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하정민 기자
2002.11.01 13:44:30
[edaily 하정민기자] 지난 5월10일 야심찬 첫 발을 내딛었던 국채선물옵션 시장이 극도의 거래 부진을 나타내고 있다. 7월초까지 일평균 200계약 이상의 거래가 이뤄졌으나 여름 이후 거래량이 급감, 하루 거래규모가 50계약을 밑도는 날이 허다하다. 최근에는 기초자산인 국채선물 거래량도 일평균 3만계약대로 떨어져 옵션거래에 대한 관심이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시장참가자들이 지적하는 국채선물옵션 거래 부진의 이유는 크게 ▲기초자산의 변동성 저하 ▲투신권 펀드 등 투자자 다변화 실패 ▲지나치게 넓은 행사가격 ▲선물회사들의 시장조성 노력 부족 등으로 요약된다.
선물거래소 측은 아직 시장개설 초기임을 들어 좀더 기다려보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하루 거래규모가 100계약도 안 될 때가 많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거래 부진을 하루 빨리 타파해야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첫 단추부터 잘못끼워..행사가격 조정 급선무
5월10일 이후 다섯달 간의 국채선물옵션의 일일 거래량을 살펴보자. 거래량이 뚜렷한 우하향 곡선을 그리며 급감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개장 첫날에는 684계약이나 거래됐고 6월5일 960계약에 도달하는 등 1000계약 돌파를 눈앞에 뒀으나 이를 기점으로 거래량이 급속히 줄었다.
투신권 한 매니저는 "어떤 상품이건 초기 거래량이 증가하려면 투기 세력이 있어야하는데 상장 전 투기 세력이 진입할 수 있는 환경조성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또 "코스피200옵션과 달리 개인 참여가 저조할 수 밖에 없는 국채선물옵션 시장의 특성상 증권사나 투신이 투기수요를 키워줬어야 하는데 그 시기를 놓친 것이 결정적이었다"며 "처음 증권사가 거래에 적극적이었을 당시 헷지를 가장한 투기 수요가 들어와 거래규모를 늘렸어야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이 국채선물 옵션 개장 3개월이 지난 8월에야 투신 펀드의 국채선물옵션 투자 승인을 해줘서 첫 단추부터 잘못끼운 셈이 됐다는 것. 투신 펀드의 거래가 늦어짐에 따라 홀로 시장을 지키던 증권사들이 대거 이탈했고 8월 이후 국채선물 거래량 감소까지 겹쳐 시장이 완전히 죽어버렸다는 의미다.
선물회사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매수자와 매도자의 비율이 비슷하지 않다는 것이 첫째 이유"라며 "옵션을 매도하면 리스크가 무한으로 올라가기때문에 선물회사 등이 공격적으로 시장 조성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그는 "투신의 경우는 일단 옵션을 자유롭게 운용할 펀드가 많지않고 연금과 보험은 시장 진입을 생각지도 않는 형편이어서 기관투자가들의 기본적 수요를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현실적으로 가장 쉽게 옵션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건 외국인이나 투자자문사지만 이들의 거래규모 자체가 한계가 있기때문에 시장이 클 수가 없다"고 평가했다.
다른 투신 매니저는 "0.5 라는 행사가격이 너무 넓은 것도 원인"이라며 "국채선물 변동성을 감안했을 때 항상 최소 50틱의 손해를 볼 가능성을 전제하는 것이 헷지 욕구를 떨어뜨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금리옵션이 미국식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우리 실정을 감안했을 때 오히려 유럽식이 나았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며 "선물과 만기일이 다르다는 혼란을 가중시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선물거래소 무관심도 원인..시장조성 의무화해야
시장참가자들은 선물거래소가 지나치게 코스닥50선물 활성화에만 집중한 것도 거래 감소의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선물거래소가 지난 8월1일부터 올해 말까지 국채선물옵션의 자기거래 실적에 따라 계약당 1500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키로 결정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으로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 분석이다.
선물회사의 한 국채옵션 담당자는 "어차피 옵션이란 상품은 레버리지 극대화를 노리는 것이고 이를 감안할 때 인센티브를 준다고 거래가 늘어나기는 어렵다"며 "현재 외국인이 호가를 대주고 나머지 투자자가 이에 맞추는 식으로 대부분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데 호가 갭이 너무 커서 적당한 타이밍을 찾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인센티브보다는 우선 권리행사폭을 0.25로 대폭 낮추고 코스닥50선물 활성화 대책처럼 선물회사 및 증권회사들에게 시장조성 `의무`를 부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선물사 관계자는 "코스닥50선물 활성화를 위해 선물거래소가 17억원을 쏟아붓고 강제적 시장조성에 나선 후의 결과를 보라"며 "시장조성자인 17개 금융기관의 자기 거래규모가 많을 때는 500계약에 달하지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선물거래소나 선물시장이 이만큼 성장하는 데는 국채선물 거래 급증이 절대적인 역할을 담당했는데 그렇게 번 돈이 엉뚱한 코스닥50선물 시장으로 흘러들어간다는 박탈감을 솔직히 지울 수 없다"며 "`내 논` 물대기도 바쁜 와중에 `남의 논` 물대기에 주력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코스닥50선물 활성화가 대충 마무리된 만큼 선물거래소의 관심이 국채옵션시장으로 이동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선물회사 중개인은 "대부분의 선물회사들이 옵션담당자를 두지않고 있다"며 "트레이딩 메릿이 낮은 것은 제쳐두고라도 우리 회사만해도 코스닥50선물 시장조성에만 치중하다보니 인력을 배치할 여유도 없다"고 설명했다.
◇선물거래소, "주가옵션과 비교 곤란"..좀 더 기다려야
선물거래소 측은 국채선물옵션 상장기간이 불과 5개월밖에 안 됐고 시장참가자들이 지나치게 코스피200 옵션의 환상에 젖어 국채선물옵션을 바라본다고 해명했다. 코스피200옵션의 엄청난 성장을 본 시장참가자들이 금리 옵션과 주가 옵션의 기본적 차이조차 고려하지않아 억울하다(?)는 설명이다.
선물거래소 심재승 상품개발팀장은 "주가 옵션과 금리 옵션은 기초자산의 변동성 면에서 일단 엄청난 차이가 난다"며 "코스피200옵션도 개장 초부터 폭발적인 거래량 증가를 나타낸 것은 결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행사가격 조정의 경우 0.5라는 숫자가 단순하게 나온 것이 아니며 적어도 올해 말까지는 행사가격 조정을 생각하지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0.5는 과거 데이타나 다른 나라의 경우를 충분히 참조해서 내린 결론이며 행사가격이 너무 촘촘해도 거래 증가에 도움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활성화를 위해서 선물거래소는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좀더 지켜본 후 가격 조정 문제를 논의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금리선물옵션이 기초자산인 금리선물 거래 규모의 20% 정도에 도달했을 때 금리선물옵션 상장이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국채선물 일평균 거래규모를 3만계약이라고 낮춰 잡아도 하루에 6000계약 내외는 거래돼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국채옵션 거래규모의 20~30배를 웃도는 수준임을 감안할 때 국채선물옵션 시장 활성화가 쉽지않음을 보여준다.
선물거래소는 ▲의무적인 시장조성 ▲연금·보험 등 대규모 펀드들의 시장진입을 위한 감독기관과의 약관개정 추진 ▲행사가격 조정 논의 등을 하루 속히 추진해야한다는 의견이 높다. 또 국채선물옵션 거래 증가의 `이득`은 결국 시장참여자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선물회사들을 비롯한 시장참여자들도 거래활성화에 더욱 많은 신경을 써야한다는 지적이다.