융권 전체의 순이익이 전년에 비해 많게는 50%까지도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산업은 경기순환적 영향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기술혁신이나 파격적인 신상품의 출현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거나 일거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양적 성장을 지속해 왔던 과거에는 경기침체에 따른 수익성 하락의 부정적 영향을 신규대출의 증가로 보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국내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달한 지금의 상황에서 이러한 방법으로 악화된 수익성을 보전할 수는 없다. 소나기가 오는 대로 고스란히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수수료와 대출금리의 인하 압력, 서민금융과 중소기업대출 확대 등 금융회사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과도한 요구가 확대되고 있어 금융회사의 경영을 어렵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압력과 요구는 그동안 금융회사들의 불건전한 영업 관행과 대출 가산금리 결정 과정의 불투명성 등에도 기인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금융회사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수수료와 금리체계를 개선해 금융소비자들의 부담을 완화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임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금융회사 또한 수익과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라는 점을 경시하거나 금융산업을 사회구조적 문제의 해결 수단이나 재원으로 여기는 것은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는 것이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 역시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며 적절한 수익을 내지 못하면 본래의 기능도 충실하게 수행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부실자산마저 증가한다면 이는 자본적정성의 훼손으로 이어져 본연의 업무인 금융중개 기능도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행의 수익추구 그 자체를 죄악시해서는 곤란하며, 나아가 금융산업 역시 독자적인 성장동력의 하나로서 인식돼야 한다. 제조업 위주 산업구조의 재편이라는 우리 경제의 당면과제를 고려하더라도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인 금융산업의 성장은 국민경제의 균형 발전을 위해 중요한 과제다.
주위 상황을 둘러보면 은행의 성장을 위한 여건은 만만치 않다. 그동안 은행들은 국내시장에서 대출자산의 증가를 통해 양적으로 성장해왔으나 이제 이러한 성장전략은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국내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한 상황에서 해답은 해외 진출이다.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금융회사의 글로벌화 수준을 보여주는 TNI지수(Trans-Nationality Index)의 국내 평균은 3.2%로, 60~70%를 넘나드는 글로벌 금융회사와 비교하기조차 부끄러울 정도로 글로벌화는 극히 미약하다. 세계 15위 규모인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라도 우리 금융회사들의 해외 진출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 할 수 있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신정부 출범을 계기로 금융산업에 대한 여러 가지 비전이 제시된 바 있었다. 동북아 금융허브, 메가뱅크론, 민영화 등 비록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금융산업을 독자적인 성장동력의 하나로 인식하고 육성하려는 정부 차원의 계획이 있었다. 새 정부 출범을 눈앞에 둔 지금 금융산업의 육성과 발전을 위한 담론은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오래전 갑작스러운 비보를 접하고서도 개인적인 슬픔을 뒤로하고 휴전선을 걱정했으며 수년 전에는 일신상의 안위보다 소속당의 선거와 앞날을 걱정했다. 지금 박 당선인이 걱정하고 있는 양극화와 서민층 문제, 중소기업의 동반성장, 정부조직개편 등은 새 정부가 해결해 나가야 할 중차대한 과제들이지만 여기서 금융인의 일원으로서 한마디 보태고 싶다. 그러면 금융산업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