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통법 중간점검)②펀드 `불완전판매 줄겠지만`

by이진철 기자
2009.02.23 12:13:00

펀드등 금융투자상품 가입절차 까다로워져
주식펀드 자금 빠져나가..`증시 불확실성`도 한몫

[이데일리 이진철기자]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이후 펀드로의 자금유입이 주춤한 모습이다.

국내외 주식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모이면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지속되는 영향도 있지만 자통법으로 인해 펀드가입 절차가 까다롭게 달라진 점도 펀드자금 동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펀드 불완전판매의 부작용을 크게 겪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지금의 펀드가입 절차 강화에 대한 불편을 자통법 시행초기 시행착오로 감수해야 한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자통법 시행과 함께 금융투자협회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새로이 내놓은 표준투자권유준칙은 펀드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가져오는 모습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으로 전체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이달들어 8590억원이 빠져나갔다. 연초 이후 전체 펀드의 일별 신규설정액은 자통법 시행일인 4일 기준으로 이전에는 3조원 안팎에서 등락했던 것과는 달리 이후에는 2조원 안팎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금융투자협회의 표준투자권유준칙이 시행되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됐던 주식형펀드의 설정액은 예상대로 준칙시행을 전후로 설정액이 유입에서 유출로 전환됐다.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표준투자권유준칙 시행 이전 7일간에는 총 6300억원이 유입됐지만, 시행 이후 7일간에는 2800억원이 유입되는데 그쳤다.

전체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지난 3일 139조2272억원에서 18일에는 138조3783억원으로 8489억원이 줄었다.


채권형펀드에서도 자금유출이 발생한 모습이다. 이는 표준투자권유준칙 시행에 따른 제도적인 영향보다는 금리인하 모멘텀 약화 등으로 채권형펀드의 매력이 감소하면서 발생한 펀더멘털 요인의 영향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채권형펀드 설정액은 지난 3일 33조4880억원에서 18일 현재 31조2010억원으로 2조2870억원이 감소했다.

채권형펀드 등에서 유출된 금액은 시중의 유동성과 함께 단기투자처로 몰리면서 머니마켓펀드(MMF) 자금으로의 큰 폭 증가에 일조하고 있다.

MMF 자금 설정액은 한주전에 비해 6조2190억원 증가한 124조3158억원을 기록하며 12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1월 100조원을 돌파한 이어 자금 유입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으며, 이달 들어서만 16조9499억원 증가했다. 이중 82.29%에 해당하는 13조9446억원은 법인 자금으로 파악된다.

전문가들은 시중 자금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면서 결국 MMF에 유입되는 자금 부동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시장이 예상했던 수준보다 작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고객성향이 위험중립형 이하의 성향을 보이는 것을 감안하면 일정부분 주식형펀드 시장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란 시각도 제기된다.

자통법 시행이후 `적합성의 원칙`에 따라 투자자를 투자 성향별로 5개 등급으로 나누어 이에 적합한 펀드를 권유해야 한다. 펀드를 5단계로 나누는 기준은 손실 위험이다.

동일 펀드에 대해 판매사별로 다른 등급을 부여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위험등급 결정 책임이 자산운용사로 넘어갔지만 운용사들은 위험 등급을 어떻게 결정해야 할지 아직까지 우왕좌왕하는 모양도 감지된다.

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들도 지난 4일부터 자통법이 시행됨에 따라 투자자정보확인서에 따른 투자성향 진단을 해야 금융투자상품의 거래가 가능해졌다.

펀드 등의 투자상품에 가입시키기 위해 고객의 투자성향을 분류해야 하고, 투자성향에 맞지 않는 투자시에는 별도의 확인 서명도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자통법 시행과 함께 고객들에게 투자자 정보 확인서 작성을 적극 권유해 관리 고객 정보를 대부분 확보해놓은 상태다.

그러나 일부 증권사 영업점 직원들은 펀드 뿐만 아니라 기존의 주식투자자들에게 일일이 투자정보확인서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업무량이 크게 늘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고객 한명을 상담하는데 보통 30분에서 1시간 가량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일부 대기고객들은 차례를 기다리다 지쳐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증권사 영업점의 한 관계자는 "계좌가 있을 경우 전화로 펀드가입이 가능하다"면서 "그러나 자통법 시행이후 전화로 펀드가입을 받는 경우 투자정보확인서를 일일이 다 읽어줘야 한다는 점에 불편이 크다"고 말했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 아닌 지점에서 직접 한종목이라도 주식매수 주문을 받을 때에도 일일히 투자정보확인서도 받아야 한다. 주식투자는 상품 등급으로 보면 `고위험`에 속하기 때문에 고객 성향을 파악해 투자 권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의 경우 자기 성향보다 높은 위험군의 주식 추천을 희망하는 사례가 있어 증권사 영업점 직원들이 추천과 상담이 어려운 이유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고 있지만 일부 고객은 낯설어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가령 기존 주식매매 고객이 투자설명서 설문대로 답했는데 4등급 이하가 나오면 주식매매를 위해 등급을 높여야 하는 경우도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직원이 고객에게 자세히 설명을 해야하는 시간적 문제와 고객 입장에서는 손실이 발생되었을 경우 전적인 책임을 고객이 진다는 내용에서 불편한 심기 드러내는 고객도 있다"고 전했다.

반면 자통법 시행초기 펀드판매 위축 등 여러가지 문제점이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펀드가입 절차에 대한 문제보단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불확실성에 더 큰 이유라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펀드 판매사들이 고객들의 투자성향이나 펀드에 대한 이해없이 위험등급이 높은 펀드나 인기펀드 위주로 권유를 해왔다"면서 "자통법 시행이후 그동안의 무차별적 불완전판매 요인을 제거한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펀드시장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