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現代 연쇄증자]③범현대가·쉰들러 자금 끌어올까

by박수익 기자
2010.12.09 11:26:22

현대상선·엘리베이터 잠재적 위협세력들의 참여 여부 관심
지분율 만큼 청약시 1400억 투입.. 현대그룹으로선 `1석2조`

마켓 인 | 이 기사는 12월 09일 10시 56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 인`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연쇄 증자에 나서면서 잠재적 경영권 위협 세력으로 분류되는 주주들의 증자 참여 여부도 관심을 끌고 있다.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주인 범현대가와 쉰들러가 대표적이다.

현대건설 인수를 추진 중인 현대그룹컨소시엄의 핵심인 현대상선(011200)은 지난 10월 결정한 1027만주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와 관련, 오는 23일과 24일 기존 주주들을 대상으로 청약을 받는다.

현대상선 증자규모는 1차 발행가 기준으로 총 3264억원. 이중 우리사주 조합에 배정된 물량 20%(652억)을 제외하면, 지분 30.1%를 보유 중인 현대중공업(009540)과 KCC(002380) 등 범현대가 몫으로 배정되는 증자대금은 810억원이다.

범현대가 입장에서는 상선 증자에 참여할 경우 현대그룹에 건설 인수자금을 제공하는 셈이 되지만, 반대로 불참할 경우 자신들의 지분율이 희석되면서 결과적으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입지를 더욱 강화시켜 주는 꼴이 된다.

현대상선 지분 8.3%를 보유 중인 현대건설 매각작업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에도 계속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보름 앞으로 다가온 현대상선 증자 구주주 청약에서 범현대가가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현대엘리베이(017800)터도 비슷한 상황이다. 현대상선 최대주주인 엘리베이터 입장에서는 상선 증자에도 참여해야 하고, 별도로 현대건설 인수자금도 모아야 한다. 이 때문에 2000억~3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최근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공격적으로 매집하고 있는 스위스계 엘리베이터 회사 쉰들러(지분율 33.4%)의 증자 참여 여부다. 증자 규모를 최소 2000억원으로 가정하면, 이 회사 지분 33.4%를 가지고 있는 쉰들러의 몫으로 배정되는 증자대금은 600억원(우리사주 20% 제외). 쉰들러 입장에서는 증자에 불참할 경우 최근 공들여서 쌓아 놓은 지분율이 희석되기 때문에 참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현대그룹은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 증자를 통해 범현대가와 쉰들러로부터 최대 1400억원 가량의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다. 이는 현대그룹이 제시한 현대건설 입찰가(5조5100억원)의 2%에 불과한 금액이지만,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매각을 검토중인 본사 사옥의 시가가 2400억원 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또한 현대그룹 입장에서는 주주배정 증자를 통해 우리사주조합에 20%가 우선 배정되고, 실권주도 대표주관사가 잔액인수해 사실상 우호지분이 된다는 점에서 경영권 강화라는 `1석 2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